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분위기가 싸하다
한참 다음 학년 준비를 위한 인사 이동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공립 학교 교사들은 모두 계약직이다.
비록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매년 이맘때쯤 즉 3월에서 4월 정도가 되면 각 선생님들에게 다음 학년도의 계획이나 희망 사항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는 교육청에서 교사나 또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다음 학년도 재계약 통지서를 이메일로 발송한다.
만약 교육청으로부터 재계약 이메일을 받지 못한다면, 다음 학년부터는 '안녕히 가세요' 라는 의미인 것이다.
재작년 초임 교사 시절 뒤늦게 재계약 통지서를 받아 마음을 상당히 졸였던 나는 이 시기가 되면 괜스레 걱정이 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다행이 나는 내년도 재계약을 하였다.
재계약과 인사이동은 교육청에서 교장 선생님들과 행정가들이 모여서 결정을 한다.
대체로 다음 학년 입학생 수가 몇 명인지에 따라 각 학교별로 학급수가 정해지고 이에 따라 학교마다 필요한 교사 수가 결정되는 것이다.
동네의 어린이들의 수가 줄어들어 학교의 학생수가 줄어들면 그 학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들을 학생수가 많은 학교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작년에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다음 학년도의 5학년 학급수가 5개 학급에서 4 학급으로 줄어들어 5학년 선생님 한 분이 남게 되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혹시 다른 학교로 옮기고 싶은 사람은 자원하라고 하였다.
자원자가 생기면 그 사람이 이동을 하는 것이고 자원자가 없는 경우에는 근무 연수가 짧은 선생님들 중에 근무 평점을 기준으로 이동 할 선생님을 정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학교의 학급수를 상당히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학급 수가 줄게 되고, 정부에서 나오는 교육 보조금도 줄어들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인력 감축을 해야 한다.
교사들 모두가 계약직이기에 교사 수를 줄이거나 늘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진행된 코비드의 여파로 올해에는 아리조나 주의 모든 교육청에서 학생수가 현격히 줄었다고 한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왔다 갔다 하다가 지쳐서 자퇴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홈스쿨링으로 바꾸거나 꾸준히 대면 수업을 강행한 사립 학교로 옮겨간 학생들이 많은 모양이다.
뉴스를 보니 길버트 교육청에서 최근에 152명의 교사들을 lay off 즉 퇴직(?) 시켰다고 한다.
퇴직 통보를 받은 교사들 중에는 근무 경력이 20년이나 된 베테랑 교사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곧 메사 교육청, 히글리 교육청, 아파치 졍션 교육청, 투산 교육청 등에서도 퇴직 교사 및 교직원 명단을 발표 할 예정이라고 한다.
명단을 발표하기 보다는 그 사람들에게 재계약 통지서를 보내지 않고 대신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비드의 후폭풍을 서서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의 교사들이 사라지고, 학생들을 이모양 저모양으로 도와주던 도우미 선생님들의 수도 당연히 줄어 들 것이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공부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던 학생들의 진짜 실력이 다음 학년도에는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교사들의 퇴직이 시작되면 제일 위기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바로ELL(English Language Learner)교사, 즉 ESL 선생님 그리고 특수 교사이다.
예산 감축을 해야 할 때 가장 먼저 감축되는 곳이 약자들을 보살피고 도와주는 분야의 업무인 것이다.
다행이 내가 일하고 있는 교육청에서는 아직 교사들을 내 보내야 할 정도의 위기는 아닌가 보다.
코비드가 잠잠해지고 새 학년이 시작 될 가을에는 많은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선생님들도 돌아오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이야말로 탄력 회복성(reseliance)가 필요한 시기이다.
아무리 코비드 후폭풍이 거세도 탄력회복성으로 다같이 새롭게 일어서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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