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chan.jpg



이제 20대 중반이 된 큰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던 중 엄마의 손을 놓쳤습니다. 

저는 미국에 혼자 와있었고 아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작은 애를 품에 안은 상태에서 잠깐 눈을 돌렸는데 그만 큰 아이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워낙 큰 교회이어서 예배 후 밀려나오는 사람들 속에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친 듯 아이 이름을 부르며 교회 주변을 헤매었는데 없었습니다.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된 상태에서 반쯤 포기하여 전철 역 홈에 서 있었는데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작은 여자 아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역 사무실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손을 놓친 다섯 살 아이가 교회에서부터 20여 분 떨어진 전철 역까지 골목 골목을 지나 엄마를 찾아 온 것입니다. 

전철이 다니는 홈에서 엄마를 찾아 앞으로 뒤로 헤매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데리고 전철 역 사무실에 데려다 놓았다는 것입니다. 

4월 부활절이었던 그날 아내는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고, 미국에 있던 나는 며칠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빨리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바꾸어 우선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고 있지요. 

그때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여전히 아픈 상처가 돋아납니다. 

4월은 슬픈 달입니다. 

아리조나는 길마다 노란 꽃으로 만발해있지만, 두고 온 고국은 세월호의 아픔이 있는 달입니다. 

잃었던 아이를 되찾은 것도 아픈 기억인데, 되찾지 못한 부모들은 얼마나 아플까 ……. 

4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그만 잊으라고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심지어 어떤 극단적인 사람들은 '지겹다' 하며 유가족들의 상처에 한 번 더 생채기를 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월호의 부모들은 아마 평생을 울며 지낼 것입니다. 

같이 울어주고 같이 아파해야만 합니다. 

가수 김광석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에서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 묻히면 그만인 것을 /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 또 잊지 못해 새울까"라고 노래합니다.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 생각나고 더 보고 싶은 얼굴들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알려져 있는 박은태 씨가 세월호의 슬픔을 담은 노래 <내 영혼 바람되어>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그 자리에 잠든 게 아니라오."

호피 인디언들의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 (A Thousand Winds)를 노랫말로 하였는데, 들을 때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망해가는 이스라엘을 향해 이렇게 호소합니다. 

"그는 (요시야 임금으로, 다윗 왕만큼 훌륭했던 이스라엘 후기의 임금) 가난한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서 처리해 주면서, 잘 살지 않았느냐? 바로 이것이 나를 아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 주의 말이다" (예레미야 22:16절). 

하나님을 아는 것은 가난한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서 처리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요.

오늘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은 세월호의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엄마 아빠 품을 떠난 아이들, 부모와 가족들, 친구들, 선생님들, 함께 아파하는 우리들 ……. 

그 동네 안산을 조금 압니다.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과 한참을 걸어서 바다까지 갈 때가 있었습니다. 

바다 위로 난 철길을 건너며 무서워 떨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을 때 조금 더 가면 거기가 시흥이고 안산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가난하고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동네였습니다. 

잘 살아야겠습니다. 

하나님을 좀 안다고 설교하고 결정하고 가르칩니다.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서 처리해 주며 하는 것인지? 말로만 지식으로만 직업적으로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정말 하나님을 잘 알고 있는가 돌아봅니다. 

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말입니다.  


  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건강한 교회

    한 설문 조사에서 일반 시민들이 바라는 교회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교회가 이랬으면 좋겠다' 라는 보통 사람들의 교회에 대한 바램입니다. 믿음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분들, 또는 교회의 정체성에 대해 '교회가 왜 저러나?' 하며 ...
    Date2018.08.10
    Read More
  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희망

    저는 군생활을 경기도 포천의 보병 부대에서 했습니다. 매달 60킬로미터 이상 행군을 했고, 매년 2월 초 가장 추운 때가 되면 200 킬로미터 행군도 했습니다. 2년 반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할 때 행군했던 총 거리가 거의 4천 킬로미터라고 훈련 기록 카드에 ...
    Date2018.08.03
    Read More
  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As it is’

    홈디포나 IKEA 같은 곳에 반품된 물건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다. 웬만한 상점에는 거의 모두 'As it is' 또는 줄여서 'As it'이라고 코너 이름을 붙여 놓았습니다.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또는 '보이는 그 상태대로' ...
    Date2018.07.19
    Read More
  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함께 고백을 나눌 친구

    섹스 중독증으로 오래 고민하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출장을 갈 때마다 포르노를 보고 집에서도 부인 몰래 중독증에 빠져들어갔습니다.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심각한 상태로 고민하고 갈등했습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이 될 수가 없지요. 그...
    Date2018.07.13
    Read More
  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관계와 소통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렸습니다. 원래는 히로시마가 아니라 교토에 떨어뜨리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교토에서 히로시마로 타겟이 바뀐 이유는 당시 미국의 전쟁 장관이었던 헨리 스팀슨 때문입니다. 스팀슨은 192...
    Date2018.07.08
    Read More
  6.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이사하셨나요?

