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아리조나주 내 토지를 대규모로 소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 주지사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주지사실은 9일, 케이티 홉스 주지사가 아리조나 상원법안(SB) 1109호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및 국영기업이 아리조나주 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안은 또한 주 검찰총장이 중국 측에 이미 매입된 토지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절차를 규정했다.
법안을 지지한 공화당 측은 "적국의 스파이 활동으로부터 아리조나주의 군사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유사한 법안들은 현재 미국 내 여러 주에서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입법 자료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아리조나주의 군사, 상업, 농업 자산을 외국의 첩보 및 방해 행위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주의 국가 안보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이번 법안은 단순한 토지 소유 제한을 넘어 최근 미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대 중국 경계 심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아리조나에는 루크 공군기지(Luke Air Force Base), 데이비스-몬던 공군기지(Davis-Monthan Air Force Base) 등 전략적 군사 거점이 다수 위치해 있다.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측은 중국 정부 및 국영기업이 군사 기지 인근 토지를 매입해 첩보 활동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실제로 2022년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시에서 중국 기업이 미 공군기지 인근에 옥수수 가공공장을 설립하려다 국가 안보 우려로 프로젝트가 취소된 사례가 있다.
또한 아리조나는 농업 비중이 높은 주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이 법안 상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기업이 미국 내 농지와 식량 자산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는 보고서와 통계를 근거로 들며,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외국 정부에 의한 토지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투자자들은 2021년 기준 약 384,000에이커(약 1,550㎢)의 미국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향이 미국 내 식량 생산과 가격에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법안은 상원 본회의 최종 표결에서 찬성 17표, 반대 11표로 통과됐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는 전혀 받지 못했다.
케이티 홉스 주지사는 법의 직접적 효과성과 합헌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상 외국인(외국 정부 포함)의 토지 소유 제한은 연방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으며, 일반적 ‘중국 국적 소유 금지’는 차별 소송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지난해 텍사스 등에서 비슷한 법안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사회적 반발을 부른 사례도 홉스 주지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중국 공산당이 아리조나 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유사 법안이 발의됐으나 당시에는 주 의회 통과에 실패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