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다락방에 처박혀있던 그림이 알고보니 무려 1000만 달러(약 112억원) 가치의 작품으로 알려져 화제에 올랐다.
지난 8일 언론들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선시티에 위치한 한 주택 다락방에서 유명 화가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 한 점이 발견됐다.
무려 100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매겨진 이 작품의 화가는 미국의 대표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잭슨 폴록(1912~1956)이다.
그는 캔버스 위로 물감을 끼얹고 튀기는 방식의 액션 페인팅의 대가로 20세기 현대미술의 큰 족적을 남겼다.
다락방에서 먼지가 켜켜이 쌓인 그림이 세상 빛을 보게 된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지난해 1월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주택 주인은 아리조나의 경매회사인 J.래빈 옥션에 집에 보관된 NBA 농구팀 LA레이커스 기념품의 감정을 요청했다.
이 기념품 중에는 스타 선수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인도 있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
계약에 따라 경매회사는 그의 집에 방문해 조사를 벌이던 중 다락방에서 심상치 않은 작품들을 발견했다.
이 중에 포함돼 있던 것이 바로 폴록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작품.
이에 경매회사는 미술 전문가와 과학자들을 동원해 1년 여에 걸친 조사에 들어갔고 최근에서야 이 작품을 폴록의 진품으로 결론지었다.
경매회사 대표인 조쉬 래빈은 "현 주인은 폴록이라는 이름을 나를 통해 처음 들었다"면서 "진품임을 확인하는데만 무려 5만 달러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인도 모르는 폴록의 작품이 어떻게 다락방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현재 노인요양시설에 사는 주인은 이 주택을 사망한 이복 누이인 제니퍼 고든에게 물려받았다.
고든은 뉴욕의 저명한 예술비평가인 클레멘트 그린버그(1909~1994)의 절친이자 같은 모임 멤버.
특히 고든이 그린버그와 잘 아는 사이라는 점은 폴록과의 강력한 연결고리가 된다.
당대의 탁월한 비평가였던 그린버그는 말주변이 없던 폴록을 대신해 설명하기 힘들었던 그의 작품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해줬다.
폴록을 세계적인 화가의 반열에 올린 인물이 바로 그린버그였던 셈이다.
래빈은 "작품 자체의 감정과 취득 경로까지 완벽하게 폴록의 진품이 확실하다"면서 "곧 경매에 부칠 예정으로 최소 1000만 달러에 낙찰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