    오랜만입니다. 몇가지 메디케어에 관한 일들을 정리해 봅니다. 1) 이사할 때의 주의 사항 만약 같은 카운티 내가 아닌 먼곳으로 이사할 경우에는 파트 C(어드밴티지 플랜, 혹은 HMO)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사하고 2달 안에 주소 변경과 함께 새로 가입을 해...
    Date2018.06.22
    Read More
  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함께 후렌치 후라이를!!!

    초등학교 때 슬픈 추억이 떠오릅니다. 참 가난했던 시절 60년대 70년대는 다들 비슷했습니다. 쌀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갈 수 없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도시락을 싸갈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도시락을 가끔 싸 갔는데, 겨우 ...
    Date2018.06.15
    Read More
  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참사랑

    이재철 목사님의 설교문에 나오는 한 여 성도의 간증문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응급실에 누워 있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 순간 내가 그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 마지막 시간에 내가 ...
    Date2018.06.08
    Read More
  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일루지옹 (Illusion)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가 성형 수술을 했습니다. 마취를 한 후, 귀부터 턱 아래까지 쭉 찢어 꺼풀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비계 덩어리를 다 긁어냈습니다. 꺼풀을 다시 덮으니 남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의사가 사...
    Date2018.06.04
    Read More
  1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종순일 성도

    성경에 이름이 바뀐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야곱이 대표적이지요. '발뒤꿈치를 잡는다'는 의미의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호칭에서 '하나님의 승리를 담보한 자'라는 의미의 이스라엘로 바뀝니다. 시몬이 베드로가 되고, 요셉이 바나바로, 사울이 바울로 바뀝니...
    Date2018.05.18
    Read More
  11.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아주 작은 효도

    서울에서 만두집을 경영하며 살아가는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부는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만 되면 어김없이 만두가게에 나타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처음 얼마 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
    Date2018.05.11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섭리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뉴욕에서 1500여 명의 청중에게 강연한 후, 수백 명의 독자들이 로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로스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기다리던 사람 모두에게 사인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적당...
    Date2018.05.05
    Read More
  13.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

    이제 20대 중반이 된 큰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 주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던 중 엄마의 손을 놓쳤습니다. 저는 미국에 혼자 와있었고 아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작은 애를 품에 안은 상태에서 잠깐 눈을 돌렸는데 그만 큰 아이가 없어진 ...
    Date2018.04.20
    Read More
  14.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새벽 말씀

    새벽 일찍 잠을 깨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1시 40분쯤 눈이 떠져 10시 주일 예배를 앞두고 사무실에서 잠이 오려는 듯 몽롱해지기도 했습니다. 봄에 잠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습니다. 일찍 눈이 떠지는 새벽에는 마치 어린...
    Date2018.04.13
    Read More
  1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수레기어머니

    한국 교회 초기 신자 가운데 '개신교 여성수도자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손임순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전남 화순 출신으로 '수락기' 마을에서 시집왔다 해서 '수락기댁'이라 했는데, 사람들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수레기댁'이라 불렀습니다. 훗날 제자들은 '...
    Date2018.04.06
    Read More
  16.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의 도움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이 광고 세일즈맨으로 나오는 영화 '닳아빠진 도시인들'(City Slickers)에서 현대인의 한 평생을 요약적으로 이렇게 묘사합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아버지들이 초대되어 자녀들 앞에서 자기들의 직업을 소개하는 특별한 날을 배...
    Date2018.03.23
    Read More
  1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當無有用

    중학교 2학년 때 송창식의 노래를 들으며 대중가요에 눈을 떴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동요나 유신 정권 시절 정부 홍보용 노래들밖에 모르던 저에게 송창식의 노래들이 귀에 들어오면서 '아, 이런 세계가 있구나!' 감탄했습니다. 소풍을 가서 송창식 흉내를...
    Date2018.03.17
    Read More
  18.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를 받는 나, 주정부 보조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주 글에는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 주는 연방정부 보조금, Extra Help, 엑스트라 헬프에 대해서 알아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아리조나 주정부의 보조금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메디케어와 연관된 혜택만 살펴 볼 것이에요. EBT(일명 푸드 스탬프) ...
    Date2018.03.09
    Read More
  1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창세기 12장

    성경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만나는 이야기는 창세기 12장에 나옵니다. 불현듯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이 '내가 보여 주는 땅으로 가라' 명하시고, 그를 '믿음의 조상'으로 그리고 '복의 근원'으로 삼으십니다. 이때 아브라함은 지금의 터키와 시리아...
    Date2018.03.09
    Read More
  20.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씨니어들을 위한 정부 혜택들

    제 글에 관심을 가지신 메디케어 수혜자님들께 "모두들 참 수고하셨어요!"라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오래전 어려운 조국을 떠나 희망의 나라 미국으로 용감하게 건너 온 우리들! 말이 안 통하는 한가지 약점을 본토인들보다 수십배 열심히 일함으로 메꾸며, ...
    Date2018.03.0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