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독자투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2.JPG

 

 

며칠전 우리 집 근방에 사는 젊은 목사님이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멀린이라는 아프리칸 어메리칸이 잠잘 곳이 필요한데 같이 지낼수 있어요?"

자기 집에서 석주일 동안 데리고 있었는데, 더 이상 자기 몸 약한 부인에게 짐을 지우기가 미안한 모양이었다.

우리 부부는 깊은 생각 없이 그러자고 대답해 버렸다. 

생각했으면 못한다 했을 것이다. 

다만 "한달 동안" 이라는 단서를 붙인것은 나중 생각하니 참 잘한 것이다.

35살의 젊은 남자…

그가 어제 아침부터 우리집에 와서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가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얼결에 승락했던 것이 영 후회가 되는 눈치다.

나는 "그까짓 한달쯤이야 금방 가지 뭐"하고 안심을 시켰다.

이 일은 여러가지 반응을 일으킨 일이었다.

먼저 고모에게 이야기했더니 펄쩍 뛰며 말리는 것이었다.

홈레스인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면서 왜 집안에 들이냐는 것이었다.

조금 잘못하면 해를 끼칠지도 모르고 무언가 가져갈지도 모르고….라는 것이다.

엉? 강도나 도적으로 변할지 모른다고?

시카고 남부에서 장사를 했던 고모에게는 당연한  말일수도 있다만 너무했다.

아무나 쉽게 믿는 우리도 문제지만 워낙 무섬증이 있는 고모처럼 사람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고 우리 집에는 값 비싼 보석 따윈 숨겨 놓고 살지도 않는다.

가지고 있는 가구나 모든 것들은 하나같이 중고품이요, 고급품은 하나도 없으니까 이럴 때 좋다.

"혹 가져가면 덕분에 더 나은 것을 구하면 되지"하면서 내가 안 받아들이니까 그럼 내 여동생에게 물어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내 동생에게서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동생은 대번에 "이왕 하기로 했으면 잘 해보셔. 좋은 일이니까"하는 것이었다.

마음 큰 동생에게서 그런 대답이 나올 줄 나는 미리 알았다.   

고모는 아직도 승복할 수가 없는지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 보았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처럼 반대 의견이라고 하며 깊은 우려를 금치 못하는 것이었다.

우리 교회에 젊은 한국여자를 2년간 무보수로 데리고 살았던 권사님이 한분 계시다.

대강 무어라 하실 줄은 알았지만 그분에게도 물어 보았다.

결사 반대란다.

미국에는 제도가 좋아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나라에서 도와주게 되어 있고그런 사람들을 수용하는 곳도 많은데 왜 한국 사람에게 거머리처럼 붙어서 그러느냐고 흥분하신다.

그동안 한 사람을 너무 오래 데리고 살면서 마음 상한 일이 많아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마냥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한달 뿐이니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은 그가 스스로 알아서 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 집에 있는 것은 아무거나 먹어도 좋다고 했다.

냉장고가 항상 텅빈 것이 문제지만 그것도 덕분에 좀 채우면 될 듯.…

남을 먹이면 나도 더 잘 먹는 수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문제이다. 

우리 동네는 버스 정류장이 멀고 불편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우리 일 제쳐놓고 요새같이 기름값 비쌀 때 라이드까지 줄수는 없지 않은가?

마음을 독하게 먹은 남편이 그런 것까지는 애시당초 바라지 못하게 무 잘르듯 하였다.

반쯤 듣지도 않고 "우리는 못하오. 그런 말은 하지도 마시오"했다.

가끔 맘 헤픈 마누라가 한 없이 잘 해줄까 굉장히 겁나는 모양이었다.

내가 맘이 헤프기는 커녕 계산도 빠삭하고, 남편 뒤에 숨어 그런 말을 안해도 되니 다행으로 생각하는 것도 있는데...   

그렇지만 무정한 것을 말할 때 정중히 조심스레 하지 않고 무례히 말하는 것은 참아주기 힘들다. 

혹 상처가 될까봐.

"노No"는 "예스Yes"보다 열곱절 더 조심하며 말해야 된다고 누누히 주의를 주어도 소용없이 신경질로 액센트를 넣는 남편 때문에  미안해진다.

"노"하는 것도 미안한데 찡그리고 안 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더 미안한가 말이다. 

아침에 일 나가면서 큰 길에 내려주었는데 저녁에는 걸어서 정류장에서 우리집까지 오는데 40여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자동차가 없이 버스 타고, 걷고.. 

우리는 깡그리 잊고 사는 불편함은 그의 새삼스럽지 않은 친구이다.

내가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이 정도라도 남을 도와줄 일을 만난 적이 별로 없었다.  

