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병대의 대표적인 수직이착륙 전투기 ‘해리어 AV-8B’가 지난 10일 아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팔콘필드(Falcon Field) 활주로에 착륙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들고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며 환호했다.
이번에 착륙한 해리어기는 아리조나 기념 항공박물관(Arizona Commemorative Air Force Museum)이 새롭게 소장하게 된 전시 기종으로, 해병대에서 40년 이상 운용돼온 해리어 시리즈 중 하나다.
이 박물관은 미국의 군용 항공기 역사를 기리는 전시 공간으로, 피닉스 광역권 내 항공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마티 포스트 예비역 해병대 소장(박물관 운영 책임자)은 “이 항공기는 오랫동안 유마 기지에 배치돼 있다가 F-35로 대체되며 퇴역하게 됐다”며 “이번에 도착한 해리어는 미 해병대 내 마지막 두 개 비행대대 중 하나에서 운용되던 기체로, 내년이면 남은 마지막 한 개 비행대대도 해체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접 조종해 해리어를 메사까지 운항한 로버트 ‘로빈’ 위드 해병대 소령은 “이 비행기는 내가 수년간 조종한 기종이며, 실전에서도 수많은 임무를 수행했다”며 “이번 비행이 이 기체의 마지막 공식 비행이란 점에서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해당 해리어기는 2000년식으로 실전 투입 경험도 있는 기체 중 하나다.
이 전투기는 9·11 테러 이후 전개된 ‘대테러전’ 작전에서도 운용된 바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크다.


아리조나에는 현재 10여 개의 군사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 3곳은 항공 분야에 특화돼 있다.
피마 항공우주박물관(Pima Air & Space Museum), 타이탄 미사일 박물관(Titan Missile Museum), 그리고 이번 해리어기를 전시하는 아리조나 기념 항공박물관이 대표적이다.
특히 타이탄 미사일 박물관은 냉전 시기 실전 배치됐던 타이탄 II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하 사일로에 그대로 보존한 유일한 박물관으로, 미국의 핵 억제 전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운영 재단인 아리조나 항공우주재단(Arizona Aerospace Foundation)의 브래드 엘리엇 홍보 담당자는 “이곳은 냉전의 최전선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지하 사령실에서 손가락 하나로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었던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재단은 올해 3월, 투산 지역에 새로운 육군 전차·장갑차 박물관도 개관했다.
엘리엇에 따르면 최근 국제 관광객 수는 감소했지만, 로스앤젤레스·시카고·뉴욕 등 대도시에서 항공편이나 자동차 여행을 통해 방문하는 밀리터리 덕후 관광객 수는 여전히 꾸준하다.
특히 영화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의 인기가 관광 수요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물관은 또한 지역 학교와 청소년 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매년 수만 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항공 역사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육군 출신 참전용사 트레버 브루그먼은 “어린 시절 피마 박물관에서 SR-71 블랙버드와 코브라 헬리콥터를 봤던 경험이 군 복무를 결심하게 한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군사 박물관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역사의 교훈을 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라며 “이 전시물들은 단지 모형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고,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배움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