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학교는 대면수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새 학년 새학기를 맞이하였다.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먼저, 장비의 현대화이다.
기계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던 나 조차도 거금을 투자하여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 세트와 데스크탑 컴퓨터에 설치할 웹캠 카메라를 구입하였다.
주변 선생님들을 보니,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빈 교실에 굴러다니던 컴퓨터 모니터와 도킹 스테이션을 찾아내어 교실에 듀얼 모니터를 설치하고는 마치 증권가의 펀드매니저들이나 하는 것처럼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집에 컴퓨터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 크롬북을 꽤 많이 구매한 모양이다.
자녀가 둘 이상 있는 가정에서도 크롬북이나 아이패드 또는 노트북을 구입한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두번째로는 구글로 하나되기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은 구글 클래스로 시작하여 구글 클래스로 끝난다.
한국에 있는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의 학교들도 구글 클래스를 이용하여 과제를 내고 여러가지 학습활동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국제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자랑스럽게 이미 오래전부터 구글 클래스를 이용하여 수업을 하고 있기에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학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하신다.
구글에서 지원하는 여러가지 부대 프로그램들이 다른 회사의 프로그램들을 서서히 압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 대신에 구글닥(DOC)을 점차 많이 이용하게 되고, 엑셀 대신에 구글 스프레드 쉬트를, 파워포인트 대신에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구글과 연동되어 작동되는 교육 소프트웨어들이 구글 계통의 문서프로그램이나 슬라이드만을 업로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구글 클래스에 쉽게 업로드 하거나 구동하게 하려면 역시 구글의 혈육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진행이 매끄러워 진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계는 점점 구글로 통일되고 있다.
세번째로는 학습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수업 준비를 대충 할 수가 없어진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앞에 놓고 수업을 할 때에는 수업 준비가 좀 미진하더라도 농담이나 놀이 등 임기응변으로 시간을 때울 수 있었는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컴퓨터 모니터 뒤에 무서운 엄마들이 매의 눈을 하고 선생님들의 수업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긴장하게 된다.
접속 불량 등으로 낭비되는 약간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학습활동에 할애하게 되니 짧은 시간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내용을 가르치게 된다.
학생들의 경우, 친구들의 잡담이나 장난에 관심을 빼앗길 일이 없고, 선생님의 목소리와 학습내용이 담긴 스크린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니,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질 수도 있다.
헤드폰을 끼고 옆반 선생님의 수업을 줌으로 듣고 있자니 개인과외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학생의 경우, 지난 봄 온라인 수업을 하고 나서는 이번 학기에 월반을 하겠다고 문의를 했다고 한다.
한국의 무수히 많은 '옆집 엄마들'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을 통해 드디어 옆집 아이가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한지를 알게 된 후, 자기 아이를 열심히 닥달하고 가르쳐서 실력이 일취월장 했다는 간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들도 있다.
아예 온라인 수업에 들어 오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온라인 수업에 들어왔지만 엎드려서 자는 학생도 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를 따라 집이 아닌 곳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한 학생은 주변이 너무나 시끄러워 계속 담임 선생님이 "음소거" 설정을 하라고 지적을 하게 만든다.
이러한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온라인 수업에 흥미를 잃고 수업에 아예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라인 수업이 체질에 맞는 학생들, 집에서 엄마들이 붙잡고 공부시키는 아이들은 오히려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데,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님이 무관심한 학생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이미 배운 내용마저 잊어 버릴 판이니 학습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COVID-19 사태가 해결되고 다시 대면 수업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학교는 변화를 겪을 것 같다.
온라인을 통해 경험한 편리함과 효율성이 이전과는 다른 학교를 만들 것 같다.
이 변화의 물결은 크고 강력하여 이것을 회피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은 도태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이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서 나약하고 무력한 나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온다!
네이버 블로그 "심기운 곳에서 꽃피우기" 운영중. 이메일 namenosh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