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닉스시가 미국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인 고(故) 세자르 차베스의 이름이 붙은 모든 공공시설과 기념일 명칭 변경에 착수했다.
최근 그가 과거 여성과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케이트 가예고 피닉스 시장은 오는 3월 25일 시의회 표결을 거쳐 현재 차베스를 기리고 있는 3월 31일 기념일의 의미를 재규정하고, 그의 이름이 들어간 시 공공시설 명칭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측은 우선 올해 해당 기념일을 '농장 노동자의 날'로 임시 변경해 농장 노동자들의 헌신을 기리는 데 집중하고, 향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영구적인 명칭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가예고 시장 등 일부 시의원들의 요청으로 해당 안건은 이미 시의회 의제에 올랐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18일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차베스가 전국농장노동자조합(UFW) 위원장 재직 시절 여성과 어린 소녀들을 상대로 수년간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특히 1962년 차베스와 함께 노조를 공동 설립했던 돌로레스 우에르타의 폭로가 결정타가 됐다.
올해 96세를 앞둔 우에르타는 1960년대 젊은 시절 차베스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해 두 아이를 다른 가정에 입양 보냈다고 고백했다.
그는 평생을 바친 노동운동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 지난 60년간 침묵해왔다고 털어놨다.
시의회에서 명칭 변경안이 통과되면 수 시간 내에 시내 곳곳의 표지판 철거 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
피닉스 남부 베이스라인 로드를 따라 설치된 세자르 차베스 블러바드 표지판을 비롯해 라빈 지역의 고등학교, 도서관, 공원, 그리고 다운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세자르 차베스 플라자 등이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가예고 시장은 차베스가 남긴 긍정적인 업적은 인정하면서도, 심각한 성범죄 의혹을 받는 인물을 계속 기릴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리조나주에서 성범죄자를 주로 연구해 온 법의학 심리학자 브레켄 블레이즈 박사는 권력과 지위를 가진 인물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가지며, 피해자들은 자신이 겪은 피해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블레이즈 박사는 대중이 권위 있는 인물을 완벽한 영웅으로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 역시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