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4년 만의 첫 우승 도전이 허무하게 끝났다.
피닉스 선즈는 15일 열린 NBA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 홈 7차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에 90대123으로 대패하며 탈락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선즈는 2021-2022시즌 정규 리그에서 동·서부 30팀을 통틀어 최다승(64승 18패)을 올렸다.
올스타 가드 데빈 부커(25)와 17년 차 베테랑 크리스 폴(37)을 앞세워 1968년 팀 창단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8연승을 달리며 종전 팀 연승 기록(17연승)을 14년 만에 갈아치우기도 했다.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밀워키 벅스에 먼저 2승을 거두고도 내리 4연패해 준우승했던 아쉬움을 씻을 기회를 잡는 듯 했다.
서부 1번 시드인 선즈는 콘퍼런스 준결승을 앞두고 매버릭스(4번)에 완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도 3전 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6차전까지 3승 3패로 맞섰지만, 언론들은 선즈가 안방에서 열리는 7차전을 잡으리라고 전망했다.
승부는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프로 복싱이나 격투기 종목 선수들이 몸통을 때리는 보디블로 한 방으로 녹아웃(KO)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복부를 단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디블로를 계속 얻어 맞으면 충격이 누적돼 후반으로 갈수록 퍼포먼스를 내기 어려워진다.
선즈와 매버릭스의 경기에서도 이런 '보디블로'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댈러스가 준비한 '보디블로'는 공격 때마다 피닉스의 '야전 사령관' 크리스 폴과 매치업을 강제해 상대 공격의 동력을 없애는 전략이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루카 돈치치나 제일런 브런슨이 스크린을 통해 매치업을 바꿔 폴을 찾아냈다.
폴은 그간 정규리그 수비 5걸에 9차례나 선정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수비력을 자랑해왔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노골적으로 표적이 된 적이 없었던 폴은 이번 시리즈에서는 당황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스포츠 통계 전문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3년부터 폴이 뛴 702경기 중 상대가 매치업을 바꿔가며 폴을 직접 공략한 횟수가 제일 많았던 경기가 바로 7차전(24회)이었다.
두 번째로 많았던 경기는 5차전(17회)이었고, 세 번째는 3차전·6차전(이상 16회)이었다.
이런 수치는 댈러스가 3차전부터 얼마나 집요하게 폴을 공략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댈러스는 201㎝·104㎏의 돈치치가 외곽에서부터 등과 어깨로 폴을 골 밑까지 밀고 들어가는 공격 방식을 고수했다.
대개 이런 거구의 선수들은 외곽에서 상대 수비의 손질에서 공을 지킬 역량이 없지만 기술·슛·힘·신장·패스 능력을 두루 갖춘 돈치치는 달랐다.
포지션 대비 버티는 힘이 좋다고 평가받는 폴이지만, 183㎝ 신장에 80㎏의 체격으로는 돈치치가 힘껏 들이받을 때마다 버티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수비에 힘을 쓴 폴은 3차전부터 공격에서 이전처럼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1·2차전 각각 19점과 28점을 올린 폴은 3차전(12점)·4차전(5점)·5차전(7점)·6차전(13점)·7차전(10점)으로 부진했다.
슛 시도수가 절반 이하로 줄고, 실책이 배로 늘었다.
플레이의 정교함이 떨어지면서 공격에 임하는 자세도 소극적으로 변해갔다는 뜻이다.
엔진이 식은 피닉스의 공격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첫 두 경기에서 평균 125점을 올린 피닉스는 이후 5경기에서 30점 가까이 떨어진 평균 96점에 그쳤다.
1·2차전 57.5%를 자랑했던 슛 성공률도 이후 5경기에서는 43.6%까지 급락했다.
피닉스로서는 폴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데빈 부커의 침묵이 뼈아팠다.
부커는 3~7차전까지 정규리그 성적(26.8점)보다 못한 경기당 평균 22점을 올리는 데 그쳤으며 실책도 4.8개나 저질렀다.
폴을 대신해 힘을 내야 했던 부커, 디안드레 에이튼, 재 크라우더 등은 운명이 걸린 7차전 전반에만 7개 실책을 저지르고 여러 차례 쉬운 슛을 놓쳤다.
정규리그 1위의 원동력이 됐던 정교한 팀 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보디블로'의 충격이 쌓인 피닉스는 새 동력을 찾지 못하고 무력한 모습으로 시즌을 끝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