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주 공화당이 주장해온 대선 음모론 때문에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전자 투표기가 무용지물이 됐다.
아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는 공화당이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감사하겠다면서 압수해간 전자 투표기를 폐기하고 다른 투표기로 교체하기로 했다고 6월 29일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강세 지역인 아리조나주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리조나주 공화당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서 주 최대의 표밭인 마리코파 카운티에서 부정 선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아리조나주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지난 4월 입법부 자체적으로 재검표를 실시하겠다면서 감사 실시안을 의결했고 마리코파 카운티의 전자 투표기와 투표 용지를 압수했다.
공화당은 전자 투표기 감사 업무를 플로리다주에 본사를 둔 민간 보안업체 '사이버 닌자스'에 맡겼는데, 이 업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음모론을 옹호해왔고 선거 장비 감사 경험도 전무했다.
이에 대해 마리코파 카운티의 행정을 책임지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슈퍼바이저 위원회는 주 상원의 감사 절차를 강력히 비판하며 투표기 교체 방침을 밝혔다.
앞서 슈퍼바이저 위원회는 카운티 소속 공화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라 대선 투표 결과에 대해 두 차례 독립적인 감사를 실시했고 부정선거 행위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슈퍼바이저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 업체에 투표기를 넘겨 감사하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위험을 줄 수 있다"며 보안성이 훼손된 투표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리코파 카운티는 전자 투표기 교체에 드는 비용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폐기하기로 한 투표기의 최초 구매가는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