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포스트::칼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ewshin.JPG

 

 

나는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친정, 시댁, 우리 가족,  학교, 직장, 교회 …. 

특히 나는 '학교'와 '교회'라는 공동체에 오랜 세월 몸 담아 왔다.  

이 두 조직은 아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비슷한 점이라면 규칙적으로 모임을 갖고,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존재하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위계질서와 일정한 규칙들이 있고 전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학교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지식과 정보를 다루고,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세속 집단인데 비하여 교회는 주관적이고 영적인 신앙의 영역을 다루며 자비와 은혜가 넘치는 신성한 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학교에서 교회에만 있는 줄 알았던 자비와 은혜를 경험하고 있고 반면 교회에서는 매우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잣대의 평가를 맞닥뜨리는 경험을 하였다. 

그래서 좀 헷갈리기 시작했고, 학교가 교회처럼 생각되고 교회가 학교같이 느껴지는 나 자신에게 "이것은 마귀가 나를 미혹하는 것이당!"이라고 소리치기도 하였다.

파커 팔머(Parker J. Palmer)의 책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에서 말하길 '앎(Knowledge)'에는 3종류의 동기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호기심 때문에 무엇인가를 알려고 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지배(Control)하기 위해 알려고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앎의 동기는 바로 '사랑'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리고 하나님은 더 깊이 그리고 올바르게 사랑하기 위해 알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분류에 따르자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앎'의 동기는 호기심과 지배가 대부분일 것이요 내가 평생 몸 담고 있는 교회는 그 '앎'의 동기가 사랑일 것이다.  

세계 2차대전때 일본에 투하한 원자폭탄을 만들어 낸 과학자들이 폭탄 제조 원리를 연구하고 밝혀낸 동기는 호기심과 지배욕이었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그들의 앎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깊이 생각하거나 미리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파커 팔머의 말대로 호기심과 지배욕이 동기가 된 앎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반면 사랑이 동기가 된 앎은 예수님이 우리를 안 것과 같이 생명을 살리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내가 학교에서 경험한 공동체는 어떠한가?  

먼저 '앎'을 매우 소중하게 다룬다. 학생들의 정보를 호기심이나 지배를 위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누가 무료 급식 대상자인지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따위는 특별한 교육 목적이 아니고서는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설사 알게 되었더라도 절대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동료 교사가 실수를 저질렀거나 실력이 좀 부족할 때에는 멘토가 붙어서 이것 저것 코치를 해 준다. 심각한 일일수록 직접 얼굴을 맞대고 면담을 한다. 

모든 일은 일대일로 조용히 이루어진다. 시간이 걸려도 이렇게 한다. 

함께 일하는 스텝 중에 장애를 지닌 사람이 있다. 교장 선생님은 그것을 알고도 그 분을 채용하였다. 

함께 일할 때 가끔 짜증나는 일들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그분의 장애 때문이라고 탓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 분을 채용할 때 그 모든 것을 함께 짊어지고 가기로 리더들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다려주고 함께 커 나가기로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결정이나 분위기를 궂이 '자비와 은혜'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그냥 다양성이라고 부른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 온 교회의 공동체는 어떠한가? 

지식 보다는 진리를, 능력 보다는 사랑을 가르치고 배우는 공동체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나는 소중한 가치들을 모두 교회에서 배웠다. 

그런데 때때로 진리 보다는 지식을 사랑 보다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갑순이네 가정이 이혼 위기에 처했을 때 사랑보다는 호기심으로 갑순이네에 대해 더 알려고 하는 사람들, 목회자나 교회 리더가 서울 대학을 나왔다고 하면 뜬금없이 좋아하는 교인들. 

그리고 서로의 실수나 특히 교회 리더들의 부족함을 함께 짊어지고 성장해 나갈 인내심을 보여주지 않고 평가와 판단의 잣대를 들이미는 모습들이 세상보다도 더 엄격하고 냉정하다고 느껴진다.   

COVID-19으로 공동체는 사라지고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가 분리되어 연결이 희미해지는 요즘 사랑이 동기가 된 '앎'이 충만한 "유기농 공동체(organic community)"가 간절해 진다.  

