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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중매 세번은 해야 된다는 소리가 있다. 심지어 중매를 세번하면 천당에 간다는 말까지 있다. 웃기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남을 전인적으로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일이 결혼이라서 의무감을 갖도록 장려하는 말인지 모른다. 의무감으로 뒤집어 씌운대도 하기 힘든 것이 중매이다. 내 친구 하나는 맞선을 50 번 본 끝에 현 남편과 결혼했다고 한다. 한쪽이 마음에 들면 한쪽이 싫다고 하는게 십중팔구일 것이다. 둘 다 싫다하는 일도 대부분 일테니, 남의 일에 끈기를 낼 수가 없는것이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중매를 해서 성사 시킨 일이 서너번이나 된다. 그중에 한번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실패였다. 그러나 셋은 아주 좋은 가정들을 이루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세상에 나서 한 일 중에 최고로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제1화 미스 임

맨 처음 있었던 일은 도련님의 대학원 친구를 시누이 집에 놀러가서 처음 보고"내가 중매해 준다!"고 남편이 큰소리를 친게 발단이었다. 차를 타고 집에 오면서 나는 "생전 처음 본사람을 어찌 안다고 중매한다고 그랬어요?"라고 잔소리를 시작했다. 콧수염을 기른 그 청년이 미더워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왜 그날은 그렇게까지 잔소리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언제 해 줄 것이에요?, 무슨 책임 못 질 이야기를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듣다 못한 남편이 "당장하면 되지, 뭘 그래?"하고 악을 쓰는게 아닌가? 내 잔소리에 나도 미안했는데 갑자기 교회의 한 아가씨가 머리에 떠올랐다.  미스 임! 그 이름을 말하자 자기가 생각해 냈던 것처럼 "그럼 그렇게 하자"는 것이 아닌가? 별 생각없이 큰 소리친 말 하나가 그렇게해서 구체적으로 진행이 된 것이었다. 집에 오자마자 남편이 미스임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때가 밤 9 시 반이 넘었는데도 당장 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청년에게도 당장 오라는 전화를 했다. 어찌 설득 당했는지 마지 못한 척하면서 호기심으로 충천한 두 젊은이가 왔다. 미스 임은 엄마를 모시고 왔고, 그 청년은 우리 도련님과 함께 왔다. 아까의 콧수염을 싹 깍고 깨끗이 면도를 하고 왔다. 순수한 청년의 모습이어서 고마왔다. 두 사람이 우리 집에 도착한 건 밤 10시가 지나서였다. 둘을 인사 시키고 우리는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엄마는 그 청년이 마음에 영 안 들은 눈치였다. 그러니까 우리 끼리는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길어져서 11시가 넘도록 끝이 나려고 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만 이야기하고 가라고 각각 집으로 쫓아버렸다. 다음날 물어보니 남자 쪽에서는 싹싹한 미스 임을 아주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여자쪽에서는 엄마의 입김 때문인지 남자가 영주권이 없는 유학생이고 체구도 적다고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었다. 그때 남편은 약간 거짓말을 보태서  "그 청년이 너를 많이 좋아한다." 청년에게도 "그 처녀가 너에게 호감이 아주 많다."고  말을 해주고 다시 한 번 우리집으로 호출을 하였다. 두번째 만나서는 급진전이 되어 결국은 결혼으로 골인을 하였다. 나중 미스 임이 하는 말이, 그 전날밤 내 남편을 꿈에서 보았는데 중매를 해줄 것이란 예감이 들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날 밤 못 이기는 척 왔었던 것이라고… 그렇다면 우리가 부부싸움 끝에 중매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하나님이 계획하신 일이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 남자는 세월이 가면서 진가가 나타나는 사람이어서, 박사 학위도 땃고 장모님 사랑도 아주 많이 받아내고,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니 감사하기 짝이 없다.

제2화 미스 임의 친구

새 부부가 탄생하자 미스 임의 친구가 용감하게 "나는 왜 중매 안 해 주세요?"하고 물어왔다. 그래서 남편 선배의 동생을 소개해 주었다. 똑같은 수법을 써 먹었다. 즉 우리 집에 오라고 해서 인사를 시켰는데 하나도 애 먹이지 않고, 두번 오라하지 않고도 쉽게 결혼에 골인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한 후 예쁜 핸드백을 선물로 가져왔다. 이렇게 쉽게 두가정을 이루니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사람들이 결혼 센터 간판을 걸으라고 야단들이었다. 그렇지만 그 다음 중매한 일에 큰 낭패를 볼 줄이야!

제3화 친구의 딸 

처녀는 잘 아는 친구의 딸이었는데 엄마가 딸이 노처녀 될까봐 하도 걱정을 하기에 수소문을 했던 케이스. 남자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몇 사람 건너서 중매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귀한 집 딸을 사기꾼에게 넘겨준 꼴이었다. 여자 꼬시는 기술 외에 아무 것도 없는 허우대만 멀쩡한 남자였던 것이다. 문제는 처음 만난 날 여자가 남자에게 단번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거짓정보, 예를 들면 대학을 안 나왔는데 나왔다고 하고, 돈이 한푼도 없고 그거 두쪽 밖에 없는데 사업자금을 모아 놓았다고 하는 등 말하는 것마다 거짓이었다. 유치장에도 들어갔던 적이 있었단다. 내 참, 그런 사기꾼이 감히 양가의 규수와 결혼을 하려하다니! 내 주위에서 한번도 못 본 그런 사람이 우리 주위 이민사회에 있을 줄을 꿈밖이었다. 그런 사실이 막판에 들통이 났지만 여자가 완전히 정신이 홀려서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식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석달을 살고는 두둘겨 패대는 남자에게서 도망나와 결혼 무효 소송을 했다. 그 과정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고 힘들었는지! 뺨 석대로 해결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다시는 중매 같은 것은 안 한다고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죄지은 자의 맘으로 정말 오랫동안 그녀를 위해 기도했다. 기도의 응답이라고 믿지만 2 년 뒤 기적적으로 아주 탁월한 미국 의사를 만나서 결혼하여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휴우--- 그래도 중매 한번 잘못하여 한 여자의 몸과 맘에 멍을 들여놓고 좋은 친구를 잃어 버렸으니 얼마나 큰 손실이었는지 모른다. 참으로 괴로운 경험이었다. 

얼마 후 한 커플 더 중매해서 잘 되었던 일이 있는데 나중에 자기들끼리 만난 것이라고 우기며 우리들의 공을 깡그리 무시해서 씁쓸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원상복구 시킬 수도 없고..ㅎㅎㅎ. 

어쨌던 서너 번 중매로 얻은 것은 핸드백 하나 뿐. 아니, 결혼 축하금으로 손해가 왕창 난건가? 감사 표시야 어떻게 됐던지 제발 잘만 살아달라고 마음 속으로 빈다. 우리가 중매한 사람들이 잘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한 것이 있다. 

중매 세번의 의무는 다하였지만 우리 교회 홀아비들이 눈에 밟힌다. 경험을 살려서 한번 더 뛰어보려고 하는데 늙을수록 까다로워지는 사람들을 어찌 만족시킬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2007년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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