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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민생활의 첫 관문

74년, 미국에 처음와서 제일 먼저 넘어야할 관문은 운전면허 시험이였다.

운수업을 얼마간 하시던 아버지 덕에 버스나 트럭은 남보다 일찍 타 보기는 했지만 자가용 승용차는 특별한 부자나 굴렸던 시절, 내 25년 한국살이 기억에 한번도 타본 적이 없었으니 운전이란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 억센 남자들이나 직업으로 하는 일로 생각하던 때였다.

미국에 와 보니 왠만한 사람은 다 운전을 하고 있었고 똥차라도 자가용을 안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차가 없으면 너무나 불편한 생활 동선이기 때문에 한두번 버스타고 시장을 다녀 오고 나선, 양쪽 팔로 짐을 나르는게 너무 힘들어 꼭 차를 사야하고, 운전을 꼭 해할 필요성을 절감했던 그즈음.

어느날 남편은 처음 만난 이웃 이탈리안에게 운전 필기시험 보는데 좀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시험공부는 커녕 운전법규 책도 아직 구경 못한 상태였다. 

떨어져도 좋으니 무조건 가자는 것이었으니, 준비없이 무얼하기 싫은 내 성격엔 아연실색했던 일이었다. 물론 보기좋게 둘 다 떨어졌을 밖에. 

그때까지는 한번도 시험에 떨어져 본 일이 없었는데 세상나서 처음이었다. 준비 안된 채 시험을 본다는 게 말도 안되고 낯 뜨거운 일이었는데, 왜 남에게 헛걸음 시키냐고 준비한 다음에 자신있을 때 한번만 부탁하지...

성격파악도 안 끝난 채로 결혼했던 새색시 체면에 고마운 이웃 남자 앞에서 남편에게 짜증을 낼 수도 없었다. ㅎㅎㅎ

 

2. 첫 과제, 운전면허증 합격!

급하기도 하지, 바로 그 다음 날에 전날 가지고 온 책으로 공부를 해서 이웃 친절남과 다시 가서 필기 시험에 합격을 했다. 그것봐, 그렇게라도 시작했으니까 이렇게 빨리 되는 거야..의기양양 남편.

하기는 내 식으로 했으면 한달 이상 더 걸렸을 껄? ㅎㅎㅎ

남편은 인턴으로 너무 바쁘고, 나는 아무 일도 하는 일이 없으므로 운전실기를 배우는 과업이 나의 미국 첫 과제로 떨어졌다.

미국인 운전학원에서 딱 4시간을 배웠다. 누군가 5시간 연습해서 붙었다는 말을 해줘서 나는 혹시나 하고 4시간만에 시험을 보아봤는데 역시나 떨어졌다. 다시 한시간을 더 채워서 두번째 도전을 했고, 나도 드디어 합격을 하였다.

와~ 합격! 지금도 그때의 기쁨이 생각난다. 그 작은 파란 종이를 받아들고 남편과 나는 세상을 얻은 양 겅중겅중 뛰며 좋아했던 기억.ㅎㅎ

드디어 카딜러로 직행하여 GM 말리부 3600불 짜리 새차를 샀을 때의 기분이란! 3년 월부 90불, 25프로 끔찍한 이자를 내고 샀지만 그때는 그게 얼마나 끔찍한 높은 이자인지 전혀 감 잡지 못했다. 그저 새 차의 주인이라는 것만 너무나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생전 처음 산 저 갈색 새 차가 우리 차라니! 아파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데다 파킹을 해놓고 내다보며, 또 바라 보며 황홀해 하던 생각이 난다. 심지어 비좁은 아파트에 갇혀있기에 뉘가 나면 하염없이 자동차 안에 들어가 새 차 냄새를 맡으며 가만히 앉아 좋아하기도 수없이 많이 했다. ㅎㅎ

 

3. 이혼 깜 운전 교습

남편 운전 가르치는 일이 그 다음 과제로다! 부부 간에 가르치다가 싸움이 나서 이혼한다는 운전, 그래도 돈을 아끼려니 내가 가르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젠틀하게 운전을 하고, 남편은 자기 맘대로 운전을 한다. 법은 깨뜨리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번은 대로 중간에 그냥 서는 것이었다. 설려면 길가로 붙어서 서야 되는데 그냥 가던 길 중간에! 와 진땀 나게... 지금까지도 잔소리를 안 할수 없는데 그때는 오죽했으랴?

