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생각하는 것만으로 여러 대의 '드론(무인기)'을 조종할 수 있을까.
아리조나대(ASU) 연구진이 인간 뇌의 신호로 여러 대의 드론을 동시에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최근 공개했다.
뇌에서 나온 전기신호를 이용해 휠체어나 로봇 팔 등을 제어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Brain-Machine Interface)' 연구 사례는 많았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동시에 여러 대의 로봇(드론)을 조종하는 BMI 시스템 연구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BMI 시스템의 핵심은 조종하는 사람이 머리에 쓰는 기기다. 이 기기에는 128개의 전극이 컴퓨터와 연결돼 뇌가 명령을 내릴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기록한다. 조종하는 사람이 손을 움직이거나 어떤 것을 생각할 때 특정 부위에 빛이 들어오도록 고안됐다. 기기를 머리에 쓴 조종사가 '드론들끼리 가깝게 비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 뇌의 특정 부위에서 나온 전기신호가 컴퓨터에 기록된 뒤 무선 통신 시스템을 통해 드론에 전달된다. 신호를 전달받은 드론들은 각자 비행 위치에서 서로 가까워져 부딪치지 않도록 비행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동하는 물체의 궤적을 기록할 수 있는 '모션 캡처' 시스템을 함께 적용해 드론끼리의 비행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이 개발한 BMI 시스템은 최대 4기의 드론을 조종할 수 있다. 기술이 완성되면 한 사람의 조종사가 '생각만으로' 여러 대의 드론을 조직적으로 비행시키며 재난 현장, 전장을 감시하거나 생존자를 찾아내고 구조하는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아리조나대 인간지향 로보틱스 컨트롤 연구실 책임자인 파나지오티스 아르테미아디스 박사는 "여러 대의 로봇을 조종하는 인간 뇌의 활동을 이해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라며 "사람과 로봇 사이의 상호작용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4년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86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BMI 시스템은 조종사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조정돼야 한다. 또 같은 조종사라고 하더라도 매일 시스템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치 사격을 할 때 '영점 조정'이 필요한 것과 유사하다.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뇌의 신호는 컨디션에 따라 날마다 미세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시스템의 '영점 조정'을 위해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아르테미아디스 박사는 "최근 20~30년 동안 단일 기계에 대한 BMI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이제 한 사람이 복수의 기계를 뇌로 컨트롤하는 연구로 나아갈 때"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연구 성과는 로봇과 우주탐사 분야에서 크고 값비싼 기계나 비행기, 우주선을 만드는 대신 작고 값싼 드론과 같은 기기를 여러 대 만들어 활용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드론의 절반을 잃는다 해도 나머지 절반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조종사가 다수의 드론을 조종하는 동안 '드론 조종' 외 다른 생각을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여러 대의 드론을 효율적으로 조종하기 위한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도 장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