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 출신의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15일 도널드 트럼프 차기 새 행정부와 러시아의 해빙 무드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매케인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대통령직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 말들이 바로 자신의 나라를 독재국가로 만들고 정적을 살해하며, 또 이웃 나라를 침범하고 미국의 동맹을 위협하며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약화시키려고 한 전직 KGB 요원이 한 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시도는 결과적으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의 군사개입으로 끝나고 말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관계 재설정의 대가는 푸틴과 알아사드(시리아 정권)의 시리아학살 범죄의 공범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대가는 위대한 국가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독재에 맞서 싸우는 편에 서 있을 때 가장 위대했다. 그것이 우리가 바로 다시 한 번 견지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역설했다.
매케인 위원장의 이번 성명은 관계 개선을 약속한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의 전날 전화 통화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직 인쉬위는 전날 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역사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해 준 푸틴 대통령과 대화했다"면서 "두 지도자는 미국과 러시아가 직면한 위협과 도전과제, 전략적 경제 이슈들, 200년이 넘은 양국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과 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갖기를 고대한다는 점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매케인 위원장은 대선과정에서도 줄기차게 트럼프의 막말과 '위험한' 안보관을 비판해왔다.
한편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19일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rding)의 부활은 안 된다며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그는 이날 한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 강연에서 "나는 미국 대통령이 뭘 해야 할지는 개의치 않겠다. 다만 물고문은 안 된다"며 "우리는 사람들을 고문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물고문은 제네바협약에 따라 불법이며 지난해 의회도 이를 금지했다"면서 "고문을 재개하려는 누구라도 당장 법정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중진 의원이, 그것도 상원 군사위원장의 입에서 이런 경고가 나온 것은 물고문 부활 가능성의 현실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여러 차례 물고문 부활을 약속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용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동원했던 심문기법인 워터보딩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09년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금지됐다. 하지만, 트럼프가 CIA 국장에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을 내정하면서 물고문 부활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워터보딩을 포함한 조지 부시 정권 시대의 심문프로그램을 강력히 옹호하는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