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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일 때,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무시무시한 학생주임 선생님이 계셨다. 아이들은 그를 "불치병"이라고 불렀다. 걸리면 죽는다는 의미다. 

학생주임 선생님을 대장으로 그 아래에 학생부 선생님들이 늘 등교길에 또는 한 달에 한번 있는 복장검사 시간에 학생들을 위, 아래로 훑으며 생활지도를 하곤 하셨다. 가끔 매우 큰 사건, 이를테면 폭력 사건이나 흡연, 도난 사건 등이 생기면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은 교무실로 불려가고-학생들은 "끌려간다"라고 표현했다.- 학생주임 선생님의 진두지휘 아래 학부모 소집, 학사 경고, 학생 처벌 결과 공고문 게시 등의 순으로 학생지도가 이루어지곤 하였다.  

내가 일하던 초등학교에서는 주로 담임교사가 알아서 문제아 학생지도를 하였고, 담임 교사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만 교무주임 역할의 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이 나서서 풀어가곤 하였다.         

20세기에는 이러한 생활지도 방식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고, 권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 등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도 개인의 권리 존중, 합리적인 의사결정 등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여기에 교권추락이 기름을 부으면서, 선생님의 권위나 학교의 전통 따위로는 도저히 생활 지도가 되지 않는 학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조용히 해!', '수업시간에 이것이 무슨 짓이냐?' , '수업시간에 잠을 자지 마라.' 등의 정당한 생활지도 조차도 무시하고, 애처롭게 호소하는 선생님을 비웃으며 대왕 마마처럼 뻔뻔하게 군림하거나 심지어 교사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벌써 7. 8년 전의 일이다. 6개월간 휴직을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6학년을 맡았었는데, 수업시간에 전혀 수업에 참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공기 놀이를 하며 시끄럽게 하여 반 친구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학생 때문에 굉장한 고통을 당하셨다고 하였다.  

그 학생은 어찌나 거칠던지 갸날픈 여선생님의 훈육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셨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그 선생님이 너무나 안 되 보이고, 심지어 '어쩌다 운 나쁘게 그런 학생을 만났나. 정말 안 되셨다.' 라는 생각 뿐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왜 이 모양인가 하고 한탄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미국 지구인들이 거칠고 모가 난 불량 학생들을 다루는 방식을 보니 뭔가 섬광이 번쩍 하고 비취는 느낌이었다. 

내가 경험했던 대한민국의 생활지도 방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고, 다인종 사회이다 보니 그런 것도 같다.  

대한민국에서 내가 경험한 생활지도 방식은 감정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고, 강렬하며, 짧고 굵은,  즉 100m 단거리 달리기와 유사하다고 한다면, 지금 미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미국 학교의 생활지도 방식은 이성적이고 일상적이며 가늘고 길게 가는 경향 다시 말해 마라톤 또는 줄다리기 같다고 하겠다.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의 생활지도는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일단 학생에게서 불량의 기운이 감지되면 담임교사 혼자가 아니라 교육행정가, 행동교정 전문가, 특수교육 교사 그리고 담임교사가 함께 팀워크로 불량 기운을 박살낸다는 것이다.  

내가 일했던 학교의 경우, 교육 행정가 즉 교감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이 등장하는 경우는 이미 학생의 불량기가 차고도 넘쳐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빗발칠 때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곳 미국에서는 불량의 기운은 떡잎부터 자른다는 각오로 유치원 단계에서 초전 박살을 낸다.    

예를 들면, 유치원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고 벌러덩 바닥에 눕거나 말끝마나 선생님의 훈계를 잡고 늘어지는 맹랑한 학생이 있다면, 선생님은 이런 저런 '당근과 채찍'을 사용 해 볼 것이다. 

그런데, 이 맹랑이에게 당근과 채찍이 영 효과가 없다면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에게 SOS를 친다. 그러면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은 담임 교사에게 일주일간 맹랑이의 행동을 잘 관찰하여 불량기를 보일 때마다 체크를 하여 통계를 내라고 한다. 또 특수 교사나 상담 교사 등이 학급에 들어가 맹랑이를 관찰하고 통계를 낸다. 그런 후에 담임교사와 교장 선생님 그리고 관찰을 한 선생님들이 함께 의논하여 간단한 '상-벌 규칙'을 정한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 또는 하교 전에 교장실에 가서 교장 선생님과 오늘 얼만큼 '파이팅' 넘치는 하루를 보낼 것인지 또는 보냈는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확인한다. 오전 쉬는 시간까지 한번도 지적을 받지 않으면 5분 덤으로 놀이시간을 가진다 든지 아니면 규칙을 잘 지켜서 스티커를 3개 이상 모으면 교장 선생님 방이 있는 선물통에서 선물을 하나 받는다든지 하는 규칙도 세운다. 또한 하루에 규칙위반을 3번 이상하면 교실에서 나와서 교장실에서 앉아 있는 벌칙도 정한다. 

다소 유치해 보이지만 이러한 상벌 규칙은 연령과 지적 수준에 맞게 정한다.   

이 때 맹랑이의 불량 정도가 심하고 폭력성까지 동반한다면 교육청에서 '행동수정가'를 파견한다. 이 '행동수정가'는 최고 6주까지 파견된 학교로 출근하여 맹랑이 전담 선생님이 되어 그림자처럼 맹랑이 곁에서 맹랑이의 불량기를 초전박살  낸다.       

물론, 당연히 이러한 이성적인 방법으로도 불량기가 사라지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주먹을 휘두른다거나 머리끄댕이를 잡아 챈다거나 물건을 마구 던진다거나 하는 무시무시한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특수교육 교사, 특수교육 보조교사 그리고 행동 수정가들은 필수로 "비폭력 위기대처 훈련"을 받는다. 학생이 폭력을 휘두를 경우, 어떻게 학생을 안전하게 제압하는지, 어느 경우에 학교에 있는 '격리실'로 학생을 데리고 갈지 등을 연수 받는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계속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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