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에 총 116억달러(한화 15조7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한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8일 TSMC에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달러(약 8조9천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상무부는 보조금에 더해 50억달러(6조8천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도 TSMC에 제공하기로 했다.
보조금 66억달러는 당초 예상됐던 50억달러(약 6조7천억원) 대비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TSMC는 이 같은 지원에 화답해 투자 규모를 250억달러(33조9천억원) 늘인 650억달러(88조1천억원)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아리조나주에 2나노 공정이 활용될 세 번째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는 이미 400억 달러를 들여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팹 두 곳을 건설 중이다.
2021년 첫 번째 팹을 착공했고, 지난해에는 두 번째 팹 건설을 시작했다.
TSMC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피닉스의 첫 번째 팹은 2025년 상반기에 4나노 기술을 활용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고, 앞서 발표한 3나노 기술에 더해 차세대 나노시트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세계 최첨단 2나노 공정 기술로 생산하는 두 번째 팹은 2028년 조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 번째 팹은 2나노 혹은 더 진보된 공정으로 2020년대 말부터 칩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세 곳의 팹이 피닉스 지역에서 첨단·고임금 일자리 6천개가량과 2만여개의 건설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아리조나주 공장 3개의 공정 로드맵을 공개하며 TSMC는 ‘첨단 칩 독식’ 의지를 드러냈다.
TSMC는 피닉스의 3개 공장 이외에도 아리조나주에 최첨단 패키징(여러 칩을 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 라인도 구축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생산한 칩을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대용량 D램과 묶어 ‘최첨단’ AI 서비스용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해서다.
TSMC는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로 불리는 최첨단 패키징 서비스를 앞세워 AI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들은 11일 보도를 통해 TSMC가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확보한 공장 건설 부지의 규모가 1천100에이커(약 4.452㎢)에 달한다며 반도체 생산 공장을 3곳에서 6곳으로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TSMC가 확보한 피닉스 공장 건설 부지가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 면적의 5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TSMC가 피닉스 지역에 첨단 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해 미국의 대형 고객사의 수요를 가까운 거리에서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망 관계자는 TSMC가 피닉스 지역에 6개의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사전에 확보해 앞으로 후속 협상의 진전이 순조로울 경우 추가 건설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대만의 여러 언론들은 TSMC가 내달 좡쯔서우 시설 운영 담당 부총경리(부사장 격)를 피닉스 공장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TSMC가 좡 부총경리와 왕잉랑 팹 운영 담당 부총경리의 상호 분업 및 협력을 통한 미국 내 공장 건설과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에 나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