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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검찰이 지난 16일 북한 주민들이 미국 기업의 원격 근무 일자리를 얻어 임금을 북한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로 아리조나주에 거주하는 여성을 기소했다.

크리스티나 마리 채프먼(49)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함께 이 정교한 계획에 가담한 북한 국적자 3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리치필드 파크 주민인 채프먼은 16일 체포됐으며, 미국인들의 신분을 도용해 북한 IT 노동자들이 가짜 신분으로 미국 회사에 취업해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채프먼은 총 9건의 사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이 믿기 힘든 계획을 통해 미국인 60명의 신분을 도용했고 수익 약 700만달러(약 92억원)를 북한으로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자금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57페이지짜리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고도로 숙련된 IT 기술자였다고 한다. 

연루된 미국 기업만 약 300개에 이르는 해당 계획은 2020년 10월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이 기업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당국에 따르면 ‘포춘 500’에 드는 기업, 주요 TV 방송국, 네트워크, 방산 기업, 실리콘밸리 최고의 IT 기업, 상징적인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채프먼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북한 IT 노동자인 한지호 등을 위해 미 기업과 정부기관들의 채용공고 조건에 맞는 가상 프로필을 만들었다. 운전면허증이나 사회보장카드 등 지원에 필요한 신분증도 조작했다고 한다. 

채프먼은 수표로 지급된 임금을 불법 세탁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기소장은 채프먼의 집을 이른바 ‘노트북 공장(laptop farm)’이라 묘사하고 있다. 

가짜 미국인 수십 명의 주소지로 조작한 뒤 각 회사에서 지급받은 업무용 노트북 수십 대을 동시에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채프먼이 어떻게 북한과 연루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는 2020년 3월 비즈니스 플랫폼인 링크드인에서 신원 미상의 인물이 “위장 취업을 위해 미국인 보증인(face)가 되어달라”고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프먼은 자택에서 노트북 공장을 운영하며 미국 기업들이 발급한 노트북에 로그인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다른 곳에 있는 북한 국적 IT 기술자들이 마치 미국 내에서 회사에 원격 접속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도운 것이다.

기소장에 따르면 채프먼은 해당 IT 노동자들이 노트북에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도왔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기업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과정도 도왔다.

기소장은 “이렇게 돕는 대가로 채프먼은 이 IT 근로자들에게 매달 수수료를 청구해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채프먼은 미국 정부 기관 내 취직을 도우려다 실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무부의 니콜 아르젠티에리 형사국장은 “이번 기소에 대해 원격으로 근무하는 IT 기술자를 고용하는 미국 기업 및 정부 기업은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프먼과 함께 기소된 ‘한지호(Jiho Han)’, ‘진천지(Chunji Jin)’, ‘쉬하오란(Haoran Xu)’이라는 이름의 북한 국적자 3명은 현재 수배 중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모두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무기 개발 및 생산을 감독하는 ‘북한 군수공업부’와 연관된 인물이라고 한다.

국무부는 북한의 돈세탁과 금융 사기 범죄와 관련해 혼란을 초래하는 정보를 제보할 경우 최대 500만달러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이 이를 우회하기 위해 IT 인력들을 파견하여 외국 회사에 근무시키고 있다는 의혹은 예전부터 있어 왔고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사례도 수차례 존재한다. 

북한 IT 인력들은 원격 근무 형태나 파견 형태로 세계 여러 회사들에 고용되었고, 여기서 받은 봉급으로 북한 정권의 무기 개발에 이바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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