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텃밭 주)’로 알려져있던 아리조나주의 표심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지고 있다.
특히 같은 주 내에서도 지역·인종·세대·성별에 따라 성향이 극명하게 갈리며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가 공개한 7대 경합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리조나에서의 트럼프 후보(49%)와 해리스 후보(46%)의 지지율 격차는 3%포인트에 불과했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두 후보 간 초접전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24년 만에 아리조나에서 승리했는데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득표율 차이는 불과 0.3%포인트였다.
2022년 치러진 주지사 선거에서도 양당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0.67%포인트에 불과했다.
아리조나주는 지역에 따라 확연히 다른 정치 성향을 보인다.
대도시의 외곽 지역에서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게 나타난다.
과거부터 공화당을 지지해온 데다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만큼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두려움도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제2의 도시 투산은 아리조나가 과거 레드 스테이트로 분류될 때부터 민주당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가장 혼전을 보이는 곳은 주 인구 700만명 중 500만명이 사는 메트로 피닉스 지역이다.
피닉스가 속한 마리코파 카운티는 과거 공화당의 안전한 지역구로 꼽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이곳에서 75년만에 승리하며 정치 지형의 변화를 예고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뀐 인구 구성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피닉스 인근에 새로 공장을 짓거나 사옥을 이전하면서 젊은 인구가 대거 유입됐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당시 많은 스타트업이 캘리포니아의 높은 세율과 물가를 피해 피닉스와 인근의 템피로 본사를 이전하며 민주당 성향이 강한 고학력 인구도 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지역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갈등을 빚은 것도 원인으로 꼽는다.
2018년 사망한 매케인 전 의원은 아리조나 지역구에서 1982년부터 하원의원 재선, 1986년부터 상원의원 6선,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지역의 최대 정치 거물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5년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인 매케인 전 의원을 향해 “적군에게 포로로 잡혔을 뿐 전쟁 영웅이 아니다”고 비난했고, 매케인 전 의원은 2017년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오바마케어 폐지에 반대표를 던졌다.
과거 두 사람 갈등에 그의 부인은 지난 대선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1일 아리조나를 찾아 매케인 전 의원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선거인단 11명이 걸려있는 아리조나에서의 승패는 무당층이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