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라는 신분 때문에 눈앞에서 스러질 뻔했던 한 대학신입생의 아메리칸 드림이 '고펀드미(GoFundMe)' 인터넷 소액모금을 통한 '아직은 살 만한 세상, 따뜻한 타인들의 응원' 속에 되살아났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족을 부양하며 밤잠을 설치고 공부했던 에두알도 루한-올리바스의 대학진학의 꿈은 첫 강의 몇 시간 전 한 통의 전화로 산산조각이 나는 듯했다.
23세의 루한-올리바스는 드리머(dreamer)로 불리는 어렸을 때 부모 따라 미국에 온 이른바 불체자녀, 서류미비 이민자다. 이들을 구제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불체자녀 추방유예프로그램(DACA)에 따라 현재는 추방이 유예된 상태로 대학입학과 취업 등이 가능한 상태다.
아리조나주 투산에서 피마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녔던 그는 편의점 알바로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는 한편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수없이 많은 우수학력상을 수상했고 금년 가을 편입한 아리조나 주립대학(ASU)의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장학금도 따냈다. 그런데 첫 강의가 시작되는 지난 8월18일 그는 대학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앞으로 2년 동안 2만여 달러가 넘는 수업료를 면제받기로 한 장학금이 그의 이민신분 때문에 취소되었다는 통보였다.
피마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 당시 그는 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300시간 이상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2년제 대학 우수학생들의 단체인 피 테타 카파 오너 소사이어티의 멤버 가입이 허용된 후 2016년 올 아리조나 아카데믹 팀에 선정되었다. 주지사가 서면으로 그 우수성을 추천한 이 아카데믹 팀의 일원으로 선정되면서 그는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2년 학비를 면제받는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었다. 지난 4월엔 전국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생 톱 20명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고 2016년 올-USA 커뮤니티 칼리지 아카데믹 팀의 멤버로도 선정되었다.
하지만 삶은 늘 고달팠다.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편의점 '퀵트립'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얼마나 많은 날들을 불안해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너무 지치고 힘들지만 난 최선을 다해 성공할 것을 다짐했다"라고 그는 고펀드미 사이트에서 밝히고 있다.
지난 5월 우등으로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아리조나 주립대학 편입학 허가를 받았다. 오랜 꿈이었던 범죄학과 형사법을 공부할 예정이었다. 투산에서 대학이 있는 템피로 이사했고 일자리도 옮겼으며 주거지 8개월 리스 계약도 마쳤다. 학비면제는 지난 7월 이후 그의 대학 어카운트에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취소통보를 받은 것이다.
"수업 첫날 대학 재정보조사무실로부터 전화를 받고난 직후 내가 느낀 좌절과 실망, 혼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담당직원은 그에게 강의등록을 취소하고 자비로 수업료 전액을 납부하든지 다른 장학금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러나 장학금들은 모두 신청마감일이 지난 상태였다.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1년 수업료는 1만370달러이고 교과서 등 부대경비를 합하면 최소 학비는 연 1만9,125달러에 달한다.
아카데믹 팀에 선정되어 수업료 면제를 받을 수 있는 신분자격으로 피 테타 카파는 시민권자와 함께 DACA 해당자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아리조나 주립대 평의회는 연방법에 의거해 DACA 학생들은 연방과 주, 대학 등의 공립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현재 서류미비 이민자 학생들은 스칼라십과 그랜트, 웍스터디, 론 등 연방재정보조 수혜 자격이 없다. 또 대부분의 주에서는 주정부 재정지원도 금지되고 있다. 주정부 재정지원을 허용하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 미네소타, 뉴멕시코, 오리건, 텍사스, 워싱턴 등 6개주 정도다.
주위에서 급하게 모아준 기부금으로 당장 루한-올리바스의 첫 학기 학비는 마련되었다. 그러나 나머지 세 학기 장학금을 마련할 길은 막막하기만 했다.
루한-올리바스는 '고펀드미'를 통해 학비 모금을 계획하고 8월말에 사이트를 개설했다.
그는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았다.
9월 중순 현재 목표액인 1만8,300 달러를 넘겨 2만5,745 달러가 모금되었다.
394명이 모금에 참여했는데 대부분은 그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덧붙였다. "당신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루어지기를…"이라고 한 부부는 성금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보내왔다.
"정말 감사한다"는 그는 "나와 같은 딜레마에 직면한 대학생들은 아리조나에만도 수천명에 달한다"면서 "나의 스토리는 수많은 스토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