사랑이 동기가 된 앎을 통해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삶이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될 수 있고 이렇게 서로 연결되고 인격적인 사랑을 주고 받을 때 배움과 성장이 일어난다고 파커 팔머는 말한다.  

"유기농 공동체"란 말을 파커 팔머의 책에서 읽었을 때 한 눈에 확 들어왔다. 

유기농 채소들이 보통 채소들보다 좀 시들시들해 보이고 풍성해 보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유기농 채소가 결국에서는 건강에 도움을 줄 것을 안다.  

유기농 채소를 기르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고 땀을 더 흘려야 한다. 

지식이 좀 부족하고 능력은 별 볼일 없어도 진리가 견고히 서고 사랑으로 허다한 허물을 덮을 줄 하는 유기농 교회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1. 메디케어 바로 알기(53) 메디케어 '공개 등록 기간' 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박주리 메디케어 전문가

    2021년 메디케어 공개 등록 기간 (1월 1일~3월 31일) 코로나 바이스러로 인해 유난히 길고 우울했던 2020년 한 해가 지나가고 어느덧 2021년 새 해가 밝았습니다. 그리고 연례가입 기간이 끝나고 메디케어 '공개 등록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
    Date2021.01.08
    Read More
  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동전 이야기 2

    내 글의 애독자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올 가을, 학기가 시작하자 마자 나는 "참 잘했어요" 스티커 대신에 수업때마다 "미국 동전"을 학생들에게 뿌렸다. 나름대로 동전을 주는 규칙이 있다. 4가지 항목에서 좋은 태도를 보이면 컴퓨터 상에서 동전 사진...
    Date2021.01.04
    Read More
  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한국인과 밥

    미국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어느 때 인 줄 아는가? 그것은 바로 점심 식사 시간이다. 덩치가 산처럼 크고 먹성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손가락 크기 만한 너겟 몇 개를 점심이랍시고 깨작거리고 있거나 학생들이 도시락 가방에서 감자칩과 ...
    Date2021.01.04
    Read More
  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또다시 온라인 수업

    지난 금요일 교장 선생님이 드디어 교직원 회의를 소집하였다. 물론 줌으로 진행된 비대면 교직원 회의였다. 교장 선생님은 비장한 얼굴로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해 발표를 하였다. 내용인 즉 추수감사절 휴일 이후 월요일부터 비대면 수업 즉 100% 온라인 ...
    Date2020.12.10
    Read More
  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억지 감사가 넘쳤던 하루

    곧 있으면 추수감사절. 오늘 아침 나는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비록 몸과 마음은 거듭되는 온라인 수업과 학생지도로 지치고 피곤했지만 요즘 같이 혼란스럽고 걱정이 많은 때에 COVID-19에 걸리지도 않았고 일할 터전이 있으니 얼마나 ...
    Date2020.12.03
    Read More
  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팀으로 일하는 특수교육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을 소개하겠다. "It takes an entire village to raise a child." "아이 한 명을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If you want to go quickly,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Date2020.11.16
    Read More
  7.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52) 메디케어/연말에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현재 진행중인 연례가입기간에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몇주전에 이미 글을 올렸습니다. 이제 연말이 가까이 오니 연말 안에 해결하고 넘어 갈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겠습니다. 1.OTC 사용하기 비처방약을 석달에 40불 혹은 75불, 275...
    Date2020.11.16
    Read More
  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뇌전증(腦電症)에 대하여

    뇌전증(腦電症)? 간질의 새로운 이름이다. 2009년에 대한뇌전증학회에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그동안 '간질'로 불려 졌던 병을 '뇌전증'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영어로는 Epilepsy라고 부른다. 뇌전증에 대해 누구나 한두 마디씩은 들어...
    Date2020.11.06
    Read More
  9. [특별기고문] 16세기 교회개혁 운동이 21세기 지상교회에게 요구하는 것 -윤원환 목사

    -프로테스탄트 교회 개혁운동 513주년에 부쳐- 1. 16세기 교회 개혁운동의 의의 1517년 독일 교회개혁 운동가 마르틴 루터의 용기있는 저항신앙 운동으로 시작된 서방 유럽 교회 개혁운동은 단순히 그 당대 교회의 교리적 및 제도적 변혁에 머문 것만이 아니라...
    Date2020.10.31
    Read More
  10.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유기농 공동체 (Organic Community )

    나는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었다. 친정, 시댁, 우리 가족, 학교, 직장, 교회 …. 특히 나는 '학교'와 '교회'라는 공동체에 오랜 세월 몸 담아 왔다. 이 두 조직은 아주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비슷한 점이라면 규칙...
    Date2020.10.23
    Read More
  11. [이인선의 메디케어 칼럼] 메디케어 바로 알기(51) ANOC 를 받으셨지요?

