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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적어도 문인 협회 회원과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지난달 문인 협회 모임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회원이 눈물 타령을 했다. 요즘 TV를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게 눈물이라고 했다. 슬퍼서 주르륵, 기뻐서 또 주르륵. 그 말을 듣고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저도 그런데요, 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인데 망설임 없이 튀어나온 걸로 봐선 나는 분명 눈물이 많은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이 언제인지조차 나는 기억에 없다. 이쯤 되면 미스터리가 따로 없다. 왜 나도 눈물을 많이 흘린다고 맞장구를 쳤을까?


요 며칠 새 '정현'이라는 이름이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테니스를 쳐 온 나에게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덕분에 잠을 설치는 날이 늘고 있다. 호주와 미국 사이의 시차 때문에 정현 선수의 경기가 자정을 넘기기 때문인데 호주 오픈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해서 잠을 설치더라도 불평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  

16강전에서 정현 선수가 스승격인 상대방 선수를 물리치고 테니스장에서 큰절을 올리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테니스 역사에서 테니스장을 안방 삼아 큰절을 올린 선수는 정현이 처음일 것이다. 나는 그 장면에서 울컥했다. 카메라는 땀으로 흠뻑 젖은 정현 선수에 머물고 있었지만 정현의 큰절이 향한 곳이 어딘 지는 명백했다. 정현 선수와 관중석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는 부모 사이를 오갔을 그 벅찬 감정의 크기는 가늠만으로도 내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문인 협회 회원께 그런데요, 라고 내뱉은 말의 진상을. 언젠가부터 나도 눈물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범이 무서운 줄 알려면 강아지는 커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 아무리 커봤자 범의 두터운 허벅지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범의 존재가 비로소 개에게 무서운 공포로 다가온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삶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한다. 산 넘고 강 건너는 시간들, 슬픔을 견뎌내고 고통을 이겨내는 시간들이 축적되어야만 인생이 뭔지 안다. 인생은 동네 어귀의 조그만 구릉이 아니라 오르기 힘든 에베레스트 산 같다는 것을.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인생의 참 의미가 가슴에 들어올 즈음 TV 드라마 속의 인생이 타인의 인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지나온 생의 궤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눈물은 그럴 때 터진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던 시절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세상은 나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라 여럿이 더불어 사는 세상임을 아는 나이가 됐다. 타인의 인생과 연결된 수 많은 내 인생의 선들이 나를 굳건히 지탱함을 이제는 안다. 그 선들 중 어느 하나가 구슬프게 당겨질 때 나는 눈물을 흘린다. 눈물 흘리지 않는 사내 대장부보다 눈물 많은 졸장부가 된 나 자신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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