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개 + 반도체 공장/개발센터 등 6개 추가 건설,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회견서 발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가 아리조나에 추가적으로 1000억달러(약 146조원)를 더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3일 오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과 개발센터 등 6개 시설물 추가 건설 계획
이미 650억달러를 투자한 TSMC는 당초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파운드리 공장 3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중 1공장은 최근 4나노 제품 양산에 들어갔고 2공장은 2027년, 3공장은 2030년께 생산라인을 돌린다.
여기에 더해 TSMC는 1000억달러의 추가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공장 3개와 최첨단 패키징(여러 칩을 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 공장 2개, 연구개발(R&D)센터까지 짓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아리조나주 피닉스를 TSMC의 고향인 대만에 맞먹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메카’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규 투자는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새로운 5개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는 수천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고 오늘 발표로 TSMC의 대미 투자는 기존에 650억 달러를 포함해 모두 1650억달러가 된다. 이것은 미국 및 TSMC에 엄청난 일"이라고 밝혔다.
웨이 회장은 TSMC의 대미 투자가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시작된 점과 신규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지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성공한 트럼프의 관세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해야 관세를 피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것이 정확히 웨이 회장이 하는 일”이라면서 “만약 대만에서 만들고 미국으로 보낸다면 25%나 30%, 50% 등 어떤 수치가 됐든지 간에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것(관세)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웨이 회장은 게임에서 훨씬 앞서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TSMC는 미국 추가 투자에 난색을 보였다.
이런 기조는 “미국의 투자 압박이 글로벌 반도체산업의 분업 질서를 해칠 것”이란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의 발언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걸 돌려세운 게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의 압박 전략이었다.
미국 고객사 독식 기회
TSMC 입장에서도 대규모 미국 투자는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TSMC에 최첨단 칩 생산을 맡기는 엔비디아, 애플, 퀄컴, 브로드컴, AMD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고객사와 가까운 거리에서 협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TSMC가 이날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투자 계획에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생산을 늘리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TSMC는 SK하이닉스에서 넘겨받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직접 생산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합쳐 AI 가속기를 만든다.
여러 반도체를 한 몸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게 최첨단 패키징이다.
그런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HBM을 만드는 메모리기업도 미국 내 생산기지 추가 건설을 검토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리조나의 반응
케이트 가예고 피닉스 시장은 성명을 통해 “TSMC가 피닉스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증거”라며 “이로 인해 미국 노동자들에게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TSMC의 대규모 투자와 수천 개의 첨단·고임금 일자리로 피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리조나 상공회의소 대니 사이든 회장은 “TSMC의 확장은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아리조나 전체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수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뿐 아니라 주택 건설, 식당, 유통업까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켈리 아리조나주 연방상원의원(민주)은 “이번 발표는 아리조나를 세계 최첨단 반도체 제조 허브로 공식화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특히 4년제 학위가 없어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