남편은 말을 잘 안듣고 제 멋대로 하니 가르치기가 너무나 힘든 사람이었다. 얼마나 고함을 질러대며 가르쳤는지! 그런대도 결국 2번을 내리 떨어지고, 일년 기한을 넘겨 다시 다른 곳에 가서 돈을 또 내고 시험을 봤다. 

시카고 시내 면허장은 시험관들이 까다롭고 무서워서 교외로 나가서 시험을 보면 더 쉽다는 이야기가 돌았었다.

소문대로 친절한 남부교외의 시험장에서 단번에 쉽게 합격을 했다. "네 남편 운전 잘한다"고 까지 말해주는 마음씨 좋은 시험관을 만났기 때문이다.ㅎㅎ

 

4. 첫 사고.. 그리운 옛날이여!

운전면허를 딴 직후, 남편이 운전을 하고 시카고 업타운을 갈 일이 있었다.

신나게 하이웨이를 달리고나서 보통 길로 바꿔 타는 길목이었다.

건너편에서 경찰차가 이쪽을 향해 오는 신호등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경찰차가 앞에 있어요." 주의를 주었다. 그 한마디에 갑자기 밟을 필요도 없는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개스를 밟고, 벌벌 떨며 운전을 하더니 결국은 남의 차를 받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바로 그 경찰차를 받아버리는 것! 그런 사고를 낼 장소도 상황도 전혀 아닌데 너무나 어이없이 그렇게 사고를 쳤다.

기막혀 하는 경찰관이 티켓을 3장이나 한꺼번에 써 주었다. 도시 재물 훼손죄와 교통법규 위반 티켓 두장을 한꺼번에. 법정에 가는 날까지 무척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세상이 참 좋을 때 였다. 50불인가 내고 변호사를 쓰니 입 한번 벙긋 안 하고도 몽땅 무죄가 되었으니까. 

세상 좋았던 그때는 왠만한 티켓은 다 교육영화 한편 보는 것으로 용서를 해 주었었다. 자주 티켓 먹는 남편 대신 법정에 출두를 해서 영화를 보고 온 적도 두세번 된다. 1974년 그때는 사진이 없는 운전 면허증이었고 우리 이름이 외국이름이라 그들이 잘 모른다는 약점이 있기에 대리 출두가 다 통했으니 아, 옛날이 그립다. 

지금은 티켓당 무조건 2-300불 벌금을 먹인다. 모자라는 시 재정 확보차원에서 그런다하니 그런데서 세월이 많이 나빠지고 살기 힘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요즈음도 가끔 티켓을 먹어 없는 돈에 시 재정 확보에 지대한 공을 세우는 남편, 그렇게 버리는 돈이 제일 아깝고 속상하다.

그후 차례로 내 동생들이 이민 와서, 또 친구 조박사도 박사과정 밟을 때 등 여럿에게 연습을 시켜 합격하게 해준 기억이 난다. 하나같이 좋은 운전사들을 만들었는데 남편만은 처음부터 안되었고 영원히 잔소리 대상일 뿐이다. 아무리 선생이 좋아도 학생이 불량하면 소용이 없는 것.

잔소리 하기가 싫어서 내가 차라리 운전하고 말 때가 많지만 다른 여자랑 살았다면 이혼을 몇번 당했을 것이라고 분한 마음으로 놀려준다. ㅎㅎㅎ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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