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잠깐!!
철저한 준비없이 혹시라도 무모한 산행을 시도하시는건 아니겠죠? 장시간의 산행은 탄탄한 체력과 지구력이 요구되기에, 반드시 "등산경험과 평상시 꾸준한 체력관리"가 필수입니다. 긴 산행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산정보, 날씨정보, 등산 장비, 구급약품, 가볍고 충분한 고칼로리 음식과 물 등등) 아울러 기본체력이 확보된 상태에서 여러사람과 동행하여 안전한 산행을 하시길 강력히 조언드립니다.
비근한 예로, 이번 산행중에 종군기자처럼 그 무거운 사진기를 메고 사진 찍으시느라 고생하셨던 오 선생님께선 기운이 완전 소진되어 오르막 길에선 유체이탈의 느낌을 경험하셨다고할 정도고, 저도 실제로 2년 전 그랜드 캐년 대장정 중 황천길로 갈 뻔했던 색다른 체험을 해보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매년 250명이 넘는 사람이 헬리콥터 등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올라온다고 하니 결코 그랜드 캐년을 만만히 생각해선 안되지요.
꼬부랑 내리막 길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어 마침내 당도한 계곡의 바닥. 림으로부터 7마일, 4780ft(1457m)를 급하강하며 4시간에 걸쳐 도착한 계곡의 바닥. 짙푸른 녹색을 띠며 흐르는 강물의 깊이는 가늠조차 할 수 없지만, 강물은 우렁찬 응원가로 지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지요.
콜로라도 강~~~
반짝이는 금물결, 은물결이 잔잔하게 남실남실 대리라 상상하셨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 록키산맥에서 비와 눈 녹은 물로 시작된 콜로라도 강. 그 파워풀한 물의 힘은 이토록 아름답고 오묘한 대협곡을 이루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협곡이라는 특별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이곳을 통과할 때의 강물은 무서운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며 질주하지요. 한마디로.. Mighty Power Colorado!! 남북을 가로질러 흐르는 콜로라도 강, 그리고 뭍과 뭍을 연결해주는 두 개의 다리. 첫번째 다리 (Silver Bridge)를 건너면 Phantom Ranch 와 North Rim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고, 우리 일행은 이 오금저리는 실버 브릿지를 건넌 후 강변에 앉아 점심시간을 갖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두번째 다리 (Black Bridge)를 건너 Bright Angel Trailhead를 향해 올라올 계획이지요.
콜로라도 리버~~
미 서부 5개주를 먹여살리는 젓줄. 발원지인 콜로라도에서 시작해 유타, 아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주를 거쳐 북 멕시코에서 태평양과 합치면서 그 기나긴 여정을 끝내는 강물. 장장 1450마일(2334 km)을 유유히 흐르는 동안 15개의 댐이 형성되어 가뭄과 홍수를 통제하며 여기서 수력발전된 전기는 3개 주에 공급되어진답니다. 그 중 최고의 요새에 위치한 댐이 바로 후버댐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여기서 잠시 쉬는 막간을 이용해 잠깐 후버댐에 대해 알아보고 가실까요?
아리조나주와 네바다주의 경계선을 긋는 후버댐!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으로 4년 반만에 완성된 후버댐. 높이 726.4 ft(221m), 길이 1,244 ft(379m), 두께 660 ft(200m) 하단 부분, 45ft(14m) 상단 부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댐이랍니다. 댐에 사용된 콘크리트의 양은 무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2차선의 고속도로를 놓을 수 있을 양이고, 댐 건설 도중 희생된 숫자가 112명에 달한다하니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위의 정보는 Wikipedia를 참조했음을 알립니다)
눈부신 일월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강가에서 펼쳐놓고 먹는 이런 점심은 꿀맛이고 그야말로 보약이지요. 저의 수호천사이신 어리버리 이 여사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무가지에 달린 황금빛 잎새들은 살랑살랑 불어오는 미풍에 몸을 맞기고 우아한 몸짓으로 왈츠라도 추는 듯 했고..." 그렇게 우리의 오감은 충족되어졌고 자연 속에 무르익어가는 무도회는 마냥 즐겁기만 했답니다.
우리 일행이 첫번째 다리를 건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아픈 무릎을 아끼고자 저와 오 회장님이 택한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 대신 왼편으로 빠지는 River Trail을 선택했지요. 육신의 두 다리는 쩔뚝걸임에도 불구하고 강물 위 은빛다리는 햇빛받아 반짝이는 강물과 함께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지요. 바로 눈앞에 보이는 구름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아쉬움은 컸지만, 무릎 부상병들한텐 이 옆구리 길이 얼마나 고맙고, 또 색다른 풍광에 눈과 무릎이 함께 호사하는 아름다운 길이였던지요.
높은 산, 깊은 계곡, 폭포가 쏟아지고, 강태공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폭의 묵화 산수화를 봄직한 그런 길이지요. 앞에는 푸른 강물이 흐르고 뒤로는 검고 단단한 사암으로 형성된 높고 험준한 산 그리고 그 사이로 나있는 작은 오솔길. 하지만 낭떠러지 언덕 아래로 휘몰듯 소용돌이치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새 어지럼증이 밀려오지요.
강 저편 아주 작게 보이는 우리의 노란 뼝아리와 일행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우린 이길로 가겠노라고 목 터지게 외쳐봤지만 우리를 가로막는 강물은 이 외침을 꿀꺽 삼켜버렸지요. 처음 가보는 이 길에 우린 완전 대만족! 사진 찍어가며, 여유 부려가며, 먹어가며, 낄낄거려가며 쉬엄쉬엄 걸었음에도 우린 금새 두번째 다리와 만났지요. 이 길을 선택한 덕분에(약 0.5 마일 거리단축) 심했던 무릎통증도 가라앉아 잠시 여유롭게 점심을 먹으며 일행이 두번째 다리를 건너오길 기다렸지요.
눈 녹은 물이 만들어낸 여러 갈래로 흐르는 산골짝 시냇물. 계곡을 가득 채운 메아리는 텅빈 자연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여백의 미! 비움과 채움, 그 중용의 밸런스를 가르쳐 주는 대자연, 그 안에서 알맞게 비우고 채워짐으로 만날 수 있는 우리의 온전한 내적 평화. 이름 붙여진 온갖 세상의 굴레에서 더 나은 이름을 얻기위해 종종거리며, 싸워가며, 빡빡하게 채워가는 우리의 삶.. 이런 일상에서 한발짝 걸어나와 내 삶의 참주인을 찾아 떠난 이번 새해 그랜드 캐년 대장정.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며, 또 한편으론 철저히 혼자되어 마음 속 깊은 곳의 자신과 만나 함께 걷고 사색하며 조금은 성장한 모습을 꿈꿔보면서 행복해봅니다. 한발짝 한발짝 가쁜 숨을 고르며 그 '숨이 쉼이 되는' 영혼을 위해 산행의 발걸음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