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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 전 교회에서 박 권사님이 내 귀에 대고 속삭이셨다. "나는 이 권사 보고 싶어서 교회 오고 싶어…"찬양대 연습실에서 바로 내 옆에 앉으시는 박 권사님의 말씀… "난 우리 이 권사가 참 좋아. 정말 주일날이 기다려질 정도야..." 와! 이런 황송한 말은 내 생전 처음 들어 본 말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듣고 싶은 말이 그 말인데 그 분에게서 처음으로 들었던 것이었다. 더구나 어렵게 생각하던 그 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농담이신가 하고 깜짝 놀라서 쳐다 보았더니 웃음을 가득 띄우고 정답게 쳐다보시며 진심으로 그러시는 것이었다.

참, 근래 들어서 권사님이 나를 여러가지로 챙겨주시던 생각이 났다. 연필주머니도 자기 것 사실 때 두어개 더 사가지고 오셔서는 나에게도 주셨다. 그게 처음이었는데 그 후로 얼마나 여러가지를 받았는지 모른다. 남편 아프다고, 둘째 딸 시집 간다고, 안 받으려니까 화를 내셔서 할 수 없이 받았지만, 카드에 돈을 넣어서 주시기도 했다. "내 맘이야" 하시며… 사탕이요, 수박이요, 버섯이며... 봄철 내내 집에서 키운 근대며, 채소며 자주 따다 주셨다. 무엇이든지 자꾸 주시려고만 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누구에게서 받는 일이 익숙치가 않아서 받을 때마다 미안하고 어려워서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지난 주에 캐나다에서 돌아오니까 그 안에 비싼 상황버섯과 화장품이 든 가방을 주셨다고 남편이 받아왔다. 비싸서 한 번도 남편에게 안 먹여 본 버섯... 아이구 어떻게 하냐? 나는 아무 것도 못 드리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찌 할꼬….  받는 것이 주는 것보다 많은 것은 늘 부끄럽다. (하나님 제가 못 다 갚는 것 좀 갚아주세요...) 

얌체같이 내가 한 것이라고는 감사 카드를 보낸 것과 감사 전화 메세지를 남긴 정도… 그런데 감사 카드에 시를 하나 넣어서 드렸더니 사람들에게 자랑까지 하시며 좋아하시는 것이었다.

지난 주일날 '피닉스 앙상블' 합창단에 꼭 들어 오라고 권하셔서 화요일 연습에 처음 들어갔더니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시인이라고 불러주시기도 하고 재주꾼이라고 추켜 세우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첫 회비와 음악책 값까지 다 내주셨고...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건 너무 지나친 호의가 아닌가? 그런데 남편되시는 박장로님은 부인보다 한술 더 떠신다. 나만 보시면 만면에 웃음을 띄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이 러브 유, 이권사" 하시며 허그를 하시는 것이다. 어제밤 이웃 교회에 장례식이 있어서 갔더니 그곳에서 장로님을 만났는데 또 "아이 러브 유…"하며 달겨드시는 것이 아닌가? 다른 남자가 그러면 도망 갈텐데 하나도 안 징그럽고 귀여우시다. 물론 남편에게도 동생처럼 잘해주신다. "교회니까 이 권사 같이 똑똑하고 젊고 재주 많은 사람과 이렇게 허그도 하고 잘 지내지, 딴데서야 어찌 그럴 수가 있느냐?"면서 웃음으로 얼굴을 온통 주름 잡으며 좋아하신다. 이런 사랑을 받다니,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이분들은 시카고에서 우리 보다 먼저 오신 분들로 여기 피닉스 교회에서 2년전 처음 만났다. 우리보다 연세가 조금 더 많으신데 처음에 시카고에서 왔다고 괜히 좋아해 주시더니 무슨 이유만 있으면 점점 더 좋아해 주셔서 지금은 몸둘 바를 모르게 좋아해 주시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 장로님이 병원에 병문안 오셨다가 성질 급한 내 남편이 나한테 함부로 하는 장면을 보셨다. (자주 그러면 쫓아 낼텐데 그 정도는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음. ㅎ) 그때 마침 내가 남편에게 참을성 있게 공순히 잘 대해준 것을 들켰다. 그 이야기를 집에 가서 부인에게 과장해서 말씀해주셨는 것 같다. 그 뒤로부터 그 이야기를 가끔 하시는 것을 보면... 아픈 남편에게 어느 악처라도 안 그럴까만 그 집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을 내가 보여 준 것이었을까...

