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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에 갑자기 콜로라도 덴버를 자동차로 다녀왔습니다. 

이웃 교회 목사님과 주일 밤에 출발하여 교대로 운전하며 13시간을 달려 모임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올 때는 좀 여유를 갖고 돌아가자 하여 중간에 1박을 하며 때론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유익한 여행이었습니다.

붉은 땅과 붉은 바위가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을 달리던 중 목사님께 물었습니다.

이제 곧 60에 들어서면서 목회 후반전 마무리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60을 마무리하고 계시는 목사님에게, "목사로서 60대를 어떻게 보내면 좋겠습니까?" 조언을 구했습니다. 

"물으시니 대답하겠습니다" 하시며 두 가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대로 사십시오." 말한 대로, 설교한 대로, 아는 대로 그대로 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마지막 한 번의 기회, 아니 다 끝났는데 엑스트라(Extra)로 아슬아슬하게 한 번 더 할 수 있게 된 60대 시간입니다. 

이제 무슨 이론을 또 얘기하며 무슨 주장 무슨 '설교'를 더 늘어놓겠습니까? 

말한 대로 그대로 사는 것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수영 시집(詩集)을 읽던 중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라는 싯구에 눈이 멈추었습니다. 

시집을 덮고도 "나이가 준 나의 무게"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말한 대로 살아오지 않았던 가벼움, 사람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나의 이중성, 무언가 5% 부족한 듯한 미완의 생각들, 지금의 나에게 무게를 얹혀주지 않는 행태들이었습니다.  

책상 앞에 붙여 놓은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말이 더욱 새롭습니다. 

"훌륭한 목사를 만드는 것은 기도와 연구와 고난이다."

Prayer, study, and suffering make a pastor. 

세 가지 다 부족하시만 특별히 고난에서 더욱 부족합니다. 

나름 기도와 연구는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겠지만 고난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어려운 일들을 겪으며 '그렇지 나에게 제대로 된 고난이 없었어,'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합니다. 

쉽고 편한 길만을 선택해왔고, 그것이 또 무슨 능력이라도 되는 듯 교만했던 저 자신을 회개합니다.

땅을 갈고 파헤치면 땅의 입장에서는 상처받고 아파합니다. 

게다가 거기에 뿌려진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으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고난과 연단의 시간이 채워져야 합니다. 

시간이 차야 묵직한 열매가 맺히듯, 한 사람의 목사로서 무게가 나가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파헤쳐지는 상처와 아픔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꽃대가 부러지고 뿌리채 뽑히는 절망을 인내로써 참아냈을 때, 그때 비로소 '나이가 주는 무게'에 근수가 나가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무게는 그러면 무엇인가? 

근엄하게 보이는 표정? 지식의 깊이? 높은 자리에 오른 것? 큰 교회를 만들어내는 것? 

공자는 논어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德不孤必有隣(덕불고필유린),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또는 이웃이 생긴다).' 

신영복 선생의 해설은 이렇습니다. 

"쉰 살까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까지 그가 맺어온 인간관계가 안전망이 되어 그의 노후를 책임진다."

김수영의 싯구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이렇게 해석해봅니다. 

사람들에게 베푼 덕의 무게라고. 

마음과 물질로 덕을 베풀며 살아온 삶은 쉰에 예순에 아니 그 이후에 무거운 무게로 다가와 사람들을 덕과 사랑의 안전망으로 엮어냅니다. 

덴버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언을 해주신 목사님의 삶이 정말 그러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무게로 여럿을 묶고 여럿에게 사랑의 안전망을 둘러쳐주셨습니다.

복음서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가 도마복음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너의 형제를 네 영혼처럼 사랑하고 네 눈동자처럼 지켜라." 

이대로 살며 늦게나마 나이가 주는 무게에 근수를 더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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