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주정부 “외곽지역에 집 지으려면 물공급 100년 계획 제출하라”

 

 

아리조나주가 물 부족으로 인해 향후 3년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건설 및 개발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 

앞으로 특정된 아리조나 지역에서 주택을 새로 짓기 위해서는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지하수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1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아리조나주 당국은 수년간의 물 남용과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지하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주정부는 3년간 더 이상 피닉스 외곽지역 등에 지하수에 의존한 새로운 개발에 대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물 공급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6곳이 아리조나 수자원부에 100년간 자체 수원을 통해 물을 공급할 여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능동 관리 구역으로 지목됐다.

이는 아리조나 수자원부가 최근 실시한 지하수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아리조나는 향후 100년 동안 약 490만 에이커 피트 규모의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1에이커 피트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하는 물의 양으로, 규제 당국은 "이 연구 결과는 추가적인 물 공급이 없는 한, 피닉스를 둘러싼 밸리 외곽 지역에서 새로운 개발 승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리조나주를 비롯한 미 서부 지역은 수십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5500만 명이 거주하는 미 서부의 76%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게다가 피닉스 지역의 인구는 뉴욕시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물 사용량은 뉴욕시의 두 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000년부터 지속된 22년간의 가뭄으로 미 서부가 지난 1200년 중 가장 건조한 시기를 보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물 부족이 심각해지자 아리조나와 캘리포니아, 네바다주 등 콜로라도강 유역 3개 주는 물 사용량을 향후 3년간 13% 절약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WP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자 하이테크 기업의 개발 핫스팟이었던 대도시 피닉스에 대한 냉담한 경고"라며 "장기적 물 공급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지하수에만 의존하는 외딴 지역에서는 미래 주택 개발 계획이 진행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카일 물 정책 센터의 이사인 사라 포터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개발 가능성이 남아 있는 도시와 떨어진 사막 지역 등에서 개발이 시작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리조나 당국은 이미 개발 승인을 얻은 사업의 경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케이티 홉스 아리조나 주지사는 "피닉스 지역에서 승인된 8만여 채의 건설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두고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피닉스와 다른 아리조나 도시 주변의 지하수 공급은 주법에 따라 규제되는 반면, 아리조나 시골 지역은 대부분 규제 예외 지역에 속해 대규모 농장이 농작물을 위해 막대한 지하수를 끌어 쓸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피닉스 수자원 관리 고문인 신시아 캠벨은 NYT에 "물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은 허구"라고 지적했다.

포터 이사도 "이번 결정은 민간 개발자들에게 새롭고 보다 지속 가능한 수원을 찾거나 다른 곳에 건설하라고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실제 영향과 미래

이번 조치로 피닉스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닉스시의 케이트 가예고 시장은 6월 5일 트위터를 통해 “일부 언론들의 부정확한 내용 전달로 피닉스에 물 공급 문제가 있다고 비쳐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피닉스시는 실제 사용되는 것보다 더 많은 지하수를 저장하고 있고 또한 지하수가 사용되는 양은 피닉스시 전체가 소비하는 물의 총량에 2%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가예고 시장은 “우리는 100년 동안 안정적으로 피닉스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하고 “이번 조치로 벅아이나 퀸크릭과 같은 밸리 외곽 지역이 주택 신축에 약간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피닉스시는 그 도시들과도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 부족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가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리조나의 지속 성장은 가능한 걸까?

많은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미래를 예측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아리조나의 물 부족 문제가 현명한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측도 있다.

노던 아리조나 대학(NAU)와 아리조나 주립대학교(ASU)의 ‘국가 물 경제 프로젝트 & 퓨전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 책임자인 벤자민 러셀은 “물 부족 때문에 아리조나의 향후 발전이 큰 도전을 받게 될 것이며 아리조나주의 주요 카운티는 30년 이내에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많은 이들이 경고하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충분히 스마트하기 때문에 건조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물 부족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레셀은 아리조나가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제조기술 허브로서 이미 변모해가고 있는 것을 자신의 주장 첫번째 근거로 들었다.

아리조나를 비롯한 미 남서부 지역은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주요 거점이다.

이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동아시아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가축 사료로 쓰이는 알팔파는 여전히 아리조나의 주요 수출품이다.

하지만 알팔파는 재배에 엄청난 물이 필요한 작물로 물의 가치 사용량 측면에서 보자면 그 가치가 가장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자연지속가능성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 서부에서 강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부문이 바로 알팔파와 같은 가축 사료 작물의 재배였다.

러셀은 “최우선 수자원 권리가 없는 농부들은 계속 물 할당량을 잃게 될 것이며 따라서 가축 사료용 작물 재배도 저절로 줄어들어 물 사용량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러셀은 현재 생산되는 음식의 약 절반을 낭비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 식량을 덜 생산해도 되고 그것은 작물 재배에 드는 물의 절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러셀은 또 다양한 수자원 포트폴리오를 아리조나가 보유하고 있어 도시들의 성장이 지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제조업의 미국으로의 귀환 즉 ‘리쇼어링’ 정책으로 인해 아리조나주 마리코파 카운티 같은 경우엔 더 많은 제조시설이 들어서게 돼 도시들은 점점 고도화되고 고부가가치 경제로 전환이 이뤄지면서 농업에 의존하던 산업구조에 비해 물의 소비가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뭄에 대한 적응 조치와 도시 발전 정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이라는 러셀은 “창의성이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