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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그것은 "600 파운드의 삶(600lb life)" 라는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 이미 감을 잡았겠지만 고도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위절제 수술의 권위자인 한 의사를 찾아가 수술을 받기 위해 여러가지 생활 습관을 바꾸고 결국에는 수술을 받게 되는 1년간의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이다. 내용은 별 것 아닌 것 같고 프로그램의 구성도 뻔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인기가 꽤 많은 것 같다. 시즌 8이 방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유튜브에 꽤 많은 방송 영상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여기에 등장하는 의사의 처방과 치료법 때문이다. 보통 살 빼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무섭게 생긴 트레이너가 등장하여 참가자들을 혹독하게 운동시키고 식단조절을 하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숙 훈련을 하며 집중 훈련을 시킨다. 참가자들끼리 때로는 경쟁적으로 살을 빼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는 식단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리스트를 참가자에게 던져주며 집으로 돌아가 스스로 한달에 50파운드 그러니까 약 23kg을 감량하라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두 달에 100파운드, 어떤 이에게는 한 달에 50파운드,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게 목표 설정을 해 주지만 중요한 것은 먼저 스스로 어느정도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해 감량을 해 와야 위 절제 수술 대상자로 받아 주는 것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구구절절한 이유로 제대로 감량을 하지 못한 채 이 의사를 찾아오게 되면, 이 의사는 쪽집게처럼 환자의 가장 취약한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고는 단호하게 꾸짖는다.      

"스트레스 때문에 식단 조절에 실패했다고 핑계 댄다면 평생 살을 빼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스트레스는 언제나 우리 삶에 존재하기 마련이니까요."

"당신은 지금 하루동안 먹는 양을 내게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교묘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하면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조정하여 먹을 것을 계속 가져다 주게끔 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의 참가자에게 수술 전이나 후에 심리상담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고도 비만이 된 것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비만이라는 것은 결국 마음의 문제를 음식으로 달래게 된 것에서 초래된 것이므로 꼭 심리 치료를 통해 문제의 근원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중독의 근원이 되는 마음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위절제 수술을 받게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사람들은 다시 고도비만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의사의 권유대로 상담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데, 어릴 때 경험했던 언어나 신체 폭력, 가정 불화, 각종 트라우마들을 상담가에게 털어 놓고 자신이 왜 음식을 통해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회피하게 되었는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상담가들은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고통이나 과거와 직면하고 그 문제를 종결지을 여러가지 방법이나 기술들을 알려준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학교 현장에서 마주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먼저 게임중독 말이다. 사람들은 게임 중독을 치료하거나 방지하기 위해 게임기, 컴퓨터 등을 압수하거나 합숙 훈련 같은 곳에 보내기도 한다. 단시간에 효과를 보려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게임 중독에 병적으로 빠져들게 된 데에는 게임으로 잊고 싶은 아니면 회피하고 싶은 마음의 짐이나 병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600파운드 삶에 나오는 의사가 식단조절 및 위절제 수술 같은 물리적인 방법과 심리 상담을 함께 하여 몸과 마음을 모두 치료하는 것처럼 학생들의 중독 문제도 게임기 압수 및 합숙훈련 같은 물리적인 조치와 더불어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병행하여 마음가짐과 행동거지 모두를 다루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마음과 행동을 함께 치료하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학생들은 또다시 게임중독에 빠져들게 되거나 아니면 다른 중독으로 갈아타게 된다.     

특수교육에서도 마음과 행동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자폐학생들의 상동행동을 다룰 때이다. 자폐학생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몸을 같은 방향으로 흔들거나 손을 펄럭이거나 아니면 특정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는 것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의 담임 교사로 일할 때 반에 상동 행동을 지나치게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다다닥 두드리는 행동을 하였다. 그런데 그 소리가 수업에 방해가 되어 특수반 선생님과 나는 늘 골머리를 앓으며 어떻게 하면 그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였다. 학생의 손에 장갑을 끼우기도 하고, 책상을 아예 치우기도 하고, 책상에 장판을 붙여서 두드려도 소리가 덜 나게도 해 보았다. 그 당시에는 그 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깊이 알려고 하지도 않고 다만 그 행동을 멈추게 하는데에만 온 정신을 쏟았었다.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자폐 학생들의 상동행동은 학생이 불안하거나 지루하거나 신체 자극이 필요할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을 안심시키거나 지루함에서 벗어나게 하거나 신체를 자극할 대체물을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상동행동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돌이켜 보니 그당시 우리반 학생이었던 그 친구가 수업이 너무나 지루하여 책상을 두드렸던 것 같다. 그 때 잠시 산책을 다녀오게 하거나 아니면 그 학생이 할 수 있는 활동을 주었더라면 손바닥이 아프도록 책상을 치는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600 파운드의 삶'에서 몸과 마음은 하나이고 함께 다루어야 한다는 진리를 새삼 발견한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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