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인간은 항상 자신이 신이라 믿는 대상의 상(像)을 만들고 경배해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리스나 로마의 신전은 차치하더라도, 인간이 살았던 곳에서는 어디서나 신상(神像)이 발굴됩니다. 일반적으로 신상은 제작될 당시로서는 모두 뛰어난 예술품에 해당되는 것으로, 신상을 만든 사람들의 신앙심과 정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역사는 신상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신상을 만들고, 도리어 인간이 자신의 손으로 만든 신상의 지배를 받아온 것입니다.
사람에 의해 나무나 돌, 금속으로 만들어진 신상을 통칭하여 우상이라 부릅니다. 인간이 아무리 섬세하고 정교하게, 혹은 웅장하게 만든 신상이라 할지라도, 과연 인간이 스스로 만든 우상이 인간의 경배 대상인 신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시편 115편 4-8절의 답변은 아주 명쾌합니다.
"그들의 우상들은 은과 금이요 사람이 손으로 만든 것이라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며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며 코가 있어도 냄새 맡지 못하며 손이 있어도 만지지 못하며 발이 있어도 걷지 못하며 목구멍이 있어도 작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느니라 우상들을 만드는 자들과 그것을 의지하는 자들이 다 그와 같으리로다."
인간이 눈과 귀와 입을 가진 우상을 만드는 것은 자기에게 눈과 귀와 입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이 보고 듣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만든 우상도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으리라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우상은 보거나 듣거나 말할 수 없습니다. 우상이 아무리 정교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어도 본질상 그것은 무생물체인 나무 덩어리나 돌덩어리, 혹은 쇳덩어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우상을 만들 수는 있지만, 자신이 만든 우상 속에 생명을 넣어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인간이 끊임없이 우상을 만들고 경배하는 것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우상이 인간의 바람을 이루어 줄 것이란 인간의 생각으로 인함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우상을 만들고 경배하는 것은 실은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우상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리라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숭배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 세상의 모든 우상숭배자는 자기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자기 숭배자'입니다. 그래서 시편 115편의 지적처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우상과 그 우상을 만든 인간, 그리고 그 우상을 섬기는 인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우상이 눈과 귀와 입을 가지고 있다 한들 보고 듣고 말하는 생명체일 수는 없는 것처럼, 진리를 보고 듣지 못한 채 참생명에 무지한 인간이 우상을 만들고 경배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시편 94편 8-9절은 하나님에 대해 이렇게 증언합니다.
"백성 중의 어리석은 자들아 너희는 생각하라 무지한 자들아 너희가 언제나 지혜로울까 귀를 지으신 이가 듣지 아니하시랴 눈을 만드신 이가 보지 아니하시랴."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눈과 귀와 입을 지어 주신 것은 하나님께서 보고 듣고 말씀하시는 살아 계신 신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우리가 눈과 귀와 입을 우상처럼 단지 장식품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우상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결국 믿음에는 두 종류의 믿음이 있습니다. 인간이 자기 스스로 만든 신을 믿는 '자기 숭배'가 있는 반면,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믿는 '하나님 숭배'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믿음이 후자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중략)
개신교 신자인 우리는 적어도 우리의 손으로는 하나님의 형상을 빚어내는 어리석은 짓을 자행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우상숭배와는 전혀 무관합니까? 그렇지는 않다는 데 우리의 경각심을 필요로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형상을 금송아지 우상으로 만든 것은, 하나님은 금송아지 형상일 것이라는 그들의 마음속 생각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이처럼 우상은 인간의 손에 의해 빚어지기 이전에 인간의 마음속에서 먼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우리가 손으로는 하나님의 우상을 빚지 않아도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하나님의 우상을 만들어 섬기는 우상숭배자일 수 있습니다.
(중략)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으려 하지는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붙들고 있는 것이 과연 하나님이겠습니까, 아니면 우리 자신이 빚어낸 하나님의 우상이겠습니까?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하나님의 존전에 무릎 꿇고 기도하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나님의 우상을 만들어 섬기는 우상숭배자가 아니겠습니까? 고작 주일예배 한 번만 참석하고서도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하나님을 단정하고 있는 자기 숭배자가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우리의 욕망과 편견과 단견을 좇아 스스로 하나님의 우상을 빚어내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십시다. …… 하나님께서 무한하신 당신을 계시해 주신 성경 말씀을 통해 날마다 겸손하게 하나님을 더욱더 알아 가십시다. 더 이상 우리 자신이 하나님을 빚으려 하지 말고, 말씀 안에서 하나님에 의해 우리 자신이 날로 새롭게 빚어져 가십시다.
김찬홍 목사(주찬양교회)가 이재철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재철 목사의 책 『사도행전 속으로 - 제 3권』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