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조나의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건이라면서 미 의회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매케인은 18일 러시아가 민주당의 이메일을 해킹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도왔다는 중앙정보국(CIA)의 조사결과를 다루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재차 촉구했다.
매케인은 이날 CNN방송의 제이크 태퍼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세계 질서가 흐트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조다.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누려왔다. 우리는 이제 그런 평화가 흐트러지고 긴장이 조성되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미국 리더십이 확실하게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이끌지 않으면 다른 많은 악당들이 이를 대신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은 그러나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해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매케인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도 상원 및 하원의 기존 위원회를 통해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케인은 그러나 사이버 보안 문제는 너무나 광범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와 연관된 상원의 위원회만 4개나 된다면서 어느 위원회에서 이를 다뤄야 할 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일이라면서 특별위원회 신설을 주장했다.
매케인은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만일 그들이 선거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민주주의도 파괴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롭게 공정한 선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밑바닥까지 파헤칠 필요가 있다.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사이버 공격이 함축하고 있는 게 어떤 의미인지 밝혀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간섭을 했으며, 사이버 공격을 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제 어떤 피해를 얼마나 입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미국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우리는 그동안 완전히 마비된 상태였다"라고 덧붙였다.
매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해킹 사건에 대한 항의와 함께 이를 중단하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해킹 중단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즉각 이를 그만두겠는가. 그들은 매일 해킹을 하고 있다는 게 진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지난 미 대선 직전 러시아의 해킹에 대한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지난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푸틴 대통령에게 '해킹을 중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중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미 정보당국은 대선이 치러지기 한 달 여 전 "러시아 정부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해킹에 연루됐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