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AZ 포스트::칼럼
조회 수 1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han.jpg

 

 

지난 주간에 갑자기 콜로라도 덴버를 자동차로 다녀왔습니다. 

이웃 교회 목사님과 주일 밤에 출발하여 교대로 운전하며 13시간을 달려 모임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올 때는 좀 여유를 갖고 돌아가자 하여 중간에 1박을 하며 때론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유익한 여행이었습니다.

붉은 땅과 붉은 바위가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을 달리던 중 목사님께 물었습니다.

이제 곧 60에 들어서면서 목회 후반전 마무리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60을 마무리하고 계시는 목사님에게, "목사로서 60대를 어떻게 보내면 좋겠습니까?" 조언을 구했습니다. 

"물으시니 대답하겠습니다" 하시며 두 가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대로 사십시오." 말한 대로, 설교한 대로, 아는 대로 그대로 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마지막 한 번의 기회, 아니 다 끝났는데 엑스트라(Extra)로 아슬아슬하게 한 번 더 할 수 있게 된 60대 시간입니다. 

이제 무슨 이론을 또 얘기하며 무슨 주장 무슨 '설교'를 더 늘어놓겠습니까? 

말한 대로 그대로 사는 것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김수영 시집(詩集)을 읽던 중 "나의 나이와 나이가 준 나의 무게"라는 싯구에 눈이 멈추었습니다. 

시집을 덮고도 "나이가 준 나의 무게"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말한 대로 살아오지 않았던 가벼움, 사람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나의 이중성, 무언가 5% 부족한 듯한 미완의 생각들, 지금의 나에게 무게를 얹혀주지 않는 행태들이었습니다.  

책상 앞에 붙여 놓은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말이 더욱 새롭습니다. 

"훌륭한 목사를 만드는 것은 기도와 연구와 고난이다."

Prayer, study, and suffering make a pastor. 

세 가지 다 부족하시만 특별히 고난에서 더욱 부족합니다. 

나름 기도와 연구는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겠지만 고난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어려운 일들을 겪으며 '그렇지 나에게 제대로 된 고난이 없었어,'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합니다. 

쉽고 편한 길만을 선택해왔고, 그것이 또 무슨 능력이라도 되는 듯 교만했던 저 자신을 회개합니다.

땅을 갈고 파헤치면 땅의 입장에서는 상처받고 아파합니다. 

게다가 거기에 뿌려진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으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고난과 연단의 시간이 채워져야 합니다. 

시간이 차야 묵직한 열매가 맺히듯, 한 사람의 목사로서 무게가 나가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파헤쳐지는 상처와 아픔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꽃대가 부러지고 뿌리채 뽑히는 절망을 인내로써 참아냈을 때, 그때 비로소 '나이가 주는 무게'에 근수가 나가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무게는 그러면 무엇인가? 

근엄하게 보이는 표정? 지식의 깊이? 높은 자리에 오른 것? 큰 교회를 만들어내는 것? 

공자는 논어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德不孤必有隣(덕불고필유린),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또는 이웃이 생긴다).' 

신영복 선생의 해설은 이렇습니다. 

"쉰 살까지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까지 그가 맺어온 인간관계가 안전망이 되어 그의 노후를 책임진다."

김수영의 싯구 "나이가 준 나의 무게"를 이렇게 해석해봅니다. 

사람들에게 베푼 덕의 무게라고. 

마음과 물질로 덕을 베풀며 살아온 삶은 쉰에 예순에 아니 그 이후에 무거운 무게로 다가와 사람들을 덕과 사랑의 안전망으로 엮어냅니다. 

덴버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조언을 해주신 목사님의 삶이 정말 그러하셨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무게로 여럿을 묶고 여럿에게 사랑의 안전망을 둘러쳐주셨습니다.

복음서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가 도마복음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너의 형제를 네 영혼처럼 사랑하고 네 눈동자처럼 지켜라." 

이대로 살며 늦게나마 나이가 주는 무게에 근수를 더해야 하겠습니다. 


  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2)

    지난 주는 DDD(Division of Developmental Disability)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해 연령별로 알아 보았다. 이번에는 DDD에서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의 종류와 서비스가 제공되는 과정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이 모든 내용은 DDD의 인터넷 홈페...
    Date2019.07.10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요람에서 무덤까지 ? 아리조나 주의 장애인 복지 정책 (1)

    최근 한국에서는 장애인 등급제를 31년만에 폐지하고, 대신 장애 정도를 중증과 경증 이렇게 2 종류로 구분하여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등급제는 정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고자 할 때 중요한 자격요건 및 기준이 된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 ...
    Date2019.07.04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에 관련된 오해들 2

    지난 주에 이어서 특수교육에 관련되어 떠도는 루머나 오해들을 바로잡고자 한다. 이 드넓은 미국에서 필자의 경험이나 의견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미국 교육현장의 경우, 원리와 규칙에 의해 교육이 진행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
    Date2019.06.22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특수교육에 관련된 오해들

    특수교사로 일하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일하면서 그 전에 가졌던 잘못된 선입관이나 루머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아직도 알아야 할 것들이 참 많지만 가끔 특수교육 관련 인터넷 게시판이나 학부모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오해를 하거나 잘...
    Date2019.06.18
    Read More
  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나이가 준 나의 무게”

