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에 물 알레르기로 샤워를 할 수도, 물을 마실 수도, 심지어 눈물을 흘릴 수도 없는 10대 소녀가 있다.
10일 뉴욕 포스트,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아리조나에 사는 15세 소녀 아비게일 벡은 지난달 수인성 발진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인성 발진 알레르기는 피부에 물과 접촉이 일어나면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구 2억 명당 한 명에게 발현되는 희귀병이다.
아비게일은 샤워와 운동 등을 할 수 없고 눈물조차 흘릴 수도 없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 "얼굴이 빨개지고 정말 심하게 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이 질병의 가장 괴로운 점 중 하나가 눈물"이라고 토로했다.
아비게일은 13살이던 2019년 이 증상을 처음 경험했다.
피부에 액체가 닿으면 심한 두드러기가 났다.
처음엔 그저 집에 있는 물이나 사용하던 스킨로션이 문제였다고 생각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그는 "시간이 지나고 병이 진행되면서 증상은 더욱 악화됐다. 비가 오면 너무 아팠다. 산성 물질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엔 그게 이상한 건 줄 몰랐다"며 "엄마에게 비가 올 때 비가 산성처럼 느껴지냐고 물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아비게일은 의사도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우려에 병원에 가는 것을 미뤄왔다.
그러다 결국 지난달 병원을 찾았으며 수인성 발진 알레르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아비게일은 엄마에게 자신이 질문했던 것을 기억하는지, 그리고 왜 그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를 물었는데 엄마는 그저 "아이들이 으레 하는 장난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아비게일은 1년 넘게 물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
물은 구토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분 함량이 낮은 에너지 음료나 석류 주스를 먹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엔 에너지 음료를 먹고도 위경련과 가슴 통증을 겪었다.
그는 "나는 항상 (음료의 성분이 적힌) 라벨을 확인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것엔 물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의사는 아비게일에게 수분 보충 알약을 처방했다.
만약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링거를 맞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인성 발진 알레르기의 원인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물의 어떤 물질이 면역 반응을 일으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또한 대부분 가족력에 관계 없이 무작위로 발현된다.
지금까지 이 질병과 관련된 사례는 100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대부분 성장기에 발생하며 희귀병이기 때문에 치료법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항히스타민제, 자외선 치료제, 스테로이드, 장벽 크림, 탄산수소 나트륨을 이용한 목욕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이뤄지고 있다.
아비게일도 한 번에 소량의 액체만 마시며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를 함께 복용한다.
그는 "언젠가 증상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고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할 날이 올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무슨 일이 생겨도 내 주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을 알고 있다"며 알레르기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병원 밖에서도 자신의 위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비게일은 이 병의 가장 무서운 점은 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의사들에게 자신의 상태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해야 했다.
의사들에게조차 낯선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은 병에 관해 설명하라고 하는데 나는 증상은 설명할 수 있지만 원리에 대해선 설명할 수 없다.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비게일은 사람들이 물 알레르기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비게일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설명하면 사람들은 항상 충격을 받거나 "인간의 몸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면서 터무니 없어 한다.
그럼에도 아비게일은 "나는 사람들에게 물 알레르기에 대해 알리고 싶기 때문에 언제나 대답할 준비가 됐다"며 관심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