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리조나 나바호 인디언 용사들에게 한국정부가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메달'이 증정됐다.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이기철 총영사) 측은 5월22일(일) 오전 11시부터 나바호 인디언 자치구역(나바호 네이션, Navajo Nation) 내 레업(Leupp) 섹션에서 한국전에 참가했던 나바호 인디언 참전용사 35명에게 '평화의 사도메달' 증정식을 가졌다.
이 행사에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의 민재훈 경제.보훈 영사, 아리조나주 한인회 최완식 회장과 마성일 조직부장, 전태진 평통위원 겸 통일교육위원장이 참석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민재훈 영사는 21일 피닉스에 도착했고, 22일 새벽 5시경 최완식 회장이 마성일 부장, 민재훈 영사, 전태진 위원을 차례로 픽업한 뒤 행사장 인근인 플래그스탭으로 출발했다.
오전 8시 경 플래그스탭에 도착한 최 회장 일행은 마중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개리 이 장로의 환영을 받았고 간단한 조찬을 들었다.
이 장로의 차량이 앞장 선 가운데 최완식 회장 일행을 비롯해 행사를 보도하기 위해 나온 KBS, YTN 취재진 그리고 본사 취재팀이 그 뒤를 따라 나바호 인디언 자치구역으로 출발했다.
플래그스탭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 가량 이동해 도착한 레업 지역 행사장 초입에는 나바호 인디언 부족 기수대가 말을 탄 채 방문객 일행을 맞이했다.
총회 100주년 기념식 일환인 미주선교대회 참석차 한국에서 방문한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세계선교회) 관계자 100명 가량도 대형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이날 행사장을 방문해 나바호 인디언 선교 행사와 함께 '평화의 사도메달' 수여식에도 동참했다.
오전 10시30분부터는 제1부 순서인 예배가 진행됐다.
나바호의 인사말인 '야앗에'를 외치며 참석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GMS 측 관계자의 사회와 통역으로 예배가 시작됐다.
당초 참석이 예정됐던 나바호 네이션의 레셀 베게이 대통령이 사정상 행사에 불참한 관계로 조나단 네즈 부통령이 시작 기도를 맡았다.
GMS 찬양팀의 찬양에 이어 성경봉독 후 나바호족 출신 다니엘 치 목사의 기도, GMS 측 총회장 설교, 이사장 인사말, 안수기도, 축도 등이 있었다.
예배순서를 마친 뒤 오전 11시경부터 제2부 순서인 '평화의 사도메달' 수여식이 진행됐다.
나바호족 참전용사 기수단의 입장 뒤 제2차 세계대전에 암호병 '나바호 코드 토커'로 활약했던 참전군인의 딸인 애나벨 스몰캐년 씨가 미국 국가를 선창했다.
나바호 버드스프링즈 지휘관인 란다 데이빗 씨가 개회기도를 담당했고, 나바호 네이션 의회 톰 치 쥬니어 의원이 환영사를 전했다.
조나단 네즈 부통령의 축사에 이어 민재훈 영사가 인사말에 나섰다.
민재훈 영사는 "나바호 인디언 출신 참전용사들의 헌신적인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무역국이자 첨단기술과 거대 경제력을 가진 나라로 발전할 수 있다"며 "나바호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사를 전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민재훈 영사, 최완식 회장, 조나단 네즈 부통령 등이 35명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장과 함께 메달을 수여하고 일일이 악수하며 다시 한 번 그들의 용기있는 헌신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인 앨빈 쏘 목사가 한국전 참전 당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한국 국민들이 나바호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랜치 교회의 발레리 켈리 성도가 추모의 노래를 불렀고, 로렌조 젠센 목사의 기도로 메달 수여식을 마쳤다.
'평화의 사도메달'은 지난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본국정부가 제작한 것으로, 2013년 3월부터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남종 선교사가 한국전에 참전한 나바호 인디언이 상당수 선교지역 내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메달 수여식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남종 선교사는 이날 행사를 마련한 감사의 의미로 나바호 네이션 측으로부터 가죽케이스에 특별인장이 박힌 성경을 선물로 전달받았다.
한국정부는 지난 2001년 한국전 참전 나바호 인디언 용사들에게 기념휘장을 증정한 바 있으나 기념 메달을 수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바호 측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에 참전한 나바호 인디언 군인은 1만 명 이상으로 당시 한국전에 투입된 미군 전체 병력의 8%에 해당되는 수치다.
나바호 인디언 군인들은 제1차 세계대전에 1만 2000명, 제2차 세계대전에 4만 4000명 이상, 베트남전에 4만 2000명 이상이 참전했다.
나바호 네이션 측에 의하면 한국전에 참전한 생존용사들의 수는 파악된 것만 총 48명으로 전해졌다.
나바호족은 미국 최대의 원주민 부족 중 하나로 원주민들은 현재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 이상인 약 20만 명이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내 살고 있다.
보호구역은 뉴멕시코주 북서부를 비롯한 아리조나주 북동부, 유타주 남동부에 걸쳐 무려 1600만 에이커에 이르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923년부터 나바호족에게 보호구역 내 자치정부를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