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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뜬눈으로 새웠다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이리저리 포개져 있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내와 어머니는 언제 일어났는지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짐이라야 양탄자 벽걸이 한 개, 담요 한 장, 양푼 두어 개뿐인데 노끈으로 묶기를 반복한다

고통스러운 일 앞에서 가슴이 먹먹하면 그들은 말없이 하던 일만 되풀이 한다

사크홍바! 

그는 오늘 중으로 가족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야 한다 

정한 기한을 이미 일주일이나 넘겼다 

이번에도 버틴다면 어쩌면 살해당할지도 모를 일 

서둘러 문밖으로 나갔다

지친 하늘이 새벽녘 서릿발로 고원을 덮고 해는 아직도 등을 돌리고 있다

사냥을 위해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칼과 엽총을 들고 호건* 주위를 맴돈다

어디서 무릎을 꿇고 기도해야 하나!

엄동설한에도 끓는 심장은 무엇을 해야 하나!

밭은기침으로 콧물을 튕기며 바람 따라 집 주위를 돌고 있다

영혼은 아이들과 잠을 자고 있는데… 

그 역시 하는 일만 계속할 뿐이다

싸늘한 벌판 저쪽에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아~ 누가 온다

기병대 대장이 뉴에코타 협약의* 문서를 내밀며 나팔을 길게 분다

삶은 옥수수 한 줌, 순무 몇 뿌리, 끓인 물 담은 물통을 짐꾸러미 위에 올리고 집을 나선다 

태양에게 외면당한 눈발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달랑 걸친 홑겹의 옷에 가죽신을 여미고 영문도 모른 채 선잠을 깬 아이들의 칭얼거림을 마음으로 꼭 안는다  

눈물이 볼을 타고 씰룩거리는 입가로 줄줄 흐르는데 오천리 장도 돌아오지 못할 길 떠난다

따라오지 못한 영혼은 정지된 화면으로 남겨둔 채


*눈물의 길(Trail of Tears): 1830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이주법으로 집행된 아메리칸 인디언 강제 이주를 눈물의 길이라고 불렀다.

*호건(Hogan):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살던 집

*뉴에코타 협약(Treaty of New Echota): 미국 조지아 주의 뉴에타코에서 미국 정부관리와 체로키족 소수의 정치 지도자 간에 맺어진 협약이다. 이 조약은 1836년 개정되어 비준되었다. 조약은 전 체로키 국가가 인디언 준주가 있는 서부로 이주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약이다. 이 조약이 체로키 국가 위원회에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미국 상원에서 비준되었고, 법적인 효력을 갖는 '눈물의 길'이라는 강제 이주를 집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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