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다녀 온다며 홀로 집을 나섰던 케니 클락은 실종신고 닷새 만에 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구조대가 발견한 클락의 옆에는 이미 동이 나버린 워터 팩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다. 올해 7월6일 사망한 채 발견된 클락은 피닉스에서 멀지 않은 아파치 정션 인근에 위치한 16만 에이커 규모의 슈퍼스티션 마운틴(Superstition Mountain)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근래 가장 마지막 희생자였다.
지난해 11월에는 경비행기가 슈퍼스티션 정상 부분에 충돌하며 아이 셋과 성인 3명 등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좌측 하단 사진)
또한 재작년 8월, 슈퍼스티션 마운틴에서는 유타에서 온 커티스 머워스, 맬콤 믹스, 아딘 챨스 등 등산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대량의 금이 매장되어 있다는 전설적인 ‘로스트 더치맨 광산(Lost Dutchman Mine)’을 찾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6개월 뒤 역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타의 등산가들이 슈퍼스티션 마운틴을 오르기 몇 개 월 전에는 덴버에서 온 제시 카펜이라는 이름의 남성이 이 산에 올랐다 실종됐다. 그 역시 숨겨진 금광을 찾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실종신고를 받은 구조대가 그의 행적을 쫓은 결과, 카펜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텐트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소지품도 찾아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웅장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는 슈퍼스티션 마운틴.
장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이 산에 얽힌 사고 이야기들을 되새겨보면 슈퍼스티션 마운틴은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산’이라 불릴만하다.
아파치 정션 동쪽에 위치한 슈퍼스티션 마운틴은 마리코파와 피날 카운티에 걸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산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두 개의 카운티 구조대가 가까운 위치에 따라 각자 출동해 인명구조 활동을 벌인다.
우선 피날 카운티 셰리프국의 기록을 살펴보면, 작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22건의 산행 중 조난구조 요청이 접수됐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3년 간의 회계연도 사이 구조요청 건수 22건과 일치하는 것이다.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 구조대가 접수한 구조요청은 그 수가 조금 적어서 2012년 회계연도 사이 모두 10번 슈퍼스티션으로 인명구조를 나섰다.
2009년 7월 이후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 구조대가 처리한 구조요청 가운데 사망자는 총 5명 그리고 1명은 실종으로 기록됐다.
두 구조대의 통계를 합쳐보면 슈퍼스티션 마운틴에서 발생하는 구조요청은 연간 30건을 넘어서고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구조요청이 많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를 해보면 슈퍼스티션 마운틴에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하는지 명확해진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슈퍼스티션 마운틴의 크기는 16만 에이커이다. 그에 비해 코코니노 국립공원의 규모는 슈퍼스티션 마운틴 전체 크기 10배에 가까운 140만 에이커이다.
코코니노 국립공원 관리국에 접수되는 연간 구조요청 건수는 평균 50여건. 산의 반경은 10배가 차이가 나지만 산행을 하다 구조요청을 하는 수치는 30건 대 50건으로 절반을 넘어선다.
마리코파 카운티 셰리프국의 구조대 요원인 스캇 베이커 경사는 “구조요청의 대부분이 산에서 길을 잃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여름철 더위에 탈수증상으로 산에서 오도가도 못해 구조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100도가 넘는 날씨를 우습게 보고 자신들의 체력을 과신하는 탓에 산행 중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며 “또한 충분한 물이나 음식을 마련하지 않는 등 등산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도 폭주하는 구조요청의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내가 산의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 지 자신을 시험하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처럼 계획이 잡히지 않은 등반은 뜻하지 않은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된 것들은 어떤 산을 오를 때에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일반적인 사항이어서 유독 슈퍼스티션 마운틴에서 빈발하는 산행 중 실종과 사고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