남들에게 들은 그 집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이렇다. 남편 장로님이 졸병일 때 간호장교로 만난 부인께서는 아주 엄격하기 짝이 없는 군대식 규칙들을 가정에서 지키게 만들었다 한다. 조금만 잘못하면, 평생 장교, 평생 졸병으로 60년대 군대식으로 엄히 남편을 혼내시기도 하며 일생을 살아오셨다고... 장로님은 아무 것도 맘대로 못하시고 부인 말이라면 하나님 말씀 다음으로 쩔쩔 매며 듣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가끔 부인의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절절 매시는지 모른다. 깍듯이 존대말을 쓰시면서… 두 분이 키도 약간 작으신데 그렇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어린아이들 소꼽장난 하시는 것 같이 사랑스럽다.  

사실 처음에 이 교회에 왔을때 장로님은 웃는 낯이셨지만 권사님은 얼굴이 차디차고 무서웠다. 말소리도 조금 위압적 이셨다. 조금만 잘못 된 일이 있으면 아무도 안 무서워하고 큰 소리로 옳은 말씀을 하시기 일쑤고 너무나 얼굴이 딱딱해서 친하고 싶어도 망설여졌을 지경이었다. 내가 굳게 믿기로 예수 믿는 사람은 친절하고 웃는 낯이어야 하는데 그 때는 전혀 안 그러셨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언제부터인가 잘 웃으시는 것이다. 옛날 찡그린 얼굴은 어디로 가고 그렇게나 밝은 낯을 하고 계실 수가 없다. 옳은 말씀은 여전히 하셔도 웃는 낯이니까 이제는 하나도 안 무섭다. 

성가 연습할 때 나는 옆에 앉아서 권사님 말씀을 들을 기회가 많다. 자주 자기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 것과 얼마나 감사한 일이 많은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해주시면 나는 가만히 들어 드릴뿐이다. 권사님은 은퇴 연령이 지난 지금도 수술실 간호원을 하시고 있는데 오버타임이 생기면 마다않고 일해서 그 돈은 뚝 떼어 온갖 좋은 일을 하면서 사신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대하여는 엄격하시기가 역시 군대식이다. 무엇이든지 옳은 대로, 좋다는 대로만 반듯하게 하신다. 꼭 잡수실 것만 간단히 잡숫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건강을 돌봐서 남들보다 피부도 곱고 아직도 염색 안한 검은 머리에 어려 보이는 얼굴을 하고 계시다. 자기가 하시는 좋은 일을 가끔 살짝 자랑도 하시는데 이곳 저곳으로 얼마나 많은 선교비를 지원하시던지 깜짝 놀랄만하다. 한 번은 이 동네 미국 신문에도 나오기도 하셨다. 나이 많은 한국인, 수술실 간호원의 바른 인생관과 평생 찬양하는 삶의 이야기... 자기가 죽으면 시체도 기증할 것이므로 무덤 같은 것은 필요없다 하신다. "그럼 나중에 시체는요?" 했더니 "그 사람들이 태우든지 버리든지 하겠지…" 나는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담담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처음 만나 보았다.

그런 훌륭하신 권사님과 장로님의 내게 베푸시는 사랑을 그냥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또한 이번에 내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을 감사하는 맘으로 듣고 생각해보았다. 언젠가 내가 별 볼일 없는 사람, 한가지 잘하면 열가지는 잘못하는 허물 많은 사람임이 들통나면 실망하실 때가 오긴 하겠지만 그때까진 두 분의 사랑을 맘껏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야지… 비록 거저 주시는 사랑을 받을 자격이 조금도 없지만… 그러고 보니 나도 권사님과 장로님이 보고 싶어지고 교회가 더 즐거운 곳이 된 것이다. 아, 나도 사람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그런 말을 해 주어야지. "당신이 보고 싶어 교회 오고 싶습니다."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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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를 노래함

 

아, 아침마다 노래하는 새소리 높고

리, 리화꽃, 오렌지꽃 향내 가득한

조, 조용한 피닉스, 아름다운 터에

나,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 모여

한, 한 솥밥 한 식구 어울렸다네

인, 인정 마른 세상에서 얻을 수 없는

장, 장차 천국까지 함께 갈 형제들

노, 노력없이 얻었으니 횡재 아닌가

교, 교회에서 만나게 된 귀한 식구들

회, 회중 속에 함께 하신 주님 주셨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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