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내 안의 참나를 찾아 길을 떠나가는 과정이라고 하지요? 길을 가면서 힘들고 지칠 때, 무거운 발걸음에 쉼표가 필요할 때, 그때가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재충전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어하는 버켓 리스트 중 첫번째로 꼽는 그랜드 캐년! 우리는 맘만 먹으면 마치 동네 뒷산에 마실가듯 휭~하니 수시로 다닐 수 있으니 참으로 큰 행운이며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건강한 한해를 다짐하는 의미로 다녀온 우리 애리조나 산악회원들의 새해 첫산행..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의지를 불사르고 극기의 정수를 맛보았던 그길.. 그랜드 캐년으로 같이 떠나 보실까요?
출발지: South Kaibab to Colorado River
Total gain: 4780 ft (1457m)
난이도: 중 (내리막 길)
거리: 7.0 miles (11.3 km)
걸린 시간: 4시간
종착지: Colorado River to Bright Angel
Total gain: 4380 ft (1335m)
난이도: 상 (오르막 길)
거리: 9.5 miles (15.3 km)
걸린 시간: 9시간
전체 소요시간: 약 13시간 (1시간 휴식 포함)
여기서 잠깐!
간단한 숫자 퀴즈 하나 맞혀 보실까요?
일년에 그랜드 캐년을 방문하는 여행자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며, 어떤 세월의 흔적이 있어 이 협곡 앞에 "Grand"라고 당당히 이름 붙여진 걸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넓고 깊은 계곡, 광대하고 신비롭게 펼쳐지는 다채로운 지층들의 파노라마.. 그랜드 캐년! 총길이 277마일, 최대 넓이 18마일, 그리고 깊이 1마일이 넘는 대협곡.. 가장 완벽한 세월의 흔적을, 또한 지구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지질학자들이 밝혀낸 대협곡의 나이는 약 550만살. 지금은 까마득이 아래로 보이는 이 대계곡에 20억년 전엔 해발 6마일이 넘는(지금의 에베레스트 높이의) 고대산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요? 이 정도라면 응당 대협곡의 "그랜드"한 위용이 지구상의 모든 계곡들을 제패하고도 남지 않을까요?
이 아름다운 그랜드 캐년을 보기 위해 2014년 이곳을 찾았던 방문객 수는 476만명이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애리조나에 대해서는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 가도록 하시고, 자~ 그럼 슬슬 길을 떠나 보실까요?
동녘이 환하게 밝아올 무렵 드디어 두대의 차는 그랜드 캐년에 도착해 Visitor center 주차장에 주차한 후, 우리 산악회원 12명은 오렌지색 노선의 셔틀버스를 타고 South Kaibab Trailhead를 향해 떠났지요. 버스에서 내려 본격적인 우리의 산행은 계획보다 조금 늦어진 아침 7시30분에 시작이 됐답니다. 눈밭에 뒹굴어도 까딱없게 단단히 차려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때리는 세찬 바람은 다시한번 옷깃을 여미게 했고 또 모자를 깊숙히 눌러쓰게 했지요. 아침 기온이 23도,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은, 조금 뻥을 치면 기차 화통에서 뿜어내는 하얀 연기처럼 허공을 가르며 사라졌지요. 밤사이 내린 눈은 꽁꽁 얼어붙은 길을 살포시 덮었고, 어슴푸레 새벽 여명에 모습을 드러낸 층층이 눈 쌓인 협곡은 마치 거대한 시루떡을 보는듯한 보기드문 풍광이였답니다. 바로 그 때 앞서 가던 젊은 미국애가 쭐떡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일제히 배낭에서 크램폰을 꺼내 신발 위에 덧신었지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안전산행을 위한 점검을 마친 후 우린 드디어 새해 첫 산행의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딛었지요.
아득히 보이는 대협곡 사이사이로 막 얼굴을 내민 장엄한 태양은 어둠을 몰아내며 금빛가루를 흩뿌리듯 산자락을 황금빛으로 차례차례 채우기 시작했지요.
이번에 처음으로 그랜드 캐년 산행에 동참하신 분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장관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었고,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려오는 사이, 우리 팀은 어느새 우아! 포인트(Ooh Aah Point)에 도착해 그야말로 우아~한 포즈로 기념사진 촬영을 했지요. 다시금 생각해봐도 동서를 막론하고 우아!는 놀라움을 표현하는 감탄사의 최고 선봉주자라 생각합니다. 길을 내려가는 산행 인파의 물결은 쉼없이 계속 이어졌고 우리도 그 물결에 합류해 같이 내려갔답니다. 산행을 하는 외국인들의 연령층도 무척이나 다양했지만, 올해 함께한 우리 산행식구들의 연령층 역시도 퍽이나 특별했지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