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어려운 성경 중에 마태복음 5장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설교이자 거의 유일한 대중 설교라 할 수 있는 말씀들입니다.
보통은 '산상수훈' 또는 '팔복의 말씀'이라 부르고, 어떤 주석가는 'Hard teaching'이라 제목을 붙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가르침이라는 것인데, 정확히는 '지키기' 어려운 가르침입니다.
마태복음 5장은 정말 지키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그래서 읽을 때 참 힘이 듭니다.
그 중 몇 구절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22절입니다.
"자기 형제나 자매에게 성내는 사람은, 누구나 심판을 받는다. 자기 형제나 자매에게 얼간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의회에 불려갈 것이요, 또 바보라고 말하는 사람은 지옥 불 속에 던져질 것이다."
가슴이 철렁하는 구절입니다.
성내는 사람은 심판, 얼간이라 말하는 사람은 끌려갈 것이고, 바보라 말하는 사람은 지옥 불 속에 던져진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한 때는 보이게 보이지 않게 자주 성을 냈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특히 많이 그랬죠.
'얼간이'와 '바보'는 서로 비슷한 말이라 생각되는데, '바보'라고는 지금도 자주 합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바보'라고 자주 하는데, 지옥 불에 던져진다니! 섬뜩합니다.
23-24절은 이렇습니다.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
누군가와 원한 맺힌 상태에서 예배의 자리에 나오지 말라는 말씀인데, 사실 거의 매 주일마다 지키지 못합니다.
화해하지 않고 원한 품은 채 찬송하고 설교하고 설교 듣고,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친교하고 돌아갑니다.
이런 예배를 하나님이 어찌 받으실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8절은 더 찔립니다.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사람은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를 범하였다."
아, 주님이 이런 말씀까지 하시다니! 놀랍고 두렵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계 각층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어떤 댓글에서는 한국 남자들 90%가 성에 관련된 범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또는 생각만으로도 여자를 범한다는 주님 기준에서는 저도 죄인입니다.
도저히 성경을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을 듯 합니다.
39절입니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말아라.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
이 말씀은 도저히 안됩니다.
악한 사람에게 어떻게 맞서지 않을 수 있는가?
최소한 드러내서 맞서지는 않는다 해도 드러나지 않게 가슴에 은밀히 보복하려 하는데 …….
오른쪽 뺨을 맞았는데 왼쪽도 돌려 대라구요!
아,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경찰 부르고 변호사 통해 고소해야지, 어떻게 같은 손해 같은 수모를 두 번 당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자청해서요.
주님의 가르침은 너무 어렵습니다.
마지막, 44-47절입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너희가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 또 너희가 너희 형제자매들에게만 인사를 하면서 지내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 사람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완전 KO 패입니다.
저는 도저히 이제 목회할 수도 없고, 컬럼을 쓸 수도 없고, 크리스천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자비가 아니고서는 머리 들 수 없고 누구에게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지난 주간에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 며칠을 보내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화 중 제 마음 한 켠에는 마태복음 5장에 대한 부담감이 무겁게 내리 누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부족하고 덜 된 상태로 무슨 미래를 얘기하나?' 스스로 한탄하면서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자비와 용서가 있기에 우리의 미래를 밝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