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1위 기업 TSMC가 대만 정부로부터 아리조나주 피닉스에 건설 중인 팹(공장)에 대한 75억 달러 규모 투자를 승인받았다.
대만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확대될 미국 빅테크 기업의 물량을 선점함으로써 업계 1위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제12차 투자심의회의를 통해 TSMC의 아리조나 공장 건설을 위한 75억 달러 투자금을 승인했다.
대만 정부는 TSMC의 미국 공장 투자가 반도체 기술 유출 등의 문제점이 없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여러차례로 나눠 투자금 승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TSMC는 미국 투자금을 대폭 늘리고 있다.
2030년까지 총 650억 달러(86조8800억원)를 투자해 아리조나주에 공장 3곳을 더 지어 총 6곳의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계획인 400억 달러보다 250억 달러가 늘어난 셈이다.
이는 업계 2위인 삼성전자와의 미국 공장 건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AI 도입 이후 밀려드는 빅테크 기업의 주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캐파) 확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만 정부는 TSMC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에 맞춰 지원을 확대하고, 공장 건설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아리조나 공장 설립 승인 이후 TSMC가 승인받은 누적 투자금은 총 240억 달러(32조원)다.
특히 지난 6월에 이어 3개월 만에 총 125억 달러의 투자금을 승인받게 됐다.
대만정부의 미국 투자 승인 규모 및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다.
한편 최근 IT 전문 매체들은 “TSMC의 아리조나 제1공장이 현재 가동에 들어갔으며 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미세공정으로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6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16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SE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2021년 5월 아리조나 공장 착공 이후 3년 4개월 만에 생산을 시작했다.
당초 내년 상반기에 첫 번째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었지만 이보다 수개월 앞서 일찍 생산에 들어갔다.
TSMC는 2공장도 2022년 말 착공했고 2028년쯤 생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TSMC의 아리조나 공장의 가동은 아직 초기 생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들은 “아직 소량으로 제조되고 있다”며 “현재 수율은 대만 팹에 비해 낮지만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TSMC의 조기 생산은 늘어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AI 붐과 IT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20%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파운드리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올해 16%에서 내년에는 2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만 TSMC가 첨단 공정과 패키징을 통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