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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별세한 미국 보수 정치계 거물 아리조나의 존 매케인(공화) 연방상원의원이 2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모교인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묻히며 영면에 들었다.

이날 안장식에서는 덥고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 백명의 추모객이 해군사관학교 바깥에 모여 한 손을 가슴에 얹거나 성조기를 흔들며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일부 추모객은 "봉사에 감사합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축복을", "매버릭(Maverick·이단아), 편안히 잠드소서"라고 적힌 카드를 들고 있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운구행렬은 부인인 신디 매케인과 자녀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추모객 사이를 지나 장지로 향했다. 

이 행렬에는 해군사관생도 시절 친구인 프랭크 감보야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포함됐다. 

베트남 전쟁 당시 매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포로 생활을 했던 존 퍼 등 전우 2명도 관을 맸다.

이날 고인을 기리는 해군 전투기의 공중 사열도 함께 거행됐다.

매케인 의원이 안장되는 이날 애나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는 그의 106세 모친 로베르타를 포함한 가족들이 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해군 조종사 출신이자 아리조나 연방상원인 제프 플레이크는 SNS에 "오늘 내 친구가 영면에 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쓴 뒤 매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린지 그레이엄 연방상원의원도 추도사에서 "매케인보다 군을 사랑했던 이는 없을 것"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그의 유지에 따라 해군사관생도 시절 방을 나눠 쓰던 평생 '절친'인 해군 제독 척 라슨의 묘지 옆에 안장됐다. 

라슨 제독이 2014년 사망한 뒤로 고인은 '자신의 출발점에서 가까운' 친구의 곁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혔었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지는 그가 회고록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알링턴 국립묘지가 아닌 해군사관학교 영내로 정해졌다. 이로써 고인은 1958년 졸업한 후 60년 만에 모교로 돌아오게 됐다.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시작돼 워싱턴을 거쳐 애나폴리스에서 막을 내린 매케인의 장례식은 그 자신이 예의바름과 목적 공유 감정을 잃고 있다고 경고한 미국에 대한 그의 마지막 봉사였다.

1일 워싱턴 내셔널 성당에서 열린 매케인 장례식에서 그의 딸 메건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및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두 전직 미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을 경쟁하는 앙숙들을 연결시켜준 애국자로 기렸다. 

이들은 매케인에 대한 칭송을 분명히 한 것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화법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에 대한 거부감도 분명히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와 대중들의 삶에 작고 비열하며 하찮은, 과장과 모욕 및 조작된 분노로 가득찬 음모들이 넘쳐난다. 이런 것들은 용감한 정치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두려움 때문에 생겨난다. 매케인은 우리에게 이보다 더 나은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매케인과 경쟁했던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을 친구라고 부르면서 "매케인은 늘 '우리는 이보다 더 낫다. 미국은 이보다 더 낫다'라고 말했었다"고 말했다.

매케인의 딸 메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가 보는 앞에서 "미국은 항상 위대했기 때문에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해 장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난했다. 

이 같은 메건의 말은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지난달 30일 아리조나주 노스 피닉스 침례교회에서 엄수된 추도식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추모 연설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추도식에 참석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연단에 올라 "나는 조지프 바이든이고, 민주당원이다. 그리고 나는 매케인을 사랑한다"고 운을 뗀 뒤 "구식이긴 했지만 그에게는 명예와 용기, 성실성이 살아 있었다"며 매케인 의원을 추모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매케인 의원은 1970년대에 각각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과 의회 담당 해군 연락책으로 처음 만났다. 

둘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을 대표하는 인물로 2008년 대선 당시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각을 세운 사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는 서로 대척점에 서 있었지만 그들에게 정당의 칸막이는 무의미했다. 둘은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함께 정치에 몸담으면서 당적을 뛰어넘는 우애를 다져왔다. 두 사람은 1980∼1990년대 상원 본회의장 토론 때 옆자리에 나란히 앉곤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고인과 함께한 의정 생활 등을 추억하며 원로로서 점점 초당적 협력이 사라져 가는 정치권 세태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자신과 매케인 의원 관계를 "지나간 초당파주의 시대의 흔적"이라고 회고하며 매케인 의원이 마지막에는 '정상적인 질서' 복원을 위해 싸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둘 다 상원을 사랑했다"며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하원에서 초당파주의가 사라지는 걸 보며 애통해했다"고 의회의 분열상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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