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가 일선 경찰관의 공무 활동을 외부인들이 동영상으로 촬영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효해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험한 사건 현장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경찰관의 순조로운 업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백인 경찰관의 잇따른 흑인 인권 탄압 등 경찰의 오점이 외부에 드러나는 걸 막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1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더그 듀시 아리조나 주지사는 최근 경찰이 공무 활동을 벌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주변 8피트(2.5m) 내에서 시민들이 휴대폰 카메라 등을 이용해 녹화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은 올 9월 24일부터 발효된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존 카바나흐 주하원의원은 “목격자가 현직 경찰관으로부터 8피트 이내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법은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 접근하는 걸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경찰이 범죄가 의심스러운 인물에 대한 검문과 진압, 체포를 하는 과정 등에서 그 주변 8피트 이내에 있거나 경찰의 구두 경고를 받는 경우 목격자의 카메라 촬영이 전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고 경찰관을 근접 촬영하는 경우, 우선 구두 경고를 받게 된다.
구두 경고에 불응하고 경찰관을 계속 촬영할 경우 경범죄로 최대 30일 구류 또는 5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적인 부동산 내 실내 공간 등이거나 경찰관과 교류 중인 사람 등에게는 예외조치가 있다.
이에 대해 WSJ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2020년 5월 미 전역에 대규모 흑인 인권 시위를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경우 시민이 촬영한 휴대폰 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미네소타주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인 데릭 쇼빈은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던 중 7분 46초 동안 무릎으로 목을 눌러 질식사시켰다.
시민들이 “과잉 진압”이라며 항의했지만 쇼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시 사건 현장을 녹화했던 다넬라 프래지어는 WSJ에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현장을 녹화해 온라인에 공유하는 일뿐이었다”며 “영상이 있어서 경찰이 처음 내놓았던 부정확한 수사 내용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프래지어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미국 언론인들에게 주어지는 영예인 ‘퓰리처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진기자협회(NPPA)도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에 강도 높은 우려를 표시했다.
법안에선 예외적 상황으로 경찰의 직접적인 검문 대상이 되는 인물에 한해 자기방어를 위해 비디오를 녹화하게 했을 뿐, 기자들의 취재 목적의 촬영조차 금지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아리조나 지부 측은 “해당 법은 대중이 경찰을 감시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빼앗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경찰들이 현장을 녹화하는 장치인 ‘바디캠’을 몸에 착용하고 있고, 순찰차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기에 외부의 촬영이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경찰 측이 촬영하는 영상은 정작 중요한 국면에서 공개가 거부되거나 경찰에게 불리한 부분은 삭제되는 경우가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실제 2016년 8월 시카고에서 도난 신고된 차량을 몰고 가다 20발이 넘는 경찰의 총격을 받고 숨진 ‘폴 오닐(당시 18세) 사건’의 경우, 경찰 수뇌부는 처음에 “현장 동영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비난이 거세져서야 바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WSJ는 “대법원에서 이번 법안이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심리를 진행 중”이라며 “다만 보수 이념으로 편향된 대법원이 아리조나 주정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