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크레이그 트룰리브(34)와 그의 아내는 오는 5월 아리조나로 2주 동안 여행할 계획이었다.
항공권, 호텔과 에어비앤비, 렌터카 등의 예약에 이미 약 3500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 합병 논란이 불거지자 즉각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목적지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로 변경했다.
트룰리브는 “위약금으로 500달러를 내야 했지만 미국에서 돈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나다인들이 미국행 휴가 계획을 잇따라 보이콧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스태티스틱스 캐나다에 따르면 지난달 캐나다 거주자가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을 여행한 횟수가 1년 전보다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육로를 통해 국경을 통과한 횟수도 23% 줄었다.
미국 연방 항공여행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달 라스베가스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캐나다인 수는 전년 동기대비 9.4%, 뉴어크·뉴욕 공항을 통한 입국자 수는 11% 각각 감소했다.
작년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은 2200만명으로, 캐나다 전체 인구(약 3974만명) 대비 55%가 넘는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자국민들에게 미국 대신 국내 명소로 휴가를 떠날 것을 권고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며 “관세 위협보다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겠다는 발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캐나다인들의 미국 여행이 줄어들 조짐이 확인되면서 캐나다 항공사들은 오는 4~6월 미국행 좌석 수용 인원을 지난 1월 31일 대비 평균 6.1% 줄였다.
실례로 플레어 에어라인은 다음 달 밴쿠버, 에드먼튼, 캘거리에서 아리조나 피닉스로 향하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새 연방 정책이 아리조나주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4월 11일부터 미국에 30일 이상 체류하는 캐나다인들은 외국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에 따라 30일 이상 체류하는 캐나다인들은 미국 정부 웹사이트에 등록해야 한다.
이 과정은 무료지만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피닉스 상공회의소의 마이크 허킨스는 "현재 많은 겨울 방문객들이 아리조나주를 찾아 쇼핑과 식사를 즐기고 있다"며 "캐나다 방문객들이 여행 계획을 축소함에 따라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인들은 아리조나의 관광 및 호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리조나 관광청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 관광객들이 이리조나주 내에서 지출한 금액은 7억 7500만 달러에 달했다.
또한 캐나다-아리조나 비즈니스 협의회에 따르면 캐나다의 추운 날씨를 피해 아리조나에서 주기적으로 겨울을 보내는 캐나다 스노버드들은 매년 아리조나 경제에 약 14억 달러를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에서 아리조나로 관광을 가장 많이 오는 국가 국민들은 멕시코가 1위이며 이어 캐나다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허킨스는 이 새 규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이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이상 체류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조치지만, 단기 방문객들도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와 무역 전쟁은 아리조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허킨스는 덧붙였다.
관광 불확실성이 더해져 아리조나 업체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허킨스는 "아리조나 업체들이 특히 우려하는 점은 캐나다 관광객들이 우리를 건너뛰고 멕시코로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 감소로 인한 교통 혼잡 완화 등의 이점도 있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 허킨스는 "그런 건 캐나다 방문객들이 피닉스에 오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비해서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너무 작은 이점”이라며 일축했다.
캐나다 스노버드 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연방정부가 새롭게 시행하는 이러한 제한사항이 캐나다 여행객들의 미국 방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와 연방의회 의원들 그리고 연방행정부에 캐나다 시민들에 대한 이 요건을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인들의 반미 정서 확산과 연방정부의 새로운 체류 규정으로 인해 아리조나주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