    해마다 10월 15일부터 12월 7일까지는 메디케어 연례 가입기간입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참으로 많은 우편물과 전화가 옵니다. 우리들로서는 쳐다 보기조차 싫은 영어 메일들이 쌓이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는 무엇일...
    Date2020.10.16
    Read More
  12.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아이들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갑순이가 이 학교에 와서야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전까지는 학교를 3번이나 전학 다녔습니다. 선생님들의 사랑이 정말 큽니다." IEP미팅에서 학부모님이 미팅에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마음...
    Date2020.10.16
    Read More
  13.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시대의 개막!

    "갑돌아, 네 컴퓨터 오디오를 소거 상태로 놓거라. 안 그러면 하울링이 생겨!" "네." "금동아, 10시가 되면 담임 선생님 줌 수업에서 나와서 바로 내 수업 줌으로 들어오너라. 알았지!" "갑순아, 오늘 집에서 뭐했니?" 갑돌이는 바로 내 옆에 앉아 있는데도 ...
    Date2020.10.08
    Read More
  14.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학교에서 일하기

    감개무량(感慨無量)한 일이 생겼다. 며칠 전, 함께 일할 보조 교사, 영어로는 Instructional Assistant를 새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데, 당당하게 면접관의 한명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재작년 이맘때,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던 일이 생각났다. 단 2...
    Date2020.09.26
    Read More
  15.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미국 동전 이야기

    "시간 맞추어 수업에 들어왔네. 아이구 착해라. 자, 여기 쿼터 (25센트)가 있다!" "아니, 수업 중에 왜 혀를 내밀지? 이거 너무 예의 없는 것 아니야? 선생님이 갑자기 이야기 하다가 혀를 불쑥 내밀면 넌 좋겠냐? 안되겠다. 넌 오늘 패니(1센트)에 만족하거...
    Date2020.09.17
    Read More
  16.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은 힘들어!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온라인 수업이 힘들어서 말이다. 오늘은 "Zoom"으로 수학 시험을 보았다. 학생들 중 집중력이 좀 떨어지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은 일대일로 문제를 읽어주면서 시험을 본다. 한 학생이 나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난리를 치며 문...
    Date2020.09.10
    Read More
  17. [특별기고문] 그리스도인의 고귀한 저항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려면 -윤원환 목사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경우 19세기 중반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수년간 오두막 집을 짓고 자유로운 자족의 삶을 구가했던 소로는 미국과 멕시코간 전쟁 발발시 주 정부가 강제한 인두세를 내지 않은 죄목으로 구치소에 감금된 적...
    Date2020.09.08
    Read More
  18.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 온라인 수업이 가져온 변화들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학교는 대면수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새 학년 새학기를 맞이하였다.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장비의 현대화이다. 기계와는...
    Date2020.09.02
    Read More
  19.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신경아 사모]COVID-19가 만들어 준 웃픈 학교 풍경

    "갑돌아, 마스크를 바르게 쓰도록 하여라." "갑돌아, 마스크 눈에다 쓰지 말고 입을 가리는데 써!" "갑돌아, 마스크를 왜 뒤집어 쓰는 거니? 네 마스크 안쪽이 고동색이 되었구나. 선생님이 새 것 줄 테니 제발 마스크 좀 얌전히 쓰고 있어라!" 오늘은 COVID-...
    Date2020.08.27
    Read More
  20. [특별기고문] 8.15 해방사건에 대한 구원사적 함의는 무엇인가? -윤원환 목사

    ‘과분한 해방의 선물’ 1910년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의 강점과 36년간의 강압통치는 그 당대 국내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 그리고 국제적 제국주의 각축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일제의 36년간의 압제가운데서도 나라의 독립 혹은 신앙의 자유를 되...
    Date2020.08.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
롤링배너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