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내달 아리조나주 피닉스 공장에서 첨단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술을 채택한 웨이퍼를 정식 생산할 예정이라고 연합보 등 대만언론이 4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TSMC는 내달 초 피닉스의 21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의 1공장 완공식을 거행한 후 4나노 기술을 채택한 12인치(305㎜) 웨이퍼의 정식 생산에 들어가고 양산 시점은 내년 1분기 예정이다.
소식통은 피닉스 TSMC 공장이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연구시설 등이 접목된 반도체 생산 대형 공장 '메가팹'(Mega fab)'으로 설계돼 팹에 설치하는 클린룸의 규모가 동종 업계 팹의 2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3나노 공정을 도입하려던 2공장은 4나노 주문량의 폭주로 인해 우선 4나노 공정 제품 생산에 나선 후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3나노 공정을 2028년으로 연기해 설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3공장에는 2030년께 2나노 또는 'A16'(1.6나노 공정)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소식통은 1공장이 2021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완공까지 4년, 2조700억 대만달러(한화 약 89조2천억원)가 투입됐다면서 매달 약 4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2공장은 2028년께 웨이퍼 약 5만장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TSMC는 미국 대선 이후 상황을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대선 직후인 12월 초 피닉스 첨단 팹 완공식을 성대하게 열 예정인 데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닉스에 추가 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닉스 공장 완공식이 미 대선 직후인 만큼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경영진에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고 한다.
TSMC 안팎에선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추후 미국 공장 설립 계획에 변동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미 정부는 세계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에 따라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약 9조원)와 대출금 50억달러(약 7조원)등을 제공할 예정인데, 트럼프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서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TSMC를 겨냥해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하고, 대만에 있는 그곳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다”며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공장을 제 돈 내고 설립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는 관세부과안과 동시에 미 제조업 부양을 위해 기업 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도 언급해, TSMC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TSMC가 대선 이후 4~6공장 확충 계획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애당초 상황에 따라 아리조나 피닉스 부지에 첨단 공장을 6개까지 짓는다는 계획이었다”며 “미국 신임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TSMC의 공장 확충 계획이 예상보다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