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선수를 찾으라면 하인스 워드(45)를 꼽을 수 있다.
주한미군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NFL(미 프로풋볼) 스타 워드는 2006년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수퍼볼 MVP를 받았다.
스틸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통산 1000번의 패스를 받아 1만2083야드를 전진한 그는 2011년 은퇴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1시즌 또 다른 한국계 스타가 NFL 무대를 뒤흔들고 있다.
올 시즌 MVP 레이스에서 레전드 톰 브래디(44·탬파베이 버커니어스)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카일러 머리(24)다.
머리가 뛰는 아리조나 카디널스는 8승 2패로 그린베이 패커스 등과 함께 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이다.
머리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쿼터 코리안’이다.
결혼 전까지 ‘미선’이란 한국식 이름을 쓴 머리의 어머니 미시(57)는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의 전략 담당 부사장을 지낸 뒤 지금은 아들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머리는 신인 시절인 2019시즌 한국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는 등 자신의 혈통에 대한 자부심을 수시로 드러내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자기 소개란에 ‘Green Light’와 함께 한글로 ‘초록불’이라고 적어놓은 머리는 “어머니와 함께 언젠가 한국을 꼭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식을 먹는 사진도 자주 게재한다.
흑인 아버지 케빈(57)은 야구와 풋볼을 아우른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1982년 드래프트에서 MLB(미 프로야구) 밀워키 브루어스에 11라운드에 지명된 그는 NFL 드래프트에선 이름이 불리진 못했지만, 자유계약선수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에서 뛰었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머리는 프로야구와 프로풋볼에서 모두 1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미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2018년 MLB(미 프로야구)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지명된 그는 2019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카디널스 유니폼을 입으며 풋볼의 길을 걷게 됐다.
머리는 2019시즌 신인왕을 수상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카디널스의 상승세를 이끄는 머리는 체격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찬사를 듣는다.
키 178㎝로 현재 NFL 쿼터백 중 가장 작은 머리는 강인한 어깨와 빠른 발로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펼쳐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대 수비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기가 막힌 패스에 곧잘 성공해 ‘Human Highlight Reel(명장면 제조기)’이란 별칭도 얻었다.
머리는 올 시즌 2000야드 이상 던진 쿼터백 중 패스 성공률(72.7%)이 가장 높을 정도로 정교한 패스 플레이도 자랑한다.
17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기록했고, 발도 빨라 공을 직접 들고 뛰는 러싱 터치다운도 3개를 기록했다.
수읽기에 능해 상대 수비 위치를 파악한 뒤 빠른 대처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머리는 “초등학교 시절 체스 챔피언을 지냈다”며 “체스를 할 때 몇 수를 내다봐야 하는데 풋볼을 할 때도 그런 원리는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엔 발목을 다쳐 두 경기에 빠졌다.
머리가 없는 카디널스는 지난 16일 캐롤라이나 팬서스에 10대34로 대패했다.
아리조나 지역지 크론카이트 뉴스는 “머리가 작은 키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했던 많은 이의 입을 다물게 했다”고 전했다.
머리의 어머니 미시 머리는 말한다.
“아이들의 외할머니가 미국인과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아시아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아들이 한국 국가 대표 유니폼 등을 입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가 아시아 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은 그것(한국 문화의 자긍심)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