성녀 테레사 같이 목숨 내놓고 남을 돕는 분들도 있고 달러 신부로 유명한 모리스 체이스라는 신부는 지난 부활절에도 3만불이라는 돈을 엘에이 홈리스 셀터 앞에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흉내낼수 없게 엄청난 선행을 하는 분들도 많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남과 무엇을 나누는 일이란 별것도 아닌데 얼마나 쉽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러니 모처럼 만난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왕 하기로 했으니 정말 좋게 잘 끝나 고모의 기우를 웃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에게 주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서 나도 받는 것이 있다.

그동안 내가 누리고 살았던 이 환경에 대한 충분치 못한 감사를 회복하는 일이다.

평생 내 마음 저 밑에 깔려있는 사치스런 불평 목록들을 찢어버리는 일...

나보다 나은 처지의 사람을 속으로 선망하는 고질병을 버리는 일이다. 

그리고 머리 누일 곳 있음과 자동차와 셀폰들을 사용할 수 있는 처지를 많이  감사할 것이다. 

아주 많이....

길잃은 천사,  그 젊은이에게도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내일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달 후에는 나아갈 길이 보일수 있기를 바란다.

(2008년 4월)

?

  1. [추억의 조각]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는 어디에서? -이인선

    오늘 가까운 지인에게 들은 소식이다. 떠나온 고향 교회 목사님 한 가족 4명이 모두 몸살로 아픈데 증세가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들과 딸이 뉴욕에서 최근에 집으로 돌아 왔다고 하니 절로 의심이 되었다. 그동안 성도가 적어서 ...
    Date2020.04.21
    Read More
  2. [추억의 조각] 윤여태씨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잃으며 -이인선

    너무나도 침통한 뉴스가 있습니다. 뉴저지 주, 저지 시티의 시의원 윤여태씨가 코로라 바이러스와의 접전 3주만에 어제(4월 6일) 숨을 거둔 것입니다. 닷새 전에는 드디어 조금 좋아진다고 해서 기적이 일어난다고 얼마나 좋아하며, 얼마나 깨어나기를 기도하...
    Date2020.04.14
    Read More
  3. [추억의 조각] 당신은 여자 의사입니까? -이인선

    생각만 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만년소녀 내 친구 은희, 그녀가 4 박 5일 일정으로 왔다가 갔다. 7년만인가, 아주 오랜만의 해후이다. 내 인생길에서 만난 가장 오래되고 좋은 인연인 그녀는 나와는 양곡초등학교 동기 동창이요, 대학도 S 미대 동기 동창이다...
    Date2020.04.09
    Read More
  4. [추억의 조각] 의사 애인을 총으로 쏜 간호사 -이인선

    이번에 한 여인의 죽음을 보니까 아무 연관도 없는 그 옛날 어떤 남자의 죽음 하나가 뜬금없이 생각이 난다. 내가 이민 갓 와서 들은 것이니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 그는 전도 유망한 의사이었다. 닥터 리라고 해두자. 이제 이름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니. ...
    Date2020.04.04
    Read More
  5. [추억의 조각] 피부 가까이 느끼는 우한 폐렴 사태 -이인선

    사흘 전 딸이 전화를 했다. "엄마, 나는 보나마나 우한폐렴에 걸릴거야!" 나는 갑작스런 이야기에 너무 놀라고 당황했다. "뭐라구?" "나는 우한폐렴에 걸릴꺼야." 딸은 또 말하기를 "매튜도 걸릴꺼야." 두 아이가 다 최전방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이니 가장 먼...
    Date2020.03.24
    Read More
  6. [추억의 조각] 어느 여인의 죽음 -이인선

    그런 장례식은 처음이었다. 이 나이 되도록 수십번 가본 것 중에 제일 이상하고 초라한. 종이상자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이제 겨우 46세의 그녀. 하경희. 사진이라야 스냅사진 한장이 달랑, 장례식장에서 마련한 꽃들 사이에 보였다. 그녀 곁에는 펑펑 울어줄...
    Date2020.03.04
    Read More
  7. [추억의 조각] 피닉스에 처음 있던 일/ 출판 기념회를 끝내고 -이인선

    어제, 건강하신 모습을 뵈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1988년 피닉스에 이사온 후 많은 한인모임에 참석했었습니다. 그중 소정 이인선 권사님의 출판기념회는 가장 품격이 높았으며 내노라하는 피닉스의 저명인사들이 모두 모이셨더군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제...
    Date2020.02.25
    Read More
  8. [추억의 조각] 에필로그/ 피닉스의 작은 샘 -이인선

    안녕하세요? 이인선입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작가나 수필가로 인정해주시는 마음으로 이곳에 오셨을 겁니다. 너무 황송하지요.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속으로 나 자신을 부르는 말은 무엇인지 아세요? 지금까지 비밀로 했었는데... 공개하자면...방구똥구...
    Date2020.02.18
    Read More
  9. [추억의 조각] 한국 남편 vs 미국 남편 -이인선

    나이가 들수록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는 부부를 만난다는 것이 왜 그렇게나 어려울까? 사랑까지 바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서로 으르렁 싸우지 않고 살기가.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계속 유지 하는 부부의 모습은 화성에나 있는 것일까? 요즈음 이상하게도 서...
    Date2020.02.12
    Read More
  10. [추억의 조각] 구정 설날의 추억 -이인선

