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국의 대도시와 저소득층 거주지에 있던 모바일 주택들 가운데 30년 이상된 노후단지들이 도시 개발로 철거되면서 극 저소득층 거주자들이 갈곳을 잃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리조나주 피닉스의 페리윙클 모바일홈 파크에서 한 달에 450달러의 임대료를 내며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살아왔던 알론드라 루이스 바스케스는 치솟는 렌트비 때문에 달리 이동 주택을 구해서 이사할 수가 없어 곤경에 처했다고 AP에 말했다.
그랜드 캐년 대학교 근처의 피닉스 파크에서 살고 있던 그는 대학 측이 학생들 주거용 주택과 기숙사를 짓기 위해 7년전에 이 부지를 매입하는 바람에 다른 수십 가구의 주민들과 함께 머지 않은 시한 내에 이 곳을 비워주고 떠나야 한다.
30년 동안 새로 모바일 파크가 건설된 적이 없는 피닉스의 다른 두 곳 신개발 지역에서도 이동식 주택 단지들이 철거되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11살 딸과 함께 페리윙클에 살고 있는 이사벨 라모스는 "내가 여기 살고 있는 건 달리 갈 데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 전국에서 이 같이 낡은 이동주택 단지가 철거되고 있는데 대해서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은 가뜩이나 빈곤층 가운데에서도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살 주거지가 이미 동이 났는데도 이런 지역을 영원히 철거해 없앤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점점 더 늘어나는 강제 퇴거 주민들과 노숙자 틈에서 이들은 친척집에 얹혀 살거나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며 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 문제로 아리조나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마크 스탭은 "이동식 주택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주택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그것이 사라진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 곳이 아예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전국 저소득층 주거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미 전국에서 최빈곤층 세입자들에게 필요한 셋집은 약 730만 채가 부족한 상황이다.
최빈곤층이란 아리조나주 기준으로 3인 가족이 연 2만8850달러 이하의 수입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경제단체들의 자료에도 미 전국에 약 2000만 명의 사람들이 4만3000채의 이동식 주택에서 살고 있다.
아리조나 주택연맹의 조앤나 카 대표는 "이런 사태는 우리가 경험한 중에 최악의 주택난을 초래할 것"이라며 "수많은 가구가 아예 구할 수 있는 집이 없어진다는 건 심각한 사태"라고 경고했다.
아리조나주에서만 지난 18개월 동안 이동주택 단지 최소 6곳이 철거됐다.
다른 주택단지 소유사들보다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그랜드 캐년 대학교 조차도 반대편에 가담해 뒤로 물러서는 쪽에 가담했다는 지적이다.
이동 주택단지 주민들 대부분은 70세가 넘은 노인들이어서 노인 주거지 재개발을 이유로 철거한다는 것은 향후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동주택 단지를 재개발하는 것엔 한계가 있긴 하다.
‘이동식’이란 이름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다 이동주택은 아니며 붙박이 주택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주택을 옮기거나 철거하는 데에는 비용이 더 든다.
노후화된 주택들은 무너지거나 부숴질 위험이 커 아예 옮길 수 없는 곳도 많다.
자기 주택을 원하던 가격의 절반에 처분하고 이제는 승용차에서 살아야 한다는 제이슨 윌리엄스는 "주정부의 법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앞으로 퇴거 시한을 18개월 더 연장해 주거나 임시로 옮겨갈 장소를 지정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피닉스 시의회는 퇴거주민을 위한 연방기금 250만 달러를 쌓아두고도 주민들의 추방을 계속 추진 중이다.
아리조나 주정부는 최근 퇴거 기금을 가구당 1만25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주 대신에 친척집이 아니면 차량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다고 항의하고 있다.
아리조나주의 일방적인 이동 주택단지 철거 방침과는 다른 방향으로 보다 주민 친화적인 정책을 펴 나가는 곳도 있다.
버몬트주는 올해 초 연방정부 지원금으로 400만 달러를 들여서 이동식 주택단지 개선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목적은 지주들에게 갖고 있는 공지나 폐기된 땅을 새 이동식 주택부지로 제공하는 것과 이동식 주택 주민들이 새 땅에 좀 더 살기 편한 주거지를 마련하도록 돕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