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우주기업이 최초로 달착륙선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션 중 하나인 ‘우주장’에 대한 반대가 일고 있다.
인간의 유해를 달에 묻겠다는 것인데, 달을 숭배하는 여러 미국의 원주민 부족에게 모욕적이라는 주장이다.
CNN에 따르면 백악관은 아리조나주 내에 있는 나바호 자치구(나바호 네이션)이 인간 유해를 달에 묻는 일을 막도록 행정부에 요청했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5일 소집했다.
부우 나이그렌 나바호 자치구 대표는 4일 성명서를 통해 “달은 나바호 문화에서 매우 신성한 장소”라며 “인간의 유해를 달에 묻는 것은 달을 숭배하는 여러 원주민 부족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나이그렌 대표는 “달을 인간 유해를 묻기 위한 안식처로 삼는 것은 나바호를 비롯한 많은 부족들에게 매우 혼란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주장은 로켓이나 열기구에 인간 유해가 든 박스를 실어 성층권에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유해를 공중에 흩뿌리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 애스트로보틱(Astrobotic)의 우주선 ‘페레그린(Peregrine)’이 민간 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시도하면서 달에다가 인간의 유해를 묻는 달장(葬)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그린은 8일 록히드 마틴과 보잉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가 개발한 차세대 로켓 ‘벌컨’에 실려 발사됐지만 심각한 연료 소실 문제로 안전하게 달에 착륙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우주선에는 미국의 우주벤처기업 셀레스티스와 엘리시움 스페이스가 실은 화장한 인간 유해와 DNA 캡슐 66개가 탑재돼 있다.
찰스 채퍼 셀레스티스 대표는 CNN을 통해 “우리는 나이그렌 대표가 우려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고인을 위한 기념물을 달에 묻는 것이 달을 모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인을 위한 기념물이 지구 곳곳에 존재하지만 신성 모독으로 생각지 않는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달에 남길 유해 또한 존경심을 다해 기념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바호 자치구가 달장에 대해 우려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99년 유진 슈메이커 전 우주비행사의 유해를 실은 우주선을 달에 추락시킨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현한 바 있다.
결국 NASA는 나바호 자치구에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인간 유해를 달에 보내기 전에 부족들과 협의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나이그렌 대표는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우주 탐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NASA가 상업용 탑재체에 대한 규제를 부실하게 하는 점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스틴 아하스틴 나바호 자치구 워싱턴사무소 대표는 CNN을 통해 달은 쓰레기장도, 묘지도 아니라며 “(페레그린) 발사 계획을 중단하거나 인간 유해를 제거할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