    미국 살면서 설날을 설날답게 지내본 적이 감감하다. 하기야 아직 아이들이 어릴 때는 하루 쉬는 새해 첫날 신정을 기해 한복도 입히고 세배도 시켰다. 세배돈에 흥분한 아이들이 돈맛으로라도 세배하는 것이 꼭 나쁠 것 같지 않아서 동네 어른들을 찾아 세배...
    Date2020.02.04
    Read More
  11. [독자투고] 주사파가 집권한 대한민국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저는 학생운동, 노동운동, 좌익정당을 하면서, 대학교에서 2번 제적되고 25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7년 동안 공장생활하면서, 노동조합 위원장을 2년 동안 했습니다. 감옥에 두 번 가서 2년 5개월 동안 살았습니다. 감옥에서 김일성주의자, 주사파 학생...
    Date2020.02.01
    Read More
  12. [독자투고] Fact Check 하기에 바쁜 세상 -Ike Paik

    요즈음 mass com이나 youtube를 통하여 상당히 많이 통용 되어지는 다음과 같은 이해하기 힘든 몇가지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1) 촛불 난동으로 정권을 탈취한 종북 좌파라고?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게 무능하고 허수아비 같은 정부인가요? 난동으로 빼앗기는 ...
    Date2020.01.26
    Read More
  13. [추억의 조각] 새해 첫날의 손님들 -이인선

    옛날 어른들은 새해 첫날 밥을 잘 먹어야 일년 내 잘 먹을 것이라고 떡국이며 과일이며 풍성히 먹고, 또 먹이는 것을 설날의 과업으로 생각하셨다. 설날에 일하면 일년 내 일만 한다며 첫날은 잘 쉬는 것이 좋다고 했고 첫날에 좋은 일로 기분이 좋게 시작할 ...
    Date2020.01.23
    Read More
  14. [독자투고]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얼마전에 우연히 유투브를 통하여 애국 국민혁명에 대한 여러가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특별히 전 광훈 목사님의 설교와 강연, 청교도 훈련등에 대한 메세지는 나의 마음을 끌어 들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가슴은 울렁 거리기 시작했고 자꾸만 내 ...
    Date2020.01.21
    Read More
  15. [독자투고] 침묵하는 자유 국민 여러분, 나라를 구해주세요!!

    침묵하는 자유 국민 여러분, 나라를 구해주세요!! 가진 것을 잃을까봐 침묵하십니까? 침묵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는 자유 우파와 종북 좌파의 대결을 넘어 나라의 존폐를 결정하는 ...
    Date2020.01.18
    Read More
  16. [추억의 조각] 2019년 대미를 웃음으로 장식한 것 -이인선

    2019년은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참 열심히 살았던 한 해,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할까. 그 중 대미를 장식한 것은 엊그제 크리스마스 축하순서에서 "삭개오야 내려오라"는 단막극을 평균 연령 70세 가까운 우리 소망학교 식구들이 함께 했던 것. 내가 쓴...
    Date2020.01.05
    Read More
  17. [추억의 조각] 성탄절 이브에 만난 친구/친구야 힘내! -이인선

    크리스마스 이브날, 전화로 8년 만에 바다 건너 연락이 닿은 친구는 말문을 열었다. "고교 홈피에서 글 읽어보니 인선아, 니가 젤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엥?" 갑자기 부끄런 마음으로 얼굴이 붉어진다. 쓰잘데 없는 신변잡기들 중에 자랑 비슷한 이야기...
    Date2019.12.31
    Read More
  18. [독자투고] 아리조나 애국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교회에서 구국집회를 하는 이유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터졌다. 그리고 3일 후인 8월 9일 날 나가사키에도 원자탄이 터졌다. 36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 하에 있었던 한반도가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 전에 한반도는 진공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또...
    Date2019.12.26
    Read More
  19. [독자투고] 전광훈 목사의 신성모독 발언? 그에 대한 해명

    이번 전광훈 목사님의 발언에 신성 모독자 끌어내려야 한다라고 주장하는분들 읽어보세요. 이번 전목사의 문제의 발언에 대해 한국교회와 믿음의 사람들이 극명하게 두 부류로 갈라지는걸 보게 됩니다. 첫째, 전능하신 하나님한테 절대로 그렇게 말할 수 없다...
    Date2019.12.26
    Read More
  20. [추억의 조각] 아프리칸 어메리칸과 동거를 시작하며 -이인선

    며칠전 우리 집 근방에 사는 젊은 목사님이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멀린이라는 아프리칸 어메리칸이 잠잘 곳이 필요한데 같이 지낼수 있어요?" 자기 집에서 석주일 동안 데리고 있었는데, 더 이상 자기 몸 약한 부인에게 짐을 지우기가 미안한 모양이었다. 우...
    Date2019.12.2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