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30일 더그 듀시 아리조나 주지사가 내린 '자택 격리' 행정명령 기한이 4월 30일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아리조나에서는 지난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조속한 경제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수백명 시위대들의 집회가 피닉스 다운타운에 위치한 주청사 인근에서 벌어졌다.
차를 타고 주청사 주위를 돌거나 주청사 옆 웨슬리 볼린 플라자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친 시위대들은 "헌법상에 보장된 개인 자유의 권리를 수호하자" "내 건강은 내가 책임진다" "자택 격리를 종료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등의 주장을 쏟아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주민은 "직장을 잃은 지 이미 한 달이 됐다. 자택 격리가 더 길어지면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된다"며 빠른 경제활동 재개를 주지사에게 촉구했다.
현장에는 밸리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일하는 로렌 린더 등 간호사 4~5명이 시위대들에 맞서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경제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맞선 의료인들이 보여준 모습에 영감을 얻어 피닉스 시위에 맞불 차원에서 침묵시위를 했다는 린더 간호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것은 알지만 아직은 우리가 일상생활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닉스시의 케이트 가예고 시장 역시 5월 1일부터 당장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가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가예고 시장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우리는 그것이 가능해진 상황이라는 걸 확인할 확실한 수치가 필요하다"며 "주지사가 경제활동 재계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 각 도시 시장들과의 만남을 갖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활동 재개를 하기에 앞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구체적인 생활지침을 주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자택 격리 명령은 한동안 더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밸리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니콜라스 바스쿠스는 "경제활동 재개 전 코로나19 검사 역량이 지금보다 드라마틱하게 개선되어야 하는 한편 양성 확진자 동선을 추적해 밀접 접촉자를 파악할 수 있어야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전조치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주민들은 재차 자택 격리 처지에 놓일 수 있으며 지금보다 그 경제적, 사회적 충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바스쿠스는 덧붙였다.
이런 논쟁에 대해 더그 듀시 주지사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지사 사무실 측은 "데이터가 보여주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그에 근거해 경제활동 재개 여부를 주지사가 결정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자택 격리 행정명령 시효가 얼마남지 않은만큼 경제활동 재개, 자택 격리 연장, 조건부 경제활동 재개 중 하나의 선택을 주지사가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속에 4월 들어 4~5명 선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1일 사망자 수가 4월 20일과 21일 이틀 연속으로 각각 20명을 넘어서면서 5월 1일부터 경제활동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에 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금전적 지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아리조나의 많은 사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공되는 자금지원 혜택을 받는 업체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정부는 어려움에 봉착한 사업체 지원을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지원금 조달을 약속했지만 아리조나에서는 4월 21일 현재까지 약 1만900여개 업체가 35억 달러의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융자 승인을 받았다.
피닉스 경제위원회의 크리스 카마초 회장은 "밸리 지역에만 57만1000여개의 소상공인들이 있다"며 "이 중에 불과 1만개 업체들만이 가까스로 지원금 융자 승인을 받았지만 이미 계획된 정부자금은 바닥나 버렸으니 나머지 도움이 필요한 업체들은 생명줄이 끊어져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PPP 이외에도 경제상해재난 융자프로그램인 EIDL도 있지만 당초 SBA를 통해 최대 200만달러까지 융자신청이 가능하다고 연방정부는 말해왔지만 최근 들어 연방 상공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융자지원금이 1만5000달러로 그 상한선이 정해진 것으로 나타나 업체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EIDL 신청은 이미 마감되어 버린 상태.
연방재무부는 의회에 PPP 융자프로그램에 사용할 2500억달러 규모의 추가기금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로선 언제 결정될 지 불확실하다.
실직 상황에 놓인 주민들 또한 금전적 도움을 받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5주 동안 42만명 가량이 실업급여를 청구하면서 아리조나 경제안전국(DES) 서비스는 거의 마비 상태다.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DES 사무실을 찾아가도 입구에서부터 들어갈 수 없다.
온라인과 팩스만으로 연락을 해야하는데 서류가 미비되거나 잘못 작성한 경우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실직자들은 꼭 필요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딱한 상황에 처했다.
피오리아에 한 여성은 "온라인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했지만 한 달 째 펜딩으로 나온다"며 "집세, 차 페이먼트 등 기본적인 생활비도 이젠 충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