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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날, 전화로 8년 만에 바다 건너 연락이 닿은 친구는 말문을 열었다.

"고교 홈피에서 글 읽어보니 인선아, 니가 젤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엥?" 갑자기 부끄런 마음으로 얼굴이 붉어진다.

쓰잘데 없는 신변잡기들 중에 자랑 비슷한 이야기를 늘어 놓아서 이런 이야기를 듣나? 그래서 우선 미안하다고 하면서 반박을 했다.

"얘, 니가 날 잘 몰라서 그래, 우리 중에 나만큼 고생한 사람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난 장장 20년 간이나 세탁소를 했다. 지금도 마음 편한 것은 모든 것을 내려 놓으니까 그런거야. 딸 집에 얹혀서 손자를 봐주는 것이 무에 그리 부럼 살 일이라고?"

"그래도 딸 덕분에 호강으로 하와이도 가는거 아니냐?" 

"그대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거야. 아이 넷을 오직 맨 끝의 아이만 시어머니께서 넉달 봐 주시고 내가 혼자 다 낳아서 걸머지고 살았었다. 이제는 손자 셋까지 가끔 아픈 놈, 잠 못자는 놈, 말 안 듣는 놈들 때문에 절절맨다 뭐. 노총각 아들내미 결혼 상대 못 찾는 것은 물론 말도 안 꺼내지만 직장도 자주 바꾸는 것 등 누구나처럼 내놓지 못하고 하는 고민들이 나도 얼마나 많은데..."

다음의 말들은 차마 못했다.

나는 나대로 마음껏 헌금도 하고, 선교사업, 구제사업도 펼치고, 목사님들과 교회 일군들과 노인들 위로 차 선물해 드리는데 돈에 전혀 구애를 안 받는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는.

나 지금까지 옷 하나 구두 하나 살 때도 막장 쎄일 아니면 상대해 본 적이 없다는 것, 명품 하나도 못 지녀 보는 것, 그런 것 진짜 다 괜찮은데 남에게 잘 베푸는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과 물질... 

그것처럼 부러운 것은 없다고. 그렇지만 그 사람들도 위만 바라보면 나같이 부러운 사람이 또 있겠지? 기는 사람 위에 언제나 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니까.

아무리 변명처럼 말을 많이 해줘도 친구는 당장 자기처럼 돈 걱정 안해도 되는 것만 영 부러운 모양이었다.

사실 나도 얼마 전... 최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세상 걱정 다 짊어진 것 같이 괴롭게 살지 않았던가?

내 욕심과 꿈과 자존심들을 다 비우고 걱정을 하지 않기로 작정한 뒤부터 이렇게 자유의 몸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결혼해서 미국에 온 뒤 얼마 안되어 남편이 의사 직장을 버리고 온 날부터 지난 30년간을 절절 매고 짊어졌던 내 삶의 십자가! 어제도 가게 문닫을 때 내가 써 놓았던 글, "사업 인생을 닫으면서"를 다시 읽으면서 혼자 눈물을 훔쳤는데...

그래서 세상사람 다 손자 보기 힘들다 해도 나는 말한다.

"장사 안 되는 것을 붙들고 손님 기다리는 것보다 백배 낫습니다. 더구나 천사 같은 내 손자, 아기의 뺨에 내 뺨을 비비며 웃을 수 있는 것, 하나도 안 힘들뿐만 아니라 너무나 행복한 일이지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둥하지만 나는 아직도 세상에서 할만한 일이 우리 아줌마들에게는 아이 키우는 일이 최고라고 믿는다. 

결국 '꼬여 들어간 사업을 위해 돈을 꾸어 대는 일을 아직도 해야 한다'는 친구에게 어찌 위로할 바를 찾지 못하고 이야기를 마쳤다.

고교동창 그 친구는 지난 2002년 한국에 나갔을 때 졸업 후 처음 만났는데 하루 새벽기도회를 같이 갔었다.

그때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선아, 니 덕분에 내가 홍대 미대를 간게 아니겠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무슨?"

그랬더니 한다는 소리가 "니가 가져다가 준 그림 때문이야."

"엉? 내가 무슨 그림을 갖다 준 적이 있었어?"

내가 인천에서 서울로 미술학원을 고3 막판에 수 개월 다닐 때가 있었다.

그것도 이화여고에 다니던 국민학교 동창인 은희가 끌어 줘서 그리 했었다.

서울로 미술공부를 다니지 않으면 가고 싶은 대학에 못 들어 간다고 협박조로 말을 해줘서 가난한 아버지 졸라 미술학원비 내고, 밤 기차 통학을 날마다 했던 때... 그때 어느 날인가 내가 구성 작품 몇개를 얻어다 주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복사해 가며 서울 아이들 실력을 따라 잡은 자기는 무사히 붙었고 자기 고집대로 시골 미술선생 말만 들은 아이는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그림 갖다가 준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나로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참 흐뭇했었다.

친구가 착하니까 그런 이야기도 해주지, 누가 자기 열심히 해서 들어간 것을남에게 공을 나누어 줄까?

그 친구의 심성이 너무 좋은 것 같아 미국에 와서 남편에게 자랑을 했었다.

그런데 자꾸 연락이 끊어지길래 왜 그런가 했었는데 자기 처지가 힘드니까 연락 그런 것 자체가 하기 싫었다고.

돈에 시달릴 때, 루저라는 기분을 혼자 씹고 있을때, 아무에게도 말도 섞기 싫었다는 그녀의 마음,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모를까?

그런데 그 친구가 아직도 돈을 꾸어서 여기저기 막는 일을 해야 한단다.

요즈음 같은 불경기 세상에 그 친구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집을 잃었고 나처럼 사업을 잃었다. 

어떤 사람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고 하소연 한다.

올해 파산당하고 빚더미에 나앉은 사람들도 얼마나 많을까?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도... 그 가족들도 있다.

딸의 문제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해 신음하며 고통하는 H J씨 가족.

어려운 병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교회 식구들 몇 분...

그런데 사치스런 하와이 막판 여행 어쩌고 하며 시시한 글 나부랑이로 사람들 염장을 지른 셈인가?

그리고 가게 문닫고 난 6월 중순부터 홍길동처럼 나다니는 나를 보고 얼마나 거리감을 느끼며 힘들어 했을 사람들이 많았을까.

성탄절에 마음 슬픈 이웃들에게 위로는 못할 망정 더 힘들게 해주었다니! 

이 시간 글로 용서를 구하고 싶다.

또한 친구에게 해준 말을 모두에게 해주고 싶다.

"언제가 괴로운 시절도 지나가요. 주님을 아는 것만 놓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보상 받는 날이 꼭 올거예요."라고.

사랑하는 내 착한 친구야, 힘내!!!  조금만 더 기다려 봐, 넌 반드시 일어날꺼야! 화이팅!!! 

(2009년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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