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온라인 수업이 힘들어서 말이다.
오늘은 "Zoom"으로 수학 시험을 보았다.
학생들 중 집중력이 좀 떨어지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학생은 일대일로 문제를 읽어주면서 시험을 본다.
한 학생이 나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난리를 치며 문제의 답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내 목소리가 안 들린다며 어깨를 들썩이고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 아이가 갑자기 다음 문제로 넘어가니 천연덕스럽게 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교실 상황이었다면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었을텐데 이 학생은 온라인 수업 상황을 십분 활용하여 조금만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지 딴청을 하기도 하고, 엎드려서 머리 꼭대기만 보여주기도 하고, 갑자기 방을 뛰쳐나가 엄마를 불러 오기도 한다.
학생의 엄마도 지쳤는지 요즘은 학생이 엄마를 불러도 엄마는 컴퓨터 앞으로 오지 않는다.
어제는 다른 학생이 말썽을 부렸다.
침대에 누워서 수업을 들으려고 하였다. 침대에 누운채로 아이패드를 높이 쳐 들어서인지 그 아이의 얼굴이 빈대떡처럼 펑퍼짐해 보였다.
할 수 없이 치사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바른 자세로 앉아서 수업을 받지 않으면 스티커를 줄 수 없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학생이 마지못해 앉기도 하였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아예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집으로 쫓아가 잡아 올 수도 없으니 속수무책이다.
지난주에는 아침부터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교육청에서 보안을 위해 학생들이 줌으로 직접 접속하지 않고 학교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접속하도록 해 놓았다.
의례히 학생들이 참여해야 하는 수업들이 학생 개인 접속 화면에 아이콘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어쩐 일이지 그날은 나의 수업이 학생들의 접속 화면에 나타나지 않아서 내 수업에 들어 올 수 없다는 아우성이 들려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ZOOM" 시작 시간을 아침 8시로 설정해야 하는데 그만 저녁8시, 즉 8시 pm으로 설정이 되어 학생들의 학교 전산 시스템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옆반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행이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지만 정말 난처한 상황이었다.
요즘 아침 6시 15분쯤에 집을 나서서 저녁 5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일이 반복이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보디랭귀지를 전혀 쓸 수 없고 오직 입으로만 나의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입이 아니라면 테크놀러지.
둘 다 몹시 약한 나에게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이다.
더욱이 학습지를 직접 나눠주고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모든 학습자료를 디지털화 해야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작년에 비해 영어가 다소 늘었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아이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 더욱이 요즘은 아이들 뒤에 숨어있는 엄마들 앞에서 영어로 가르친다는 일은 힘이 드는 일이다.
뉴스를 보니 교육청마다 대면 수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속한 교육청에서도 곧 순차적으로 대면 수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면 수업을 한다고 해도, 이전같이 완전히 자유롭게 학교를 활보하며 수업을 진행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규칙이나 절차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신체 접촉을 피한 상태에서 수업이 진행 될 것 같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 또 한차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면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도 있고, 여전히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학생들도 있기에 어떤 식으로 두 장소에 있는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칠 수 있을지는 오리무중이다.
동료 특수교사와 더불어 몇몇 학생들은 앞에 앉혀 놓고, 나머지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갑자기 내 팔이 문어처럼 여러 개가 되어야 할 것만 같은 상상이 들었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동료 선생님들은 벌써부터 머리를 싸매고 걱정이 한 가득이다.
나도 머리가 좀 아파온다.
그러나 미리부터 걱정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어차피 걱정을 해도 내 머릿속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맡은 장난꾸러기, 공부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이 뒤쳐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혼란을 틈타 더욱 어려워지지 않기만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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