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역이나 사고가 잦은 위험한 도로 하나 즈음은 있기 마련이다.
험준한 산 속에 구비구비 나있는 고갯마루나 알 수 없는 이유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터널 같은 곳엔 흉흉한 괴담이 따라 붙기도 한다.
산악지형이 많은 아리조나 역시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들은 곳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하이웨이 89번 도로 선상에 있는 ‘Yarnell Hill’이야 말로 ‘사람의 피를 부르는 도로’라 불릴만한 악명을 지니고 있다.
지난 10년 간 문제의 이 ‘Yarnell Hill’ 구간에서는 250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고 30여명에 가까운 운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주목할 점은 사망한 운전자들의 다수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아리조나주 공공안전국의 댄 라리머 경사는 ‘Yarnell Hill’에서의 사고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내젓는다.
구불구불한 길이 오르막 내리막을 거듭하는 ‘Yarnell Hill’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그 광경이 너무도 처참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라리머 경사는 “사고를 당해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의 떨어져 나간 팔다리를 수습하고 있노라면 마치 호러영화 속에 한 장면같은 느낌”이라며 치를 뜬다.
캐린 윌슨은 전 남편인 로버트를 작년 먼저 떠나 보냈다.
이혼 후에도 가까운 친구 사이로 지냈던 이 둘 사이에 갑작스런 비보가 찾아든 것은 지난해 2월.
현관문 앞에 어두운 표정으로 서있던 경찰관은 캐린에게 로버트의 사망소식을 전했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무리 지어 오토바이 타기를 즐기던 로버트는 ‘Yarnell Hill’에서 컨트롤을 잃고 쓰러지면서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로버트의 사망소식에 몇 일 동안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마침 꿈을 꾸는 듯한 아픔의 시간을 보냈다는 캐린은 아직도 로버트가 사망했던 곳인 ‘Yarnell Hill’은 무서워 찾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교통부의 공식적인 사고자료에서도 ‘Yarnell Hill’은 아리조나 최악의 교통사고 다발지역임이 확인된다.
당국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 지역에서 사고를 당하는 운전자 가운데 3/4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다.
그럼 왜 이 지역에서 유독 오토바이 사고가 많은 것일까?
‘Yarnell Hill’을 넘는 고갯마루는 탁 터인 시야가 확보돼 멋드러진 자연경관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차량 통행량도 그다지 많지 않고 주위가 뻥 뚫린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 운전자들은 ‘Yarnell Hill’에서 쉽게 속도감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Yarnell Hill’ 구간에서의 속도제한은 45마일이며 커브 구간에서의 제한속도는 30마일로 서행운전이 필요한 장소다.
‘Yarnell Hill’에서는 오토바이를 좌우로 흔들며 마치 곡예를 부리는 듯한 광경을 연출하는 바이크족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이들은 급커브 구간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80마일에서 90마일까지 속도를 내며 목숨을 담보한 죽음의 레이스를 벌이기도 한다.
라리머 경사는 “일부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이 같은 위험한 행동은 자신 뿐만 아니라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량에게도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마치 ‘달리는 총알’처럼 엄청난 스피드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일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답은 뻔한 것이다.
수 십 년 간 오토바이를 타왔던 브라이언 스트리덱은 ‘Yarnell Hill’이 죽음의 도로가 된 것은 도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이들이 무모한 질주를 일삼고 결국 그 폭주의 끝은 비참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이런 불법운행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경찰의 순찰인력을 보강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단 1명의 경관이 ‘Yarnell Hill’을 포함한 250 스퀘어 마일의 광대한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주정부는 ‘Yarnell Hill’ 구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수 년 내 530만 달러를 들여 도로를 정비하고 더 많은 순찰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10만 달러의 별도경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난 뒤여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역주민들은 이제라도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한 당국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아리조나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라는 악명과 함께 사람들 사이에 떠돌던 ‘Yarnell Hill’ 도로와 관련한 흉흉한 괴담은 결국 과속을 일삼고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던 부주의한 운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