    지난 주간에 갑자기 콜로라도 덴버를 자동차로 다녀왔습니다. 이웃 교회 목사님과 주일 밤에 출발하여 교대로 운전하며 13시간을 달려 모임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올 때는 좀 여유를 갖고 돌아가자 하여 중간에 1박을 하며 때론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돌아왔...
    Date2019.06.18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5월을 참 바쁘게 보냈다. 미국에서 교편을 잡고 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다. 그동안 대학원 공부와 교생실습 그리고 바로 취업. 한 2년 동안 숨가쁜 나날을 보내왔다. 더욱이 5월에는 첫째와 둘째가 모두 졸업을 하고 상급 학교에 진학을 했다. 첫째는 ...
    Date2019.06.08
    Read More
  7.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관성의 법칙(the law of inertia) VS 전환의 법칙(the law of transition)

    며칠 전, 막내 아이가 식탁 위에서 물병을 뱅뱅 돌리다가 멈추며, 물병 안의 물을 보라고 하였다. 물병은 회전을 멈췄는데도 물병 안의 물은 여전히 회오리 치며 돌고 있었다. "아! 관성의 법칙 때문에 그렇구나." 중학교때 배웠던 과학 이론이 생각났다. 관...
    Date2019.06.01
    Read More
  8.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스로를 행복하게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항상 자신에게 말을 하며 산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1분 당 평균 150 ∼ 200개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자기 자신에게 말할 때는 엄청난 속도로 1 분 당 1,300개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
    Date2019.06.01
    Read More
  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에서의 스승의 날

    한국에서 교사로 있을 때에는 '스승의 날'이 늘 좀 쑥쓰럽고 부담스러운 날이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이 많은 선물과 꽃다발, 그리고 행사를 벌여주곤 했지만 왠지 진심으로 이것들을 한다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해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
    Date2019.05.26
    Read More
  10.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어떤 삶

    『막 쪄낸 찐빵』으로 유명한 카피라이터 이만재 씨의 글을 그대로 인용해 보려 합니다. "그는 1937년에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8.15 광복 직후 외가가 있던 경북 청송으로 왔습니다. 당시에 가진 게 없어서 끼니조차 잇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
    Date2019.05.26
    Read More
  11.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IEP 가 뭐람?

    지구인들이여, 집을 살 때에는 집 문서를, 취직을 할 때에는 '고용계약서' 를 작성한다. 만약 집을 사는데 집문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취직을 했는데 고용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나중에 뭔 일이 터져도 전혀 대처할 수 ...
    Date2019.05.18
    Read More
  12.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스토리 넷

    스토리 1 : 아침에 출근하던 딸아이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물었습니다. "엄마, 나 없이도 살 수 있어?" 엄마는 딸의 말을 장난으로 받으며 대답합니다. "엄마는 우리 딸 없이도 잘 살지." 전화기 넘어로 딸아이는 말을 이어갑니다. "엄마, 난 엄마 없인 못살...
    Date2019.05.18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나요? (2)

    지난 주에 이어 영유아 지구인들의 발달단계에 대해 다루어 본다. 지난 번에는 아기 지구인들의 언어 발달 단계에 대해 소개했다. 생각보다 많은 지구인들이 도움을 받았다는 연락을 주었다. 의외로 교육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조차도 발달단계에 대해 ...
    Date2019.05.07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당신의 아이는 잘 자라고 있나요?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그 분야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어디를 가든지 꼬마 지구인들을 보면 이 꼬마가 잘 자라고 있는가 아니면 지금 도움이 필요한가를 나도 모르게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젊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아기...
    Date2019.04.30
    Read More
  15.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누룩과 소금

    정신병자에 관한 두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정신병원에 정신병자 천 명이 있었습니다. 아주 건장하고 힘이 세어 보이는 천 명의 정신병자들이었는데, 그들을 지키는 사람은 겨우 5명 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원장에게 물었더니, "...
    Date2019.04.30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회복탄력성(resilience)

    이번 주는 고난주간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일요일은 부활절이다. 미국 지구인들은 이 주간을 "Holy Week"라고 부른다. 한국 지구인들은 "고난주간"이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2019년은 "고난주간"이라는 명칭이 더 맞는 듯 하다. 왜냐하면 며칠 전 그토록 사랑...
    Date2019.04.21
    Read More
  17.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세월호, 교회

    다른 주제를 선택하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하다가 결국 '세월호'로 돌아왔습니다. 세월호 얘기 하는 것 싫어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교회에서도 세월호 얘기 하시지 말라고 직접 말씀하는 분들 있습니다. 안산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은 교인이...
    Date2019.04.21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시험은 싫어!

    요즘 아리조나에 사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은 "AZ Merit"이라는 시험을 보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아리조나에 있는 공립학교 학생들은 챠터 스쿨까지 포함하여 1년에 한번씩 이 요상한 이름의 시험을 보게 된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도학력고사"쯤 되...
    Date2019.04.18
    Read More
  19. [김찬홍 목사의 삶과 신앙] 노회찬...

    주일 1부 예배는 주일에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 분들, 부득이 2부 예배를 참석할 수 없는 분들, 교회학교 교사들 등이 참석합니다. 1부 예배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2부 예배와 설교 내용을 다르게 해오고 있습니다. 1부와 2부 모두 참석하는 분들이 있고,...
    Date2019.04.18
    Read More
  2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마음이 먼저다

    성공을 하려면 단단한 마음 즉 멘탈이 중요할까 아니면 뛰어난 두뇌가 더 중요할까?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 다양한 장애를 지닌 학생들을 만나면서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오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마음씨 좋고 세상 편한 보통 ...
    Date2019.04.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