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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바와 바울이 선교여행을 출발할 때 청년 요한을 수행원으로 대동하였음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요한은 히브리식 이름으로, 그의 헬라식 이름은 마가였다. 개역성경 골로새서 4장 10절은 마가를 바나바의 생질, 즉 조카라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 '생질'로 번역된 헬라어 '아넵시오스'는 본래 사촌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가는 바나바의 사촌 동생이었다. 

그들이 구브로 섬의 바보 항에서 배를 타고 소아시아 반도(현재의 터키) 밤빌리아의 버가 항에 도착하였을 때다. 

"바울과 동행하는 사람들이 바보에서 배 타고 밤빌리아에 있는 버가에 이르니 요한(마가)은 저희에게서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고"(행 13:13).

버가에 도착하자마자 마가가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어디든 윗사람을 모시고 다녀야 할 수행원으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때 왜 마가가 자기 직무를 중도에 포기했는지에 대해서는 성경의 침묵으로 인해 몇 가지 가설이 있을 뿐이다. 

첫째, 부잣집 외아들이었던 마가는 본래 무책임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 선교팀의 수행원으로 발탁되었을 때 호기심으로 따라나서긴 했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보니 예상한 것과는 달리 따분하고 고생스럽기만 해서 포기해 버렸다는 것이다. 

둘째, 사촌형 바나바와 바울의 서열이 역전된 것을 마가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브로 섬을 횡단하는 도중에 팀장이 바나바에서 바울로 바뀌었다. 사촌 형을 제쳐 놓고 바울이 사촌 형과 자신에게 매사를 지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나바는 그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사촌 동생인 청년 마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구브로 섬을 떠나 소아시아 반도에 도착해서도 역전된 상황은 회복될 기미가 없었다. 결국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한 마가는 스스로 선교팀을 떠나 버렸다는 것이다. 

셋째, 버가에 도착한 뒤 눈앞에 펼쳐져 있는 타우로스 산맥으로 인함이었다는 것이다. 버가에 도착한 바울이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비시디아 안디옥이었다.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해발 2-3천 미터의 고봉들이 험산준령을 이루는 타우로스 산맥을 넘어야만 했다. 그 산맥을 도보로 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더욱이 산맥 곳곳에는 강도들이 날뛰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 산맥을 넘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 같았다. 이에 겁에 질린 마가가 집으로 도망가 버렸다는 것이다.

오늘날 현지를 직접 답사해 보면 세 번째 가설이 설득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까지의 거리는 230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산맥을 넘는 길이 얼마나 험하고 고불고불한지 자동차를 타고서도 근 4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자동차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거의 멀미를 할 정도다. 하물며 그 산맥을 걸어서 넘어야 했던 2천 년 전이야 오죽했겠는가? 바울이나 바나바와는 달리 소명감이 없이 길을 나선 청년 마가가 타우로스 산맥 앞에서 중도 하차한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여하튼 그 이후 바울과 바나바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비시디아 안디옥을 거쳐 더베까지 이르는 1차 선교여행을 마치고 안디옥으로 되돌아왔다. 얼마 뒤 바울과 바나바는 그들이 1차 선교여행 중 각처에 세운 교회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2차 선교여행을 다시 떠나기로 하였다. 그런데 출발하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바나바는 마가라 하는 요한도 데리고 가고자 하나 바울은 밤빌리아에서 자기들을 떠나 한가지로 일하러 가지 아니한 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 옳지 않다 하여 서로 심히 다투어 피차 갈라서니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배 타고 구브로로 가고 바울은 실라를 택한 후에 형제들에게 주의 은혜에 부탁함을 받고 떠나 수리아와 길리기아로 다녀가며 교회들을 굳게 하니라" (행 15:37-41).

바나바는 이번에도 자신의 사촌 동생 마가를 수행원으로 대동하려 했지만 바울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1차 선교여행 당시 무책임하게 중도 하차한 마가에게 또다시 중책을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마가를 놓고 바울과 바나바 사이에 단순한 이견이 생긴 것이 아니었다. 서로 심히 다투었을 뿐 아니라 그것도 모자라 아예 결별해 버리고 말았다. 그들은 모두 안디옥의 매듭과 구브로의 매듭을 지닌 자들이었기에 그들의 결별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평소의 바울이나 바나바라면 누구든 자신의 의사를 먼저 철회하였을 텐데 왜 이때에는 결별하기까지 서로 고집을 부렸는가? 왜 주님께서는 당신의 귀중한 임무를 맡은 그들의 결별을 내버려 두셨는가?

바울과 갈라선 바나바는 사촌 동생 마가를 데리고 1차 선교여행의 첫 기착지였던 구브로를 향해 떠나 버렸다. 바나바가 먼저 남쪽 구브로로 내려갔으므로 바나바와 결별한 바울로서는 바나바의 뒤를 쫓아갈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바울은 청년 실라를 수행원으로 삼아 바나바와는 정반대 방향인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는 수리아와 길리기아를 거쳐 소아시아 반도에서 복음을 전하려 했지만 성령님께서 그의 앞길을 막으셨다. 오직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드로아에 도착했을 때다. 바울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마게도냐 사람의 환상을 본 뒤 즉시 배를 타고 마게도냐, 즉 지금의 그리스로 건너갔다. 아시아 대륙에서 유럽 대륙으로 건너간 것이다. 자신의 발길이 유럽 대륙에 이르리라고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상치도 못했던,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빌립보에서 루디아에게 세례를 줌으로 유럽 대륙 최초의 크리스천을 얻은 바울은 아덴과 고린도에서까지 복음을 전파, 그의 2차 선교여행은 소아시아 반도에 국한되었던 1차 여행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보다 큰 열매를 거두었다. 

(다음 호에 계속)


김찬홍 목사(주찬양교회)가 이재철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재철 목사의 책 『매듭 짓기』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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