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드디어 2020년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느끼다시피 올해는 성탄과 연말의 기대와 설레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성탄 선물 주고 받기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인들까지 주고 받는 성탄 카드도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시간이 흘러가서 지금의 상황이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올해는 쥐띠 해였지만 내년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즉 흰 소띠의 해라고 한다.
드디어 인생에서 4번째 소띠해를 맞이한다.
괜스레 기대가 된다.
내가 소띠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러가지 일들이 많아서 일년을 보낸 것이 아니라 마치 10년을 보낸 느낌이다.
체력과 정신력이 다 소진되었다.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버텼던 것 같다.
감사한 것은 나만 이러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가 정신 없고, 혼란스럽고 지쳤다고 하기에 다소 위로가 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위로를 받길 바란다.
"힘들어하는 것은 당신만이 아닙니다. 모두가 힘든 한 해를 보냈어요. 다들 힘 냅시다!"
올해 우리 가족이 섬기던 교회가 다른 교회와 연합을 하였다.
"아리조나 한인 침례교회"와 "지구촌 침례교회"가 서로 결혼을 한 것이다.
지난 봄, 부활절을 기점으로 연합 예배도 드리고 이것, 저것 계획을 하였지만 갑자기 COVID-19으로 대면예배가 멈춰지고 모두가 모이기를 자제하는 상황이 오면서 소리없이 조용히 연합을 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COVID 상황에도 불구하고 두 교회가 합의된 목표를 향해 조금씩 서로를 조정해 가면서 지금까지 조심스럽게 걸어오고 있다.
2021년의 일들이 기대가 많이 된다.
교회들이 COVID-19을 통해 외적인 활동과 행사들을 진행할 수 없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많은 교회 사역들을 돌아보고 개개인의 세계관과 가치관 그리고 신앙관을 점검해 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COVID-19이 가라앉고 다시 교회의 대면 예배와 공동체 활동들이 회복되면 그동안의 위기를 통해 가벼워지고 단단해진 몸으로 교회들이 다시 일어설 날을 기대해 본다.
COVID-19으로 세상은 시끄럽고 혼란스러웠지만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첫째가 드디어 군입대의 첫걸음인 신병훈련을 끝내고 대학에 복학을 하였다.
딸을 신병 훈련에 보내던 아침, 안타깝고 애처롭고 걱정스럽던 감정들이 지금도 느껴진다.
우체통과 페이스북, 그리고 핸드폰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언제 연락이 올까 노심초사했던 일들도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간다.
"엄마, COVID-19 때문에 지금 부대에 갇혀 있어. 밥도 하루에 한끼는 전투식량으로 먹고 있어!"라는 딸의 푸념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과 군업무를 하고 있다.
둘째 아들은 온라인 수업을 했다가 다시 학교에 대면 수업을 나갔다가 또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있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신 없는 엄마는 일주일에 두세번이 멀다 하고 "아들아, 너 요즘 온라인 수업하니? 아니면 학교에 가니?"라고 물어 보았다.
"쓰레기 좀 버리고, 우체통 갔다와라. 방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지 말고!"라고 말하면 아들은 볼멘 목소리고 외친다.
"엄마, 나 방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을 하는 거야.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이게 얼마나 힘들지 알아?"
"아, 그렇구나. 맞아, 너 온라인 수업 하는거지!"
무식하고 무심한 엄마는 그제야 아들이 방에 틀어박혀서 노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 중임을 깨닫는다.
이제 이곳 미국에서 교사로 일한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조금씩 일에 적응이 되어가고 업무의 흐름이 눈에 보이고 학생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회의를 진행하거나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해야 할 때에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답답하다.
그러나 나에게 일할 기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COVID-19 덕분에 나 혼자 헤매는 것이 아니라 온 학교가 헤매고 있어서 나의 부족함이 덜 티 난다는 것에 감사한다.
2021년에는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특히 아리조나에 살고 있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과 삶을 나누고 짐을 나눠 지고 싶은 마음이다.
여기 저기에 꼭꼭 숨어있는 엄마들이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어 주고 서로가 서로에 어깨에 기대고 힘이 될 수 있는 모임도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아듀 2020년.
